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강경 반대 속 시행 준비는 아직

시행 2주를 앞두고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아직까지도 논란이 많은 자궁 및 부속기 수술은 18일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서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병의원 관계자들은 이같은 정부의 태도에 불만이 많다.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전혀 마련하지 않다가 시행에 임박해서 부랴부랴 움직이는 모양새라고 지적하고 있다.

심평원, 변경 기준 홍보 분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괄수가 관계부서는 변경된 세부기준 등을 알리느라 분주하다. 지난 10일부터 병의원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확대 적용되는 수가, 급여기준, 적정성 평가 등의 설명회를 열고 있다.

심평원은 정책 시행을 앞두고 가장 많이 들어오는 민원인 '별도징수 불가 항목'을 다시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항목은 행위별수가제에서 비급여항목으로 환자에게 따로 받을 수 있었으나,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수가에 묶여 따로 받을 수 없는 항목을 말한다.

△안과:아바스틴•비에스에스플러스액 △이비인후과: 코블레이터(coblator) △외과: 메쉬(mesh)•전파절삭기•복강경하 의료용 개창기구(Applied Gelport) 등이다. 산부인과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던 유착방지제는 여전히 학회 측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따로 산정이 불가하다. 뿐만 아니라 지혈제•영양제•자궁근종 초음파 융해술•혈전방지용 압박스타킹 등도 별도로 청구할 수 없다.

내년 수가 종병 이상은 인하

수가도 다소 변경됐다. 이번 수가 개정 후 병•의원 수가는 미미하게 인상됐다. 하지만 신생아 탈장, 제왕절개분만 후 동맥색전술 등이 제외돼 별도산정됨에 따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수가는 인하됐다.

지난 1월 대비 수가는 100.3% 수준으로, 지난해 7월 포괄수가 개정 후 13년 상대가치점수 등을 반영해 1.2% 인상됐고, 추가로 0.3% 인상했다. 더불어 제왕절개분만이 처음 시행과 달리 1.1% 인상됐고, 편도 및 아데노이드 수술은 연령별로, 또 17세 미만의 경우에는 중증도에 따라서도 세분화됐다.

환자 입원일수를 이용해서 1~30일 입원일수마다 수가가 다르게 산정된다. 심평원 측은 "이같은 수가 산출은 지난해 7월 당연적용에서 재산출했고, 급여는 2011년 하반기 행위별기관 진료내역, 비급여는 병협을 통해 자료요청한 것이다"라며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입원환자 식대, 외과 전문의 가산, 복강경 시술 중 부득이하게 개복술변경시 치료재료대 보상 등은 별도 지급한다고 강조했다.

7개 질병군 세부 급여 기준도 개정

이와 더불어 7개 질병군 급여기준의 세부내용도 개정됐다. 이에 따르면, 복강경 수술 중 개복술로 전환한 후 수술을 종결할 경우 별도 보상방안이 제시됐다. 개정 전에는 개복 수술만 수가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23만9000원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종은 개복이므로 개복수술로 인정하게 되며, 추가 비용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4만7800원은 환자 본인이 부담토록 명시했다. 다만 이같은 경우 청구시 근거 자료와 세부 내역을 따로 첨부해야 한다.

심사지침은 아직 ‘베일 속’

하지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심사지침'은 베일에 쌓여있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심평원이 지침을 공개하지 않아서 겪는 불편함이 많다고 호소했다.

포괄수가제를 적용한 한 의사는 "과거에는 문제가 없던 행위들이 DRG 적용 후 모두 삭감됐다. 어떠한 이유인지 알기 위해서는 내부의 지침을 병의원에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평원에서는 이를 수긍하면서 여러 사례들을 묶어 정리한 후 필요하다면 공개하는 방향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비공개 원칙을 지킬 전망이다.

이미 시행 중인 의원들은 물론 시행을 앞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반발도 상당해졌다.

특히 3차기관의 산부인과는 어려운 수술이 많아 포괄수가제를 적용할 경우 불러 올 파장이 크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포괄수가제 전면확대 시행을 앞두고'라는 제목의 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지난달말 전국산부인과주임교수회의에서는 포괄수가제 전면 대응방침을 정할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한발짝 뒤로 물러난 상태다.

이영찬 복지부차관은 "일선에서 환자들을 만나는 의료계가 '수술을 못하겠다'며 심각하게 반대하는데 어떻게 제도를 시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당사자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강제로 시행하면 국민적 손해만 뒤따르기 때문에 지금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덧붙여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일선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소통하는 것인데, 의료계에서 거부하니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언급했다.

제도 확대 전부터 이같은 혼선이 빚어지면서, 앞으로 제도 시행의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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