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J 2013;346:f3680]

DPP-4 억제제, GLP-1 유사체 등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들이 제2형 당뇨병에서 효과적인 치료 전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췌장관련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BMJ Deborah Cohen 연구·조사 편집장은 6월 10일 온라인판에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이 췌장염과 함께 췌장암 위험도를 크게 높인다는 보고서를 게재했다.

Cohen 편집장은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의 위험도는 수년 전부터 연구를 통해 지적돼 왔지만 관련 제약사의 상업적인 입장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국(EMA) 등 규제 기관의 소극적인 대처로 인해 과소평가돼 왔다고 지적했다.

▲췌장관련 부작용 문제, 처음이 아니다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에서 최근에 이슈가 된 건 GLP-1 유사체다. 지난 3월 FDA와 EMA는 GLP-1 유사체와 췌장암 간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자료 검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양 기관의 논의는 6월 말 경에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Cohen 편집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들의 잠재적인 췌장 관련 부작용이 논의돼 왔다고 강조했다. 이미 올해에만 3건의 연구가 발표됐다.

2월에는 건강보험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에서는 GLP-1 유사체인 엑세나타이드와 DPP-4 억제제인 시타글립틴을 복용한 환자들이 다른 당뇨병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보다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위험도가 2배 높았다.

4월 FDA 유해사건 보고시스템(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인크레인 기반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들이 타 약제를 복용한 환자들보다 웨장염, 췌장암 발생율이 높게 나타났다.

Cohen 편집장은 "FDA와 EMA 역시 자체 분석에서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들이 췌장암 발생 또는 관련 신호들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관련 연구들을 기반으로 FDA는 2007년 엑세나타이드의 췌장염 위험도에 대한 안전성 경고문을 발표했고, 2008년는 괴사성 췌장염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2009년에는 시타글립틴과 췌장염 경고를 발표했고, 리라글루타이드와 c세포 기원 갑상선암 연관성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문을 제시했다. EMA도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과 췌장염에 대한 안전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Cohen 편집장은 췌장암에 대한 수백건의 보고들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내용은 경고문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FDA와 EMA 모두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과 췌장암 간 연관성에 대해 보고는 있지만, '일반적인' 연관성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FDA는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과 췌장암 연관성에 대해 검토를 진행한 결과 제품 라벨에 권고사항을 추가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약물의 기전과 인체 사례 모두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FDA는 리라글루타이드와 엑세나타이드의 경우 모두 명확한 근거에 기반에 잠재적인 c세포 갑상선암에 대한 경고가 발표됐다고 말했다.

▲췌장 부작용, 동물실험부터 나타났다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의 안전성 문제는 2007년 캘리포니아대학 Peter Butler 교수팀이 진행한 당뇨병 쥐의 베타 세포에 대한 시타글립틴의 효과 평가 연구에서 처음 제시됐다.

12주 연구기간 후 평가에서 쥐들의 췌장에서 비정상 소견이 나타났고, 한 마리에서는 급성 췌장염이 나타났다. 특히 16마리 중 3마리에서는 선방(acinar)부터 도관(ductal) 사이에서 잠재적인 췌장 전암의 병리학적 변화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머크사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2009년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에서 이 연구들을 발표했지만, 인체 대상 자료의 부족과 함께 신뢰도가 떨어지는 연구로 간주됐다고 부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팀은 캘리포니아대학 Robert Elashoff 교수와 함께 FDA 유해사건보고시스템을 분석했다. 연구결과 타 약물 복용군 대비 췌장염 보고율은 시타글립틴군 6.74배, 엑세나타이드군 10.68배 높았다.췌장암은 양군 모두 약 3배가량 높았고, 엑세나타이드의 경우 갑상선암 발생율도 4.73배 높았다.

FDA는 이를 기반으로 2009년 9월 시타글립틴과 췌장염 간 연관성에 대한 안전성 경고를 발표하는 한편 머크에게 3개월 기간의 시타글립틴 안전성 연구를 진행하도록 했다. 머크는 올해 초에야 결과를 FDA에 보냈고, 아직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제약사의 상반된 입장

Cohen 편집장은 일부 제약사들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내용과 실제로 취하는 행동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BMJ가 이에 대해 관련 제약사들에게 문의했을 때 미국 머크는 3만3881명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진행한 관찰연구와 메타분석 연구결과 DPP-4 억제제와 췌장암 간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고, BMS는 시판 후 조사에서 삭사글립틴이나 엑세나타이드가 췌장염, 췌장암과 '일반적인(casual)' 연관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아밀린과 릴리 역시 지난해 연구를 발표, 인크레틴 기반 치료약물로 인해 발생한 췌장염은 없었다며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영국 약물·보건의료제품규제국(UK Medicine and Healthcare Products Regulatory Agency) 웹사이트에 게재된 '의사 대상 서한(Dear Doctor)'에서는 다른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BMS와 아스트라제네카는 시판 후 조사에서 나타난 췌장염 관련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삭사글립틴 투여 후 췌장염의 징조가 보였고 약물 중단 후 사라졌다고 밝히며 일반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아밀린과 릴리의 연구에서도 췌장염은 없었지만, 췌장의 변화는 나타난 바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리라글루타이드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선방부터 도관 사이에 병리학적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약물을 중단했을 때 증가한 췌장 아밀라아제의 수치가 다시 정상수치로 돌아갔다며 독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링거인겔하임 대변인은 BMJ의 질문에 임상시험과 시판 후 조사에서 리나글립틴에 관련된 췌장염 보고가 있었고, 처방정보에도 췌장염이 의심되는 환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안전성 문제, 법적 문제로 발전

캘리포니아에서는 엑세나타이드 복용 후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환자들이 제조사인 BMS에 대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췌장암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유족들도 포함돼 있다.

