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에 노출된 어느 간호사의 고백..."의료종사자 감염예방법, 제도 마련 시급"



"가장 보람된 일을 하다가 사고 발생으로 직장도, 건강도 모두 잃었다. 거기에다 사고 책임까지 지게 되니 이 일을 왜 했는지 회의감마저 들었다"

5일 의료종사자 감염노출 사고 및 대책과 관련한 포럼에서 주사침 피해로 고통받는 간호사의 이같은 발언이 주목을 끌었다. 단순히 직업상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건강상의 문제, 또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을 병원이 아닌 당사자에게 부여하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전문가 중 정재심 울산대 임상전문간호학 교수는 "주사침을 비롯한 각종 감염사고에 대한 법·제도적 개선과 병원에서의 교육, 보고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현재 감염사고로 피해를 받는 의료종사자들이 크게 늘고 있으며, 연간 4만~11만여건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다소 추상적인 발생 예상치는 '보고체계'가 미흡한 데 따른 것으로, 정 교수는 "보고시기와 감시체계, 보상체계 등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종별 주사침 손상 발생률은 인턴이 다른 직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많았으며, 간호사, 조무사, 미화원, 임상병리사 등이 뒤를 이었다.

주사침 감염 외에도 의료종사자들은 다양한 감염에 노출돼 있었다.

감염질환의 위험성에 관한 발제를 맡은 안연순 동국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사진>는 "B형간염, C형간염, HIV 등 혈액감염, 결핵, 수두, 풍진, 홍역 등 공기감염을 비롯해 A형감염과 유행성 각결막염 등 접촉을 통한 전파까지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간호사, 의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는 물론 간병인, 가정간호관리사, 소방공무원, 동물실험실연구자, 의과대실습생까지 모두 감염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최근 3년간 감염성 질환 30.1% 발생했고, 특히 HIV는 2.5%가 직업적인 노출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무상 산업재해 현황도 높다. 모든 업종에서 업무상 질병은 7%, 감염성질환은 2.4%에 불과하지만 보건및복지분야 종사자들은 각각 14.6%, 11.3%를 기록했다.

결핵이 71.3%으로 가장 많았고, 간염, 수두, 에이즈 순으로 발병했다.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 등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산부 또는 가임여성의 경우 증상이 훨씬 심각하고, 유산이나 선천성 기형 유발 가능성, 약물사용 불가 등 위험성이 더욱 심각하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안 교수는 감염 안전성 확보에 대한 법·제도를 정비가 필요하며, 그 전에 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의료수가를 적정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기관은 의학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보건 및 안전교육, 예방접종, 업무 관련성 노출 및 감염 관리, 기록의 유지, 자료관리, 철저한 비밀보장 등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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