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증 진료가이드라인'서 권고…간이식 줄이고 재발 위험 낮춰

1. 비대상성 간경변증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로 잡는다
2. 간섬유화 호전 위해 바이러스 증식시 바로 치료
3. 바이러스 검출되면 ALT 값 관계 없이 치료해야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간경변증 발생률은 연간 5.1%로 5년 누적 발생률은 21%다. 대만에서 이뤄진 장기 추적 관찰 결과를 보면 간경변증 발생 위험은 관찰 시작 시점에 40세 이상이면서 HBV DNA가 2000IU/ml 이상일 때 증가했으며, 추적 중 이 수치가 감소하면 발생 위험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시행된 다른 연구에서도 40세 이상이고 HBeAg가 양성일 때 간경변증과 간세포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이 재차 확인됐다.

간경변증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항바이러스를 치료하면 환자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간경변증과 동반된 조직학적 변화가 비가역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만성 B형간염에 의한 간경변증 환자에서 항바이러스제 치료 후 간섬유화 정도가 유의미하게 호전된다는 보고가 많이 나오면서 일부는 가역적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북미지역 만성 B형간염에 의한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15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평균 16개월 라미부딘 치료 결과 사망자 대다수는 치료 시작 6개월 이내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간부전 합병증이었고,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3년 생존율은 88%이었다. 대만 연구에서 라미부딘 3년 치료 결과 대다수 환자에서 변성 염증의 활성이 감소하고, 간경화를 포함한 섬유증이 호전됐다.

그 외 다른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중 6개월 이상 라미부딘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는 간기능 안정 또는 호전과 더불어 간이식 필요성이 감소하거나 이식까지의 기간이 연장됐다.

비대상성 간경변증에서는 항바이러스 치료 시행은 물론 그 기간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102명을 포함해 총 253명을 전향적·후향적으로 관찰한 코호트 연구에서 6개월 이상 치료군에 비해 6개월 이하 치료군의 사망률이 5.2배 높았고, 6개월 이하 치료군과 비치료군의 생존율에는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대상성 간경변증에서도 적극적인 항바이러스 치료를 꾸준히 해야 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대한간학회가 2011년 발표한 '간경변증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 B형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증 환자에서 바이러스 증식이 있는 경우 간섬유화의 호전을 위해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장하며 충분한 치료기간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만성 B형간염에서 항바이러스 치료 목표가 바이러스 증식 억제와 HBeAg 음전, 생화학적 지표 정상화라면 비대상성 간경변증에서는 이와 더불어 대상성 간경변증으로 전환시켜 생존율을 높이고 간암을 예방하며 사망률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 적응증도 더 확대된다. 같은해 발표된 '만성 B형간염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는 혈청 HBV DNA가 PCR검사 양성이라면 AST나 ALT에 관계 없이 신속히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도 간기능이 회복되지 않고 간부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간이식이 필요한데, 이식 전후 항바이러스제 치료는 이식 후 간염 재발 위험을 줄여준다.


억제효과 즉각 나타나고 내성 발현율 적은 약제 권장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서 인터페론과 페그인터페론 치료는 적은 용량으로도 세균 감염이나 간부전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기본적으로 금기된다.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로는 억제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내성 발현율이 적은 약제가 권장되고 있다.

라미부딘은 간기능을 호전시키고 간이식 필요성을 줄이지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데 3~6개월이 걸려 간기능 악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더라도 임상적인 회복을 보이려면 3~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서 항바이러스제 내성이 생기면 B형간염의 급성 악화가 발생해 간부전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어 초치료 약물은 가급적 강력하고 내성 바이러스 발생률이 낮은 약물이 권고된다. 따라서 내성 발생 위험이 높은 라미부딘과 텔비부딘은 단독 투여로는 잘 고려되지 않는다.

아데포비어를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의 초치료제로 단독 연구한 것은 거의 없다. 다만 라미부딘 내성 간경변증 환자에서 아데포비어 단독요법으로 치료한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와 대상성 간질환자의 치료 성적을 비교한 연구에서 바이러스 반응은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가 50.9%로 대상성 간질환자 83.3%보다 크게 낮았지만 ALT 정상화율과 HBeAg 소실률에서는 두 그룹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엔테카비어와 비교했을 때 치료 효과는 약간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대상성 간기능을 보이는 만성 B형간염 환자 191명을 대상으로 엔테카비어와 아데포비어의 48주 치료를 비교한 연구에서 혈청 HBV DNA 음성화율은 각각 57%와 20%로 엔테카비어군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라미부딘 내성이 없던 환자들만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도 48주 혈청 HBV DNA 음성화율은 각각 62%, 22%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단 HBeAg 혈청 소실율에서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두 그룹 모두에서 48주 치료 후 Child-Pugh, MELD 점수가 유의하게 개선됐다.

