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 Can Control Asthma"



5월 7일(매년 5월 첫째 화요일)은 ‘세계 천식의 날’이다. 올해 역시 예년과 같이 ‘천식은 조절할 수 있다(You Can Control Your Asthma)’를 주제로 천식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행사가 전세계적으로 펼쳐진다. 적절한 치료를 지속적으로 적용하면 천식의 조절을 통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한편, 세계 천식의 날을 주관하는 국제천식기구(GINA)는 올해 주제에 ‘이제 천식을 조절해야 할 때다(It’s Time to Control Asthma)’라는 부제를 추가했다. 둘을 합쳐 의역을 적용해 보면 ‘천식은 조절할 수 있으니, 이제 이를 실천해야 할 때다(You Can Control Your Asthma, It’s Time to Control Asthma)’ 정도로 의미와 목적을 해석해볼 수 있겠다.

의원 역점 질환, 치료현실은?

정부는 지난 2011년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과 함께 천식을 의원 역점 질환(경증 질환)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천식의 약물치료 시 1차 의료기관의 환자 본인부담금은 30%,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은 각각 40%와 50%로 책정됐다. 천식치료에 있어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그 만큼 중요해진 것이다.① 이에 대해 천식 전문가들은 경증 질환 분류의 기준이 잘못돼 있어 중증 천식환자들의 건강 기본권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천식과 관련해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졌으나, 아직 의원급에서 천식의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천식환자에게 흡입 스테로이드제(ICS) 단독요법 또는 ICS + 지속형 베타2 항진제(LABA) 복합요법이 사용된 비율은 21%에 그쳤다. 2010년 조사에서는 23%로 다소 증가했으나 영국(50%)이나 호주(80%) 등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ICS나 ICS + LABA 복합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천식조절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약제로 권고되고 있다.②
이와 관련해 건국의대 유광하(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3차 의료기관에서 호흡기계 전문의의 ICS 처방률이 약 8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1·2차 기관에서의 처방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개원가의 현실을 짚었다. 실제로 NPA 처방데이터에 따르면, 2011년과 2012년 비교시에 클리닉의 천식환자 치료 비율은 9.1% 성장했지만 ICS나 ICS 복합제의 처방률은 0.9% 높아져 거의 변화가 없다. 반면, 경구제 처방은 9.7% 상승했다.

증상완화제·경구스테로이드제 > 흡입스테로이드

1차 의료기관의 천식치료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증상완화제(기관지확장제)가 많이 사용되고, 천식조절제(염증치료제)는 흡입 스테로이드제보다 경구 스테로이드제의 사용률이 높다. 이는 가이드라인의 치료전략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지침과 현장 사이에 갭이 존재하고 있다.

GINA 가이드라인과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천식진료지침은 질병조절제, 즉 염증치료제를 치료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있다. 혈압이나 당뇨약을 지속적으로 써서 수치를 낮추고 유지하듯이 기도염증을 꾸준히 조절하는 염증치료제를 써야 한다는 것이 최근 천식치료의 동향이다. 염증치료제 가운데서는 ICS가 일차선택제로 언급되며, ICS + LABA 복합제는 GOAL 연구를 통해 천식 완전조절의 효과를 입증받았다.③

경구 스테로이드제는 전신 부작용 위험을 고려해 마지막 단계에서 최소량의 사용이 권고되고 있다. 증상 완화제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때 등 필요 시에만 사용하도록 권장된다. GINA 가이드라인은 천식환자에서 “증상완화제의 사용이, 특히 매일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은 천식조절의 퇴행을 의미한다”며 치료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즉, 천식조절제는 매일 규칙적으로 증상이 없어도 사용하는 장기적인 치료전략이며 증상완화제는 필요할 때에만 사용하는 전략이다.

가이드라인과 진료현장의 차이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이 처럼 가이드라인의 약물치료 권고안과 진료현장의 처방패턴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2002년 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를 보면, 천식치료 가이드라인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임상의들이 65%에 달했으나 ICS 처방률은 10%, 복합제는 2%로 가이드라인의 인지와 실천이 서로 어긋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④

서울의대 조상헌 교수(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는 “천식환자를 적절히 진료하기 위한 치료지침이 개발돼 보급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10% 정도의 의사만이 지침에 맞는 진료를 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고 밝혔다. “현재 나와 있는 가이드라인이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권하고 있지만, 실제 개원가에 적용하기에는 복잡하고 내용이 방대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는 가이드라인과 실제 임상현장의 진료 사이에 놓인 단절을 이어줄 교량 역할의 프로그램으로 EAM (Easy Asthma Program)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EAM의 프로토콜을 따라가면 100%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⑤

삭감의 공포

ICS와 ICS + LABA 복합제의 천식치료 효과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돼 왔고 널리 알려져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 따르면, ICS는 천식환자 치료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특히 ICS + LABA 병용투여는 단독제 투여보다 효과가 월등한 것으로 알려져 조절되지 않는 천식환자에서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ICS + LABA 복합제의 천식치료 시에 보험인정 기준은 ‘중등도 지속성 이상 단계의 천식에 투여 시’로 규정돼 있다. 처방과 함께 이 기준을 명시하지 않으면 삭감 대상에 포함된다. 학회는 이에 대해 “중등도 지속성 천식이라는 용어가 2006년 이전의 기준으로 이후에는 모든 지침서 및 교과서에서 사용되지 않는 분류 기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⑥

천식환자 상태의 분류는 치료를 결정하고 조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과거에는 이 기준을 경증 간헐성, 경증 지속성, 중등증 지속성, 중증 지속성의 중증도로 잡아 분류했다. 하지만, 천식의 유병특성으로 인해 이렇게 고정된, 틀에 박힌 중증도 분류가 임상현장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중증도 분류 자체가 복잡하고 환자 상태를 제대로 반영(설명)하지 못하다 보니 진료에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천식은 하루 중에도 호르몬이나 자율신경계의 변화에 따라 조(朝)·주(晝)·야(夜)의 증상의 정도가 달라진다. 천식환자들 대부분은 하루 중에도 경증과 중증을 오가고, 몇 달 동안 정상소견을 유지하다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는 것이 부지기수(不知其數)다. 특히 천식은 감기가 걸리면 급격한 증상악화를 나타낸다. 조상헌 교수는 “천식의 치료는 경증이든 중증이든 증상 없이 잘 조절해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⑦ 따라서 증상의 조절 정도에 초점을 맞춘 가이드라인의 천식 분류체계 변화는 환자중심의 맞춤치료 패러다임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결국, 중증도를 기준으로 보험급여를 인정할 경우에는 경증과 중증을 급격하게 오가는 천식환자들 치료하는데 있어 의사들의 처방전략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된다.⑧

인지와 실천의 갭

천식은 ‘저승에 가서야 고쳐지는 병’이라는 과거의 오명을 벗고, 이제 ‘치료를 통해 관리가 가능한 질환’의 영역으로까지 들어와 있다. 천식발작(asthma attack)을 막을 수 있는 증상완화 치료와 함께 천식 자체를 조절할 수 있는 염증치료 전략까지 구비돼 있다. GINA 가이드라인은 “천식치료의 목표는 천식의 조절과 유지”라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대부분의 환자에서 약물치료를 통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⑨

하지만, 천식과 관련한 진료현장의 현실은 이 같은 치료목표의 달성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데이터는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천식의 유병률과 이로 인한 사망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천식환자들이 여전히 고통스러운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⑩ 현대의학이 말하는 ‘천식은 조절할 수 있다’는 대명제와 달리 진료현장의 현실은 천식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인지를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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