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H·ESC 2013 고혈압 관리 가이드라인 - 上
당뇨병·심혈관질환·신장질환 환자 목표치 140mmHg 미만
JNC 8차 가이드라인도 고위험군 목표치 완화 전망


유럽고혈압학회(ESH)와 유럽심장학회(ESC)가 심혈관사건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40mmHg 미만으로 권고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과 향후 임상현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미국당뇨병학회(ADA)에 이어 유럽의 순환기 관련 학회들이 고위험군의 혈압 목표치를 완화함에 따라, 곧 발표될 미국의 JNC 8차 가이드라인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사다.

▲혈압 목표치 권고안

ESH와 ESC는 지난 6월 14일자 'European Heart Journal' 온라인판에 2013년판 고혈압 관리 공동 가이드라인을 발표, 아래와 같이 혈압 목표치를 권고했다. 심혈관 위험이 경증~중증에 이르는 전반적인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 목표치를 140/90mmHg 미만으로 통일시켜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의미는 당뇨병·심혈관질환·신장질환 환자 등 심혈관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30mmHg에서 140mmHg 미만으로 완화해 권고했다는 데 있다.

- 경증에서 중등도 심혈관 위험 환자(Class I, Level B), 당뇨병 환자(I, A)에게는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의 목표치가 권고된다.
- 뇌졸중 또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 경험 환자(IIa, B), 관상동맥 심장질환 환자(IIa, B), 당뇨병성 또는 비당뇨병성 만성 신장질환 환자(IIa, B)에게는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의 목표치가 고려돼야 한다.
- 수축기혈압 160mmHg 이상인 80세 미만 연령대의 고령 고혈압 환자에서는 수축기혈압 140~150mmHg 사이 조절의 권고에 대한 명백한 근거가 있다(I, A).
- 80세 미만의 건강한 고령 환자에서는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의 조절도 고려해볼 수 있는 반면, 허약한 고령인구에서는 개별 내성(tolerability)에 따라 수축기혈압 목표치가 조정돼야 한다(IIb, C).
- 초기 수축기혈압이 160mmHg 이상인 80세 이상 연령대의 고혈압 환자에서는 육체적·정신적 상태에 이상이 없는 한 수축기혈압 140~150mmHg 조절이 권고된다(I, B).
- 이완기혈압 목표치는 85mmHg 미만이 권고되는 당뇨병 환자를 제외하고, 항상 90mmHg 미만이 권고된다. 하지만, 이완기혈압 80~85mmHg 기준이 안전하고 내약성이 좋다는 것이 고려돼야 한다(I, A).


▲이전 가이드라인

지난 2007년의 ESH·ESC 고혈압 관리 가이드라인은 혈압 목표치를 두 갈래로 구분해 권고했다. 경증에서 중등도 고혈압 환자 전반에는 140/90mmHg 미만을, 당뇨병·뇌혈관질환·심혈관질환·신장질환 등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130/80mmHg 미만의 적극적인 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의 JNC 7차 가이드라인 역시 같은 양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2년 발표된 ESC의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부터 당뇨병 환자의 혈압목표치를 140/80 mmHg 미만으로 조정해 권고하면서 고위험군의 혈압 목표치 변화가 수면 위로 공식부상했다.

올해 선보인 미국당뇨병학회(ADA)의 가이드라인도 당뇨병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140/80mmHg로 제시하면서 수축기혈압을 완화해 권고하고 나섰다. 이번에 ESC와 ESH가 공동으로 고위험군의 혈압 목표치 완화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 조절의 통일된 기준이 더욱 힘을 얻었다.

▲The lower the better vs. J-shaped relationship

고혈압 환자의 전반적인 혈압은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러 임상연구에서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이, 이를 초과하는 것과 비교해 우수한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하지만 고위험군에게는 130/80mmHg 미만의 목표치가 권고돼 왔다.

당뇨병·신장질환·심혈관질환에 고혈압이 동반될 경우 심혈관사건 위험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혈압을 보다 적극적으로 낮추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단순 논리에 따른 결과다. 'The lower, the better'의 개념을 적용한 것인데, 혈압을 현저하게 낮추면 보다 완화된 조절에 비해 혜택이 적다는 'J-shaped relationship' 이론이 이를 반박하고 있다.

특히, 고위험군에서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지지하는 근거의 대부분이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가 아닌 관찰연구나 전문가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는데 맹점이 있었다. ESH·ESC 가이드라인은 이에 대해 "당뇨병,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환자들에서 130/80mmHg 미만으로의 혈압조절은 RCT를 통해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뇨병

ADA의 권고안 변화 역시 당뇨병 환자에서 적극적인 수축기혈압 조절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제한적이라는데 기반하고 있다. ADA는 "RCT에서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140/80 mmHg 미만으로 조절시에 관상동맥질환·뇌졸중·신경병증 감소의 혜택이 보고됐지만, 이 보다 더 낮출 경우의 혜택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권고안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당뇨병 환자에서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 조절에 대해서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지만,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컨센서스(consensus)가 없다. 여기에 ACCORD와 INVEST 연구에서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의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본 결과, 뇌졸중을 제외한 다른 결과의 유의한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ADA 가이드라인 역시 "제2형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의 메타분석에서 적극적인 혈압조절이 기존의 전통적인 치료와 비교해 뇌졸중 위험은 다소 줄였으나 사망률이나 심근경색증 개선의 헤택은 없었던 반면, 저혈압을 비롯한 여타 부작용 위험은 증가했다"며 헤택 대비 위험이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심혈관사건·신장질환

ESH·ESC 가이드라인은 관상동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연구에서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 조절의 혜택이 서로 상반되면서 일관되지 못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또한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혈압 목표치를 보다 낮출 경우의 심혈관 또는 신장과 관련한 임상혜택을 명확히 입증하는데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유럽의 선택

ESH와 ESC는 이러한 근거들에 기반해 경증에서 중등도 심혈관 위험 환자, 당뇨병 환자, 뇌혈관질환 환자, 관상동맥 심장질환 환자, 만성 신장질환 환자 모두에게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4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 이완기혈압은 당뇨병 환자를 제외하고 90mmHg 미만을 적용함에 따라,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가 전반적으로는 140/90mmHg로 통일됐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선택

한편 지난 5월 열린 미국고혈압학회(ASH)에서 미국의 JNC 8차 가이드라인이 고령 환자를 제외한 모든 성인들의 혈압 목표치를 140/90mmHg으로 설정할 것이라고 전망된 바 있어 향후 미국의 선택이 주목된다. ESC, ESH, ADA에 이어 JNC 가이드라인까지 고위험군의 혈압 목표치를 140mmHg 미만으로 권고할 경우, 임상현장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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