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은 포괄수가제 운영에서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의사들의 임상결정 의견을 반영하면서 제도를 시행해 중복수술 등에도 100% 보상하고, 환자들 역시 재원일수에 대한 의사들의 의사결정을 잘 따른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안겨줬다.
















한림대의료원은 13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대강당에서 ‘포괄수가제(DRG) 세계적 경험과 우리의 갈길’ 주제로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개원기념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Glenna Friedman 뉴욕프레스비테리안병원 의무기록 및 코딩팀 팀장, Karen Scott 뉴욕프레스비테리안병원 적정진료 및 환자안전팀 부원장, Laura Gaffney 뉴욕프레스비테리안병원 병원성과개선팀 컨설턴트, Yuichi Imanaka 교토대 보건경제학 교수 등이 참석해 미국과 일본의 DRG 사례를 소개했다.

우리나라 DRG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선택참여 방식의 사업을 실시하고, 지난해 7월부터 병의원급에 7개 질병군에 대한 당연적용을 실시했다. 올해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 당연적용 확대시행을 위해 중증도 등을 고려한 환자분류체계 재정비 등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한림대의료원 부의료원장인 이근영 교수는 “현행 포괄수가 수준은 병원 원가에 비해 훨씬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분류체계를 명확히 해야 의사비용, 병원비용, 검사비용, 입원비용, 재료비, 비급여 등을 반영할 수 있고, 증증환자에도 DRG를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는 “우리나라는 재원일수가 길고 매우 많은 외래 방문, 낮은 일차의료의 질 등이 문제되고 있다. 특히 긴 재원일수는 행위별 수가제, 과도한 병상수, 요양병원의 급속한 증가 등의 공급자적 요인과 소비자에 대한 통제기전이 없는데서 발생한다”며 “미국의 DRG는 의사와 병원에 대한 각각의 보상이 있고, 일본은 의사와 병원 보상을 구분하고 병원 보상만을 포괄하는 진단시술분류 지불제(DPC)를 시행하는 만큼 의사와 병원 보상이 구분돼 있지 않는 우리나라의 DRG는 합리적인 보상에서의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그럼에도 복지부의 확대 시행 의지는 강력하다. 보건복지부 배경택 보험급여과장은 “현재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의료 질 예비평가 결과, 의료질 저하,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병원의 진료거부, 중증환자 기피 현상 등 당초의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DRG는 의료자원의 합리적인 활용, 의료서비스의 효율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종합병원 이상 DRG 시행 한달 반 정도 앞둔 가운데, 이들 전문가와 함께 미국, 일본 연자들에 DRG 실시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이날 병원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 제도 보완과 개선에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에서는 DRG에 대한 수가를 어떻게 책정하고 있는가.

미국은 간단한 진료부터 중대한 수술까지도 수가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시스템을 토대로 뉴욕 주에서 각각 통계치를 내고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Glenna Friedman 팀장)

-포괄수가제 실시할 때 의료원가 산정은 어떻게 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원가를 정확히 측정하는 도구가 부족하다.

원가산정은 어려운 문제다. 의료자원의 원가 책정은 사용한 의료자원에 따라 결정한다. 사망률, 처방패턴, 투약, 장비, 급여와 관리방법 등 모든 요소를 포함해서 원가를 계산한다. 진료와 관련한 모든 아이템을 집약해 DRG에 비용에 반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정 과정과 방법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재원환자의 비용은 재원일수에 따른 비용을 계산해 각각을 비교해 결정한다. 또한 장비나 약물 사용에도 비용 부담이 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각각을 비교, 최종적으로 산정하게 된다.(Laura Gaffney 컨설턴트)

일본은 병원들이 일본식 DRG인 DPC기반 지불시스템의 원가 산정을 제출해야 한다. 순이익과 비용의 상관관계를 토대로 정부가 가장 효율적인 비용을 결정하고, 이 체계를 기반으로 수가를 결정하게 된다. 전년도의 데이터를 감안한 수치도 고려한다. (Yuicji Imanaka 교수)

-두가지 시술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예컨대 맹장수술을 받고 자궁적출술을 받을 경우, 두 번째 수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어떻게 수가책정이 되는가.