이 소송의 중심에는 미공개 동물실험의 해석문제가 있다. 원고측 변호사들은 제약사에 원숭이 대상 엑세나타이드 전임상과정에서 나타난 췌장 조직학 관련 슬라이드를 요구했지만, 제약사는 '사업상 비밀'이고, FDA를 거쳐서 요구하라며 거절했다. 이에 판사는 BMS의 이의를 기각하고 연구슬라이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사우던캘리포니아대학 Clive Taylor 교수가 48마리에 대한 96장의 슬라이드를 검토한 결과 엑세나타이드로 치료받은 원숭이에서 췌장 상피 종양 병변이 발견됐고, 만성 췌장염 및 췌장질환도 나타났다. 병리학적으로 변화한 양만 대조군에 비해 2배 가량 높았다.

BMS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진행됐고 이 분석 결과가 연구 전체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반발했다. Cohen 편집장은 이에 대해 FDA와 EMA는 연구에 대한 독립적인 검토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노보노디스크도 발표했다. 지난해 Diabetes에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리라글루타이드 실험결과가 발표됐지만, Cohen 편집장은 이 연구가 리라글루타이드의 췌장염과 췌장 조직 확산 변화에 대한 우려를 낮추는 데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52주 동안 원숭이를 대상으로 리라글루타이드를 투여한 결과 췌장의 조직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BMJ가 이 연구에 포함되지 않은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EMA가 2008~2009년 우려를 제기했던 내용은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EMA의 검토패널은 성장촉진 요소가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고, 대조군에 비해 관세포와 외분비 세포가 각각 67%, 64%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EMA는 GLP-1 유사체가 급성 췌장염을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연구에 대한 임상적 타당성 검토를 요구했다. 하지만 노보노디스크는 대조군의 췌장크기가 작았고, 87주의 장기간 데이터에서 췌장 무게, 염증이나 췌장염 등의 변화는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BMJ는 노보노디스크의 답변에 이의를 제기했다. 87주 장기 데이터에서도 조직학적 평가는 갑상선만 대상으로 했고, 이 연구에서도 치료군의 췌장이 커져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FDA 역시 52주 실험 결과에 우려를 표했다. FDA는 "췌장 내외분비 용적의 증가가 독성에 대한 증거가 될 수는 없지만, 약물유발성와 용량의존성에 대한 조사를 시행할 가치는 있다"고 밝혔다.

▲인체연구에서도 확인

캘리포니아대학과 플로리다대학팀은 인체에서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장기 기증자의 췌장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시타글립틴이나 엑세나타이드를 복용한 제2형 당뇨병 기증자와 다른 약물을 복용한 제2형 당뇨병 기증자 12명, 당뇨병이 없는 기증자 14명의 췌장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결과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를 복용한 이들의 췌장은 평균 40% 확대돼 있었고, 전암 단계의 변화도 더 많이 나타났다. 특히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를 복용한 이들 중 7명에서는 알파 세포의 이상증식도 나타났다. 3명은 알파 세포 유래 미세선종, 한 명에게서는 1단계 알파 세포 유레 신경내분비 종양이 있었다. 타 약물 치료군이나 비당뇨병 환자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는 글루카곤을 억제하는 인크레틴 유사체 치료전략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변화였고, 최초의 GLP-1 유사체가 시장에 출시되기 전 시행됐던 동물연구에서도 알페 세포의 증식이 나타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FDA와 EMA는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과 전암단계의 변화 간 연관성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고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노보노디스크사의 대변인은 이 연구의 대상군 수가 적고, 진단 연령, 유병기간, 체질량지수, 동반 복용약물 등에 대한 분석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잠재적 위험도? 장기 데이터의 부재

하지만 GLP-1 유사체를 포함 다양한 제약사의 자문을 맡은 바 있는 독일 당뇨병센터 Michael Nauck 교수는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들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도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근거들이 약하다고 반박했다.

규제기관과 제약사들은 시판 후 조사를 통해서 관련 논란이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고, 미국당뇨병학회(ADA),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 등 관련 학회는 아직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과 췌장염 간 연관성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고, 안전성 문제에 대한 근거 역시 명확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연구팀은 안전성뿐만 아니라 효과에 대한 내용도 언급했다. 이들은 "새로운 약물이 나오면 마케팅 차원에서 약물의 효과를 널리 홍보하지만, 기실 장기간 혜택 및 예후에 대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Cohen 편집장은 약물들의 전반적인 안전성 확인을 위해 원본 자료(raw data)을 확보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동물 실험에서 나타난 췌장 크기 및 비정상적인 변화, 인체 췌장 효소의 증가, 초기 연구에서 나타난 갑상선 종양과 췌장염 등 발표되지 않은 연구들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연구들이 명확한 결론을 낼 수는 없겠지만, 더 심각한 문제들이 나타날 수도 있고, 이후 약물 전체의 안전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하게 설계된 새로운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존스홉킨스대학 Sonal Singh 교수는 임상시험들이 결국 제약사들에 의해서 진행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힘들다는 것이다. 또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발생하는 관련 질환 부담을 관리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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