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기술 진보에 따라 새로운 생물학적 사망 정의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4일 열린 유럽마취통증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바르셀로나대 Ricard Valero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심혈관 또는 호흡기 시스템 부전(failure)이 항상 전체 장기의 부전으로 이어졌고, 이에 맞춰 사망 진단도 혼수, 호흡정지, 맥박없음 등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더 나은 정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세기 후반 중환자의학의 발달로 뇌기능이 상실된 뒤에도 호흡과 혈액순환을 임위적으로 보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에 사망 정의도 신경학적 사망 결정으로 패러다임을 옮겨가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과학적, 윤리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Valero 교수는 "신경학적 사망 진단을 위해서는 호흡 능력을 포함해 되돌릴 수 없는 혼수상태, 자극에 대한 반응없음, 뇌줄기의 반사 작용 등에 대한 입증이 필수적"이라면서 "측정할 수 있고 관찰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고, 윤리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들에서는 국제적으로 임상 현상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사들 사이의 합의를 찾을 수 없었다. 특히 반사작용을 검사 외 또다른 어떤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사망 확인을 확인하는 의사 수는 얼마나 필요한지, 환자가 해당 상태로 얼마나 경과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많다.

우리나라는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판례나 통설을 바탕으로 심폐기능이 정지한 시점을 사망 시기로 보고 있다. 따라서 뇌사는 사망으로 볼 수 없으며,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서 "뇌사자가 이 법에 따른 장기 등의 적출로 사망한 경우에는 뇌사의 원인이 된 질병 또는 행위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본다. 뇌사자의 사망 시각은 뇌사판정위원회가 뇌사판정을 한 시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Valero 교수는 "생물학적 죽음은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세션의 또다른 주제발표에서 영국 프렌체이병원 Alex Manara 박사는 "심장사의 정의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캐나다헌혈서비스에서 제안한 개념"이라면서 "이 정의에서는 뇌줄기 기능의 완전한 상실과 영구적인, 재생 불가능한 혈액순환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혈액순환 기능의 비가영석이 불명확하고 의료 중재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또 일부 심장마비로 사망 선언을 받은 후 저절로 혈액순환이 돌아온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Manara 박사는 사망 선언 전 적어도 5분 이상 상태를 관찰할 것과 장기기증은 마지막 심폐소생술과 심장사 확인을 모두 마친 뒤 하도록 주문했다. 또 사망 정의 문제는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만큼 WHO가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