CDC, 전문가 패널 모아 스페셜 이슈 게재

최근 지속적으로 일부 청소년들의 비도덕적 행동과 자살 행동이 기사화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 폭력과 자살 문제는 더이상 교실 내 문제가 아니라 보건의료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는 학교 폭력과 자살 간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학교 폭력은 이제 공중보건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면서 전문가 패널을 모아 Journal of Adolescent 7월호에 부록으로 스페셜 이슈를 게재했다.

부록에는 CDC Marci Feldman Hertz 박사와 미국 정신건강서비스센터 Ingrid Donato 박사의 논평 '학교폭력과 자살: 공중보건적 접근'을 시작으로 △학교 폭력을 경험한 청소년에서 자살 생각의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 △사이버 폭력과 전통적인 학교 폭력의 관계 △학교 폭력 방관자의 잠재적인 자살 생각 등 각각 다른 방향에서 학교 폭력과 자살 문제를 조명한 논문 10건이 게재돼 있다.

Hertz 박사팀은 "교육 당국과 보건 당국 이해당사자들은 이미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학생이나 자살 관련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말고 일차적으로 학교 폭력과 자살 행동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 해롭다

학교 폭력은 그 특성상 정확한 발생률을 집계하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매년 전체 청소년 가운데 20~56%가 학교 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 중 6~17명이 학교 폭력을 휘두르거나, 피해를 입거나 또는 둘 다를 모두 경험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언어 폭력이 신체 폭력이나 사이버 폭력보다 더 흔하게 나타나며, 나이가 어린 중학생에서 고등학생보다 학교폭력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 번 발생한 폭력은 장기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

또 특정 하위집단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노출되기 쉬운 경향이 있는데, 미국에서는 동성애도 그 중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조사에서 지난 30일간 괴롭힘을 당한 비율은 레즈비언과 게이에서 60%로 이성애자 28.8%로 2배 이상 높았다.

어떤 형태로든 학교 폭력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정신적 또는 신체적 건강상 취약점이나 다른 위험 행동과 연관성을 가진다. 예를들어 피해집단은 우울 또는 불안을 느낄 가능성이 높고 학업 성취도가 낮으며,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낮고, 사회적 감정적 적응이 어려운 경향이 있다. 또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고, 급우들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지 못하며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과 폭력을 가한 경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가해피해집단은 가해집단과 피해집단보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거나 목격했을 가능성, 자살 관련 행동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가해집단은 음주와 흡연 위험이 높고, 학업 성취도가 낮으며, 학급의 일원으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향이 있으나 반대로 다른 집단에 비해 친구를 쉽게 사귄다고도 보고되고 있다.

학교 폭력은 발생 후 몇개월에서 심지어 몇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피해 집단에서는 성인이 된 뒤 범불안장애와 공황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가해피해집단은 후에 우울증과 공황장애, 자살경향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의 종단연구에서 8~10세 소아청소년을 48~50세까지 반복 면담 인터뷰한 결과 14세에 학교폭력을 행사한 가해집단은 15~20세에 폭력 전과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18세에는 직업 상태가 나쁘며 27~32세에는 약물 사용 가능성이 높고 48세에는 성공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관련 행동과도 연관

이번 부록에 게재된 논문들은 일관되게 학교 폭력과 자살 관련 행동의 강한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Dorothy L. Espelage 교수팀은 10~13세 학생 661명을 대상으로 횡단면적 연구를 통해 언어 폭력 가해집단과 가해피해집단, 피해집단, 신체 폭력 가해집단, 학교 폭력 무경험집단의 자살 생각 및 행동에 대해 분석했다. 조사는 서면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대상자 중 무경험집단은 357명, 피해집단은 110명, 언어 폭력 가해집단은 114명, 가해피해집단은 29명, 신체 폭력 집단은 42명이었다. 자살 생각은 언어 폭력 가해집단과 피해집단 학생 중 32~38%, 가해피해집단 60%, 신체 폭력 가해집단 43%에서 보고돼 무경험집단 12%보다 3~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의적인 자해 시도 비율도 각각 24~~28%, 44%, 35%로 무경험집단 8%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특히 가해피해집단 중 여학생에서 자살 생각과 행동이 크게 증가했다.

미국 미네소타대 Iris Wagman 교수팀이 '2010 미네소타 학생 조사'에 참여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3만908명의 자료를 분석했을 때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최근 1개월 간 일주일에 1회 이상 학교 폭력 경험 여부와 그 유형에 따라 구분했을 때 가해집단 중 22%, 피해집단 29%, 가해피해집단 38%에서 자살 생각 또는 시도가 보고됐다.

미국 클렘슨대 Robin Kowalski 교수팀은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3학년 학생 931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사이버 폭력과 학교 폭력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유사성이 발견됐다. 어떤 형태든 폭력에 노출된 학생들은 우울과 불안, 자존감, 건강 문제, 결석, 유급 등과 유의한 연관성을 가졌다.

폭력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목격한 방관자 집단에서도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위험이 증가한다. 중학생 1592명을 대상으로한 영국 브루넬대 Ian Rivers 교수팀 연구에서 방관자집단은 목격하지 못한 무경험집단보다 대인민감성 증상과 무력감을 더 많이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관성 복잡…통합적 접근으로 해결

그러나 부록에서는 학교 폭력과 자살 관련 행동 사이엔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Espelage 교수팀 연구에서 청소년 비행과 우울증을 컨트롤한 뒤 피해자집단에서는 자살 관련 행동 위험이 증가했지만 가해자집단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정신건강 문제도 가지고 있는 집단과 정신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학교 폭력은 경험하지 않은 집단을 비교한 미국 콜럼비아대 Anat Brunstein Klomek 교수팀 연구에서는 2년 추적 관찰 결과 가해자 집단에서만 기능 손상이 유의하게 더 많이 관찰됐다.

자살 문제로 병원에 입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국 미시건대 Cheryl A. King 교수팀 연구에서 가해자집단이 무경험집단에서보다 자살 생각과 정신적 손상이 심각하고, 물질 남용 위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2개월 치료 후 두 그룹간 차이는 정신적 손상 하나로 좁혀졌고, 자살에 관련된 치료만 받았음에도 가해자집단의 학교 폭력 발생률도 낮아졌다.

Hertz 박사는 "학교 폭력과 자살의 연관성이 복잡하다 하더라도 학교 폭력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치며,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것이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면서 적극적인 중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개개인의 대처기술뿐 아니라 가족과 학교, 사회의 지지가 있어야 하고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을 서로 공유하면서 통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면서 "또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성인에 대한 접근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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