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피부과학회 발표

대상포진 환자의 절반 이상이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야 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피부과학회가 5월 피부대상포진 환자의 통증 정도건강의 날을 맞아 지난해 1년 동안 전국 20개 대학병원에 내원한 대상포진 환자 1만9884명을 조사한 결과, 56.7%(1만1270명)의 환자들이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 받아야 할 정도의 통증을 호소했으며, 약 7%(1368명)의 환자는 통증과 합병증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대학병원 피부과에 병상이 적어 피부과 환자가 입원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많은 환자들이 입원을 해야 할 만큼 통증에 시달린다는 분석이다.

대상포진은 소아기에 수두에 걸려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지난 다음 노령이나 질병 등의 이유로 인체의 면역이 떨어지면서 다시 활성화하면서 발생한다. 붉은 물집들이 옹기종기 군집을 이뤄 전체적으로 띠모양으로 나타나면서 그 부위에 타는 듯한 심한 통증을 보이는 심각한 피부질환이다.

대상포진 환자들은 후유증에도 취약했다. 35.4%(7048명)의 환자가 치료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가장 흔한 후유증은 전체 후유증의 90.9%(6409명)를 차지하는 '통증'이었다. 통증에 의한 후유증을 겪은 환자들은 대상포진 치료 3개월 후에도 치료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의 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이들 중 38.3%(2456명)는 '매우 심각한 통증'을, 2.7%(174명)는 '최악이라 할 수 있는 고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타 후유증으로는 △각결막염 등 안구손상 5.6%(392명), △청각이상 및 어지러움증 1.7%(118명), △대소변이상 1.2%(84명), △안면마비 0.6%(45명) 등이 있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대상포진은 재발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조사 결과 전체 환자 중 약 4%(822명) 정도가 재발환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상포진은 초진 당시 다른 질환으로 진단•치료 되는 경우도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 대상포진을 타 질환으로 오인됐던 환자가 8.4%(1667명)나 됐다.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더욱 심각한 통증과 후유증을 겪을 확률을 높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대한피부과학회 계영철 이사장(고려의대 피부과 교수)은 “대상포진은 피부과 입원 환자 중 20% 이상을 차지하는 발병 빈도가 상당히 높은 질환"이라며 "치명적 통증과 신경통 등 후유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초기에 피부과 전문의의 전문적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초기 증상 발생 시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상포진 환자 수는 해마다 꾸준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 41만6216명이었던 대상포진 환자는 2012년 57만7157명으로 4년 새 약 40% 정도 증가하는 등 최근 5년 평균 9%에 달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중 약 18%의 환자에서 당뇨, 암, 항암치료 등과 같은 면역 저하 상태가 나타났으며, 향후 고령화 등의 이유로 면역저하 환자가 증가하면서 대상포진 환자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즉, 대상포진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문제도 대두될 것으로 학회측은 예상했다.

학회 이석종 홍보이사(경북의대 피부과 교수)는 “대상포진은 통증과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만큼이나 사회경제적 손실로 인한 고통이 큰 질환"이라며 "면역력 강화와 예방주사 등 예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올바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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