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의 유예 시간을 제공받는다. 사람들은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하게 되며,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진하면 그 즉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때문에 부자들은 오랜 기간 삶을 누리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하루를 겨우 버틸 시간을 노동으로 사거나, 누군가에게 빌리거나 훔치게 된다. 2011년 개봉한 앤드류 니콜 감동의 영화 '인 타임'에 나오는 내용이다. 영화처럼 삶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사람들은 최대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을까?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최근 아시아 4개국과 공동 설문지를 개발해 진행한 '보건의료 의사결정에서 비용-효과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20~59세 성인 19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건강상태에 따른 최대 지불의사 금액은 △경증 2051만원 △중등증 3072만원 △중증 4028만원 △말기질환 3235만원 △즉시사망 2974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을 제외한 경증에서 즉시 사망까지 전체 건강시나리오를 포함한 경우 우리나라 성인은 1년 수명연장을 위해 평균 최대 3050만원까지 지출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과 태국, 말레이시아와 비교했을 때 4개국 모두 1년 수명연장에 대한 지불금액은 각 국가별 1인당 국내총생산(GDP)보다 다소 높았다. 이는 수명 연장 지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의 경우 1인당 GDP 수준 또는 1인당 GDP의 3배에 달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연구진은 "2010년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 경제성 평가 기준을 산출한 데 이어, 아시아 국가 공동연구를 통해 보건의료 의사결정에서 비용-효과성에 관한 객관적인 국제비교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유용한 연구성과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대지불의사금액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인자까지 고려하기에 자료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아직 한계를 가지며, 연구팀은 보다 정교하고 포괄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공동설문지를 개발해 최대지불의사 금액의 영향요인에 대한 심층분석이 이뤄진다면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이선희 원장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건강수명 연장과 이를 위한 의료비 지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보건의료분야 비용효과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해 정책수립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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