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량 관리 업무의 일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질병관리본부로 이관되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선량이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부처간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이원화되면서 예산마저 삭감됐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최근 선량 관리 업무 일부가 식약처에서 질병관리본부로 넘어가고, 병원별 선량에 대한 추적관리 예산도 20억원에서 4억원으로 삭감된 것으로 안다”며 “환자를 위한 선량이 중요한 시점에서 오히려 반대되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식약처 의료제품연구부 방사선안전과 예산은 올초 그대로 할당돼 있으나, 얼마전 총 3명의 인원 감축이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에도 관련 인원이 옮겨가 현재 총 식약처 10명, 질병관리본부 2명 등이 방사선안전에 배정돼 있다.

식약처 김형수 방사선안전과장은 “장치와 관련한 선량은 질병관리본부로 옮겨가고, 환자들에게 쪼이는 선량의 영향력은 식약처에 그대로 두고 있다. 식약처 차원으로 선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질병관리본부는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 부분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식약처는 생물학적 방사선량 평가 연구, 방사선관계종사자 피폭선량 평가 연구 등을 수행한다. 질병관리본부의 방사선 담당 업무는 방사선관계종사자 피폭선량 측정관리 업무와 진단용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 교육 등이다. 즉, 양측이 크게 다르지 않고 업무가 맞물린다. 문제는 예산과 인원이 흩어지면서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거나 오히려 분산될 수 있다는데 있다. 내년 예산할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원화했을까? 다수의 소식통에 확인한 결과, 식약처가 국무총리실 산하로 승격될 당시 복지부가 선량 업무의 일부를 질병관리본부로 이관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영상의학과 교수는 “식약처가 승격되면서 더이상 복지부 산하 부처가 아닌데다가 의료법의 직접적인 저촉을 받지 않게 된다”라며 “식약처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무리지으면서 질병관리본부와 협업을 진행하고, 의료법과 관련한 문제는 복지부 관할인 질병관리본부에 두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업무의 일원화와 상관없이 복지부가 의료법 산하의 영향력에 방사선량을 두고 싶어한 것으로 풀이된다. 식약처 승격으로 의약품안전 등의 업무를 뺏기지 않으려던 복지부가 의료자원정책과의 방사선안전 관련 업무에서도 전부를 내주는 것이 아닌, 복지부 산하기관에 일부 이관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식약처 가이드라인은 병원들에 강제성을 띄지 못한다. 이에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거나 권고할 수 있다”고 업무 이외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의학과 의료진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식약처는 490개에 달하는 병원별 CT, X-ray 등의 선량을 비교해 적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각 병원별 시스템 구축까지 나서는 단계였지만, 부처가 흩어지고 예산이 삭감되면 오히려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식약처는 "우려할 필요 없이 선량에 대한 연구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며, 다양한 연구주제 제안도 환영한다"며 방사선 안전에 대한 영역이 매우 광범위하며, 전자파 등과 같은 비전리 방사선, 치과 방사선량 등에 대한 연구 등도 기획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선량관리는 수익과 무관한 환자안전에 대한 영역인데다, 오히려 검사 수익에 악영향을 미쳐 개별 병원 차원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라며 "정부의 지속적인 가이드라인 제시와 실태 조사,병원별 선량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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