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조건 불이행'이 화두



수가협상 첫날 협상장의 화두는 '지난해 부대조건 이행 여부'였다.

20일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과 대한한의사협회 협상단이 첫 협상을 진행했다. 이날 공단에서는 지난해 부대조건 이행 여부를 질의하고, 한의협은 한의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협상에서 한의협은 '방문당 정액제를 포괄화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공단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부대조건을 걸고, 2.9%의 인상률을 받아낸 바 있다.

공단에서는 시행 시기를 2014년도로 잡았지만, 아직까지 이행을 위한 밑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협 측은 임원진이 대거 변경됨에 따라 이와 관련한 한의협 평회원의 의견수렴 과정을 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인정했다.

전은영 한의협 보험이사는 "내년도에 시행하려면 평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가장 먼저고, 이미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했다"면서 "하지만 4월부터 집행부를 시작했으므로 시기상 어쩔 수 없음을 고려해달라"고 공단에 요청했다.

특히 해당 연구는 일명 '한의계의 포괄수가제(DRG)'로 불리면서 많은 회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으므로, 사실상 회원의 동의가 없으면 진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공단 협상단 측에서는 "내년도 시행인데 아직까지 어떤 작업도 시행되지 않은 점은 불이행과 마찬가지나, 사정이 이해된다"면서 "약속한 시기인 내년도에는 적어도 시행을 위한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단에서는 "이같은 불이행에 대한 부득이한 사정을 반드시 재정소위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시기가 앞당겨짐에 따라 생기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전 보험이사는 "이미 미국에서는 추계가 큰 폭으로 달라져 위험성이 따르므로 쓰지 않겠다고 밝힌 SGR모형을 공단에서 쓸 예정인 것으로 안다"면서 "이에 대해 실효성 등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의협 측은 "날짜가 당겨짐에 따라 공단이든 협회든 연구자료가 미흡해서 난감하긴 하다"면서 "공단에서 SGR모형을 검토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공단 재정위에서 밴딩폭을 제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궁금하긴 하지만, 화투를 치기 전 패를 보여줄 수 없다는 입장은 이해가 된다"며 수긍했다.

첫날 협상장 분위기는 양 단체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이해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는 평가다.

1차협상후 전 보험이사는 "비록 첫 협상단의 자리에 올라 처음 치룬 미숙한 협상이지만, 앞으로 계속되는 협상기간 동안 2011~12년도 자료를 충실히 검토, 합리적인 선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의협 2차 협상은 24일에 진행된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등은 오는 21일 첫 협상 스타트를 끊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