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급 당 학생이 30명씩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중 다섯명은 사이버 폭력 피해자라는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반별로 10명 가량은 하루에 세시간 이상씩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학업 외 목적으로 컴퓨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코헨어린이메디컬센터 Andrew Adesman 박사팀은 5일 워싱턴에서 열린 소아과관련학회(PAS) 연례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고교생에서 사이버 폭력은 자존감과 감정적 웰빙, 유년기 사회성을 위협한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Andesman 박사는 "청소년들은 일반적으로 웹을 통해 서로 교류하며,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전혀 모르던 새로운 방법으로 유년기에 잠재적인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의 2011 유년기 위험 행동 연구에 참여한 공립 및 사립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 1만5425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CDC는 2년마다 전국적으로 대표집단을 선정해 사망이나 장애, 사회적 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건강 위험 행동 6가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2011년 처음으로 사이버 폭력에 대한 항목을 신설했다. 질문 대상에는 이메일과 채팅방, 문자메시지, 웹사이트 등의 사이버 활동이 포함됐고, 각 학교별 응답률은 81%, 학생들의 응답률은 87%였다.

분석 결과 전체 학생 중 16.2%가 지난 12개월 내 사이버 폭력을 당해봤다고 응답했으며, 피해율은 남학생(10.8%)보다 여학생(22.1)에서 두배 가까이 높았다.


한국 10대도 13.5%는 사이버 폭력 당해

이는 우리나라도 조사 결과와도 다르지 않다. 2012년 전국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 폭력 중 정보통신망을 통한 사이버 폭력이 13.6%로 협박·욕설 36.9% 다음으로 높고, 빵셔틀 6.2%보다 두배 이상 수준이었다.

지난 3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간한 Internet & Security Focus에 따르면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학교폭력의 저연령화와 더불어 사이버 폭력에 가담하는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10대의 악성댓글 작성 경험율은 48%, 허위사실·미확인 정보 유포 경험율은 73.8%로 타 연령 대비 높다. 사이버 모욕과 사이버 스토킹, 명예훼손, 사이버 성폭력 등을 해본 경험이 있는 10대도 76%로 20대 58.2%보다 월등히 높았고, 초등학생은 3명 중 1명은 사이버 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사이버 폭력이 학교 폭력과 연계된 형태로 나타나고, 이 행위가 학교 밖 공간까지 이어지면서 피해 학생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사이버 폭력의 형태도 헛소문 퍼뜨리기, 악성댓글 달기, 악성문자 보내기 등의 언어폭력부터 게임을 대신하도록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지속적으로 협박하거나, 게임 아이템을 상납하게 하고, 모바일 메신저에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여 피해 학생에게 단체로 욕설을 퍼붓는 등 다양해지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코헨어린이메디컬센터 Karen Ginsburg 박사는 "사이버 폭력은 이미 현실속에서 '조용한 위험'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소아 및 청소년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고 있어 잠재적으로 매우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사이버 폭력 고위험군을 찾아내 예방 전략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desman 박사는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컴퓨터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사이버 폭력은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는 소아 및 청소년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 수업, 여학생 폭력·괴롭힘 줄여

그렇다면 이같은 폭력 노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같은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Tamera Coyne-Beasley 교수팀은 '체육 수업'을 대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2011 노스캐롤라이나 유년기 위험 행동 조사에 참여한 14~18세 청소년 1800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대상자 중 25%가 학교에서 팀 운동, 9%가 개인 운동, 17%가 팀 운동 및 개인 운동 프로그램 모두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 결과 팀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학생이 지난 12개월간 동성 친구와 다툰 경험은 14%로 운동 프로그램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여학생 22%보다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학생은 어떤 종류건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남녀 간에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Coyne-Beasley는 "일반적으로 남학생의 경우 여학생에서보다 운동 중 어느 정도의 폭력성이 용인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개인 운동을 하는 남학생보다 팀 운동을 하는 남학생이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덜 당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팀 기반 환경이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될 확률을 줄이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학생들에게 해당 그룹에 대한 소속감을 높여 괴롭힘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