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임상시험사업단 신상구 단장

불과 10년 전만해도 국내에는 임상시험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그런데 이 분야의 중요성을 먼저 깨닫고 의료계와 정부를 설득하는 노력 등을 통해 우리나라를 임상시험 수준을 전 세계 임상시험 10위권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 바로 국가임상시험사업단 신상구 단장이다.

이 분야 최고 권위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임상시험의 발전을 위해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은 인물이다.

2007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임상시험사업단을 이끌어 온 신 단장은 내년 3월에 사업단 업무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그동안을 힘든 것 보다는 보람된 일이 더 많았다고 웃는다.

교육프로그램 만든 것은 흐믓
지난 5년 동안 전국에 15개 지역임상시험센터를 선정하고 선진국형 임상시험을 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과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했다 것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 숫자가 지속적으로 늘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며 "임상시험 국제 등록처인 미국 NIH의 www. 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국내 임상시험 등록 건수는 국가별 순위에서 프로토콜 기준으로 6위 사이트 기준으로 10위에 랭크돼 있다"고 뿌듯해 했다.

우리나라 임상시험이 궤도에 오르면서 그가 가장 신경을 쓴 것은 해외에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수준을 알리는 것이었다. 201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제약의학회 컨퍼런스에 참석한 것이나 올해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약물정보학회에 참석한 것도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인프라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임상시험 교육 프로그램의 토대를 닦은 것에 큰 의미를 두면서도 한편으로 큰 걱정을 하고 있었다.

"15개 지역임상시험센터와 4개의 글로벌선도센터가 더 발전하려면 전문인력이 핵심이다. 현재 사업단이 운영하는 전문 인력 양성 아카데미를 통해 연 인원 5000명 정도로 교육을 받고 있다. 추후 사업단이 종료되면 교육 사업이 계속되지 않거나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식약처 자세 바꿔야"
그는 임상시험이 7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라 했다. 수도권이 여러 가지 여건이 좋지만 국제 경쟁력과 잠재력을 고려한다면 지역 임상시험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이외 지역의 새로운 임상시험 클러스터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시험이 더 발전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들이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식약처 공무원들이 외부의 전문가들과 의사소통을 하려는 노력보다는 책상 앞에서 펜으로만 업무를 처리하려고 한다는 비판이다.

그는 "미국 FDA는 1996년부터 공무원 아닌 사람들을 뽑을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 끊임없이 외부와 의사소통을 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국내 공무원들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밖의 변화를 알아보려 하기 보다는 법 규정에 맞는지 안 맞는지만 따진다.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임상시험과 관련된 내부와 외부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연구자들이 더 나은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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