이에 간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아데포비어는 초치료 환자에서 라미부딘에 비해 내성 발현이 적으나 항바이러스 효과가 강력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타약제 내성 바이러스에 대한 구원치료제로서 다른 약제와의 병용 치료에 효과적이지만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의 단일 초치료와 병용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엔테카비어, 항바이러스 작용 강력해 선호

엔테카비어는 항바이러스 작용이 강력하고 초치료 환자에서 내성이 낮아 간경변증 환자에서 선호되는 약제 중 하나다. 울산의대 심주현 교수(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팀이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70명과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55명에서 엔테카비어 0.5g/일 12개월 치료 결과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비대상성 환자도 대상성 환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간 기능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기간 동안 HBV DNA 수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치료 1년째 비대상성 환자의 HBV DNA 수치는 대상성 환자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HBV DNA 평균감소량과 미검출율, HBeAg 혈청전환율 및 소실률, ALT 정상화율에서 두 환자군간 차이가 없었다. 또 비대상성 환자의 간이식이 필요없는 누적 생존율은 1년간 87.1%, 2년간 83.0%였고, CTP 점수와 MELD 간기능 점수, 평균 혈청 알부민, 총 빌리루빈, 프로트롬빈 시간 등이 모두 개선됐다.

고려의대 서연석 교수(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팀의 연구에서는 엔테카비어가 라미부딘보다 혈청 HBV DNA 수치 감소에 더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시작점에서 HBV DNA 수치는 두 환자군 간 유사했지만 치료 시작 3개월 후부터는 유의하게 차이가 있었다. HBV DNA 미검출율도 치료 3개월 후 엔테카비어 26.7%, 라미부딘 19.5%에서 12개월 후 각각 75.7%, 47.1%로 차이를 보였고, 3년 후에는 각각 93.8%, 59.2%로 크게 벌어졌다. 1, 2, 3년 후 HBeAg 혈청전환의 누적 발생률은 라미부딘군에서 각각 17.9%, 25.4%, 25.4%였고, 엔테카비어군에서 각각 23.6%, 38.9%, 38.9%였다.

또 라미부딘군 중 17명에서 바이러스 돌파가 발생한 반면 엔테카비어군에서는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고, 라미부딘군에서 바이러스 돌파 누적 발생률은 1년 후 16.8%, 2년 후 47.7%, 3년 후 51.0%였다.

엔테카비어로 3년 이상 치료한 결과를 관찰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엔테카비어 투여 후 간내 염증반응뿐 아니라 간 섬유화 점수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항바이러스 치료로 문맥압항진에 의한 간경변증 합병증이 개선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테노포비어, 연구는 아직 제한적

진행된 간경변증 환자에서 테노포비어를 사용한 연구는 아직 제한적이다. 48주간 진행된 3상임상과 이후 48주간 진행된 오픈라벨 연구를 통해 96주간 치료한 자료를 하위그룹 분석했을 때 치료 효과와 안전성은 HBeAg 양성 및 음성 간경변증 환자와 비간경변증 환자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112명을 테노포비어 단일요법(n=45) 또는 테노포비어와 엠트리시타빈 병용요법(n=45), 엔테카비어 단일요법(n=22) 등 세 그룹으로 나눠 2상으로 진행된 무작위 이중맹검 다기관 연구에서 세 요법의 항바이러스 효과는 비대상성 간경변증이 아닌 환자와 동일했다.

이 연구에서 조기 치료 중단을 필요로 했던 경우는 세 그룹에서 각각 6.7%, 4.4%, 9.1%였고, 혈청 크레아티닌 상승은 각각 8.9%, 6.7%, 4.5%로 차이가 없었다. 48주째 HBV DNA 미 검출률은 각각 70.5%, 87.8%, 72.7%였고, HBeAg 소실 및 혈정전환율은 각각 21%/21%, 27%/13%, 0%/0%였다. 또 ALT 정상화율은 각각 57%, 76%, 55%였고, CTP 점수가 2점 이상 감소한 비율은 각각 25.9%, 48%, 41.7%였다. 그룹별로 2건씩 사망이 발생했는데, 이는 질병 진행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 외 급성·만성 간부전 환자에서 테노포비어의 효능을 평가한 인도에서 시행된 소규모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연구가 있다. 연구팀이 정확한 수는 밝히지 않았으나 일부 간경변증 환자가 포함됐다.

연구 시작점에서 테노포비어군은 위약군보다 질환 상태가 중했지만 3개월 누적 생존율은 테노포비어군이 57%로 위약군 15%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테노포비어군에서 CTP 점수와 MELD 점수, HBV DNA 수치도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 연구는 급성·만성 간부전 환자에 대한 테노포비어 치료 혜택을 명확하게 보여줬지만 중환자를 위약군으로 배정하도록 디자인됐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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