미국은 수술을 위한 별도의 계층도를 가지고 있어서 개별 수술마다 적용된다. 하나 이상의 수술을 할 때는 우선 의무기록에 수술 정보를 입력하게 된다.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은 DRG가 규제를 받게 되지만, 수술 전체가 좀더 높은 수준의 진단과 치료를 요구한다면 개별적인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Glenna Frieman 팀장)

일본은 똑같은 수술 방에서 하나 이상으로 수술을 할 때 첫 번째는 DPC에서 보상하고, 두 번째는 50% 보상을 받게 된다. 두 개 다 수술이 이뤄진다면, 정부 차원에서 최후에 100%를 보상한다. 병원이 다르면 2개를 개별로 지불한다. (Yuichi Imanaka 교수)

-한국은 두가지 수술을 동시에 받을 경우, 환자의 재입원을 통해 두 번째 수술을 받도록 권유할 수도 있다. 과연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가.

DRG 내에서는 주진단 수술과 부수적인 수술을 처리할 수 있는 DRG 시스템이 있다. 두 번째 진단에 의해 할 수 있는 수술이 있다. 주진단과 관련없는 수술은 두 번째 진단에 의해 처리할 수 있는 분류를 별도로 둬야 한다. 단, 의무기록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하되, 당국에서 각각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DRG외에 서로 다른 지불방식이 개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개의 시스템이 서로 결합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환자를 퇴원시켜서 재입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Glenna Friedman팀장, Laura Gaffney 컨설턴트)

-재원일수를 환자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를 차단하고 오더를 내리지 못하는 방법까지 채택해야 하나 생각될 정도다. 재원일수 관리를 위해 좋은 방법이 있나?

미국의 의사들은 재원일수를 줄이기 위해 많은 방법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재원일수를 줄이기 위해 너무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고,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환자들에게 진단을 토대로 언제 퇴원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견을 의사와 담당 직원이 함께 커뮤니케이션한다. 진정한 재원일수 관리 기능은 적절한 시기에 환자를 퇴원을 시켜야 작동한다. 환자들은 여기에 동의하고 따르게 된다. (Glenna Friedman팀장)

-DRG 시행 확대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 조언 한마디 해달라.

DRG 시행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의사들의 임상적인 결정을 침해하는 것이다. 환자의 안전과 진료의 질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다. 환자가 언제 퇴원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의사의 결정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제도 시행 시에도 정부와 의사가 함께 모여 같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협업해 운영해야 한다. 이 때 절대로 의사를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Glenna Friedman팀장)

한국이 긍정적인 측면에서 DRG를 운영하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 지불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임상적인 근거도 마련할 수 없다. 제도 시행 시 중요한 것은 일관성있는 결과를 도출해내고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DRG 를 통해 병원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을 것이다. DRG가 환자를 위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측면에서의 성과 측정이 가장 중요해진다. (Laura Gaffney컨설턴트)

한국 의사들의 걱정은 주로 측정 전략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료공급자 차원에서는 환자의 진료 질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항생제 등 여러 가지 의료재료에 대한 치료방법을 추적함으로써 데이터를 만들어야 하고, 만약 잘못된 치료방법이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 (Karen Scott 부원장

일본에서는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토대로 진료의 질을 개선하는데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DPC는 병원들이 참여하는 것이 이득이 되게끔 설계됐다. 그만큼 병원에 많은 혜택을 주며, 이를 기반으로 정부가 효율적인 지불체계 개편수단으로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많은 병원들과 참여하고,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발판으로 정부가 효율적으로 의료자원의 할당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즉, 정부는 많은 병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Yuichi Imanaka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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