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를 위한 결정, 기간·이행여부는 문제

인턴은 비효율, 3000명 인력이 1년 허비하는 셈
병협, 전공의협은 페지 반대


"인력난 문제로 인턴제 폐지를 가장 반대해왔던 중소병원장들도 대의를 따라 찬성으로 돌아섰다. 폐지는 거스를 수 없으며, 이제는 이행 기간과 준비 여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29일 수련제도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왕규창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이같이 밝히면서 인턴제 폐지를 분명히 했다.

왕 부회장은 "리더십과 인맥을 양성하고 현장에서의 진로탐색은 물론 병원경영입장에서도 인턴제는 이점이 상당하다. 그러나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운을 뗐다.

2~3개월이면 족한 데도 시간대비 교육적으로 얻는 부분이 너무 적고, 실제 수료 후 단독 진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커리큘럼도 체계적이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실제 1년만 전문의를 앞당겨도 3%의 인력이 느는 효과가 있음을 제시하면서, "55년간의 인력 낭비를 이제는 더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교육실정에서 폐지한다면 많은 문제가 뒤따른다고 지적하면서 "임상실습을 내실화하고, 진로탐색의 기회 마련, 교육기관간 이동을 용이하게 하는 등 보완책 마련 후 폐지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회장은 "현재 학계, 병원 등 준비 주체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적기를 정한 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폐지 자체는 이제 이견이 없다. 문제들을 어떻게 보완하고 이를 언제부터 시행할지를 정할 때"라고 말했다.

고득영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그간의 논의 결과와 앞으로의 추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시행시기는 2015년 3월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언급했다.

지난해부터 의대생, 전공의, 학계, 병원경영자 등 관계 전문가들과 TF팀을 꾸려 12차례 논의한 결과, △수련기간 단축 △경쟁심화 방지를 위한 정원 배정 △시험에 다양한 항목 도입 △의대생 실습면허 도입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2015년도 폐지를 목표로 추진하되, 이러한 의견을 토대로 2년여간의 준비기간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체 수련 기간은 5년에서 4년으로 가는 방향으로 하고. 예방의학과의 경우 인턴밖에 임상 경험이 없으므로 당초 3년에서 4년으로 수련기간을 늘릴 계획이다. 가정의학과는 많은 진통을 겪었으나 선진국의 흐름과 여러 차례 논의를 바탕으로 1년 연장, 즉 4년으로 결정됐다. 결핵과는 3년으로 존속하게 된다.

또한 올해 전공의 공통수련과정, 연차별수련과정을 연구해 내년도에 시범적용할 계획이며, 의학회 등과 논의해 의대실습생들의 의무기록 열람권한 부여에 대해서도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더불어 올해 전공의 전형시험의 조정을 검토한 후 2014년말 시행할 예정이며, 수련병원 정보시스템 구축과 시범운영, 인턴수련병원 조정 시행방안 마련 등을 실시한다.

이에 대해 병협과 전공의협의회는 반대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다. 반면 그간 반대입장이었던 의대생들을 비롯해 학계, 의협 등은 폐지에 대해 찬성했다.

황인택 대한병원협회 평가수련이사는 "대체인력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전혀 없다"면서 "무엇을 보고 사람을 뽑아야 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전공의 숫자마저 적은 상태에서 지방중소병원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비인기과목의 지원자가 더 적어지고, 수련 중도 포기자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응당법과 비슷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성인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 역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해 11월 전공의 설문조사 결과 74.57%의 전공의가 인턴제 폐지를 반대했다며, 만약 시행 시 고려돼야 할 점들을 언급했다.

장 이사는 "인턴이라는 대체인력이 사라질 경우 전공의 생활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면서 "인턴이 없어지고 바로 NR1이 도입되는 해에 전공의 정원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다음해부터 업무과중의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시행 당해년도에는 평소 두 배 숫자인 NR1과 R1이 인턴 업무를 나눠서 하게 되겠지만, 다음해부터는 NR1은 인턴 업무와 1년차 업무를 같이 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기존에 반대입장에서 '폐지 수긍'으로 돌아선 조원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회장은 "제도 폐지보다도 복지부의 시행하는 방식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복지부의 선시행 후보완 방침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히 보완책에 대한 방향성만 논의할 뿐,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면서, "애매한 보완책은 학생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복지부가 정보 공유 방식의 미흡함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조 회장은 "학생들에게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면서 "민감한 사안인 만큼 피해받는 학생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한편 오늘 토론회에 이어 복지부는 30일 의학회 주관으로 2차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후 6월초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제도 도입시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치룰 예정이다. 이후 6월부터 본격적으로‘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에 관한 법률’개정안 마련과 입법예고를 진행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