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 요법보다 투여 횟수 간소화…공복·식후혈당 동시에 공략
벨기에 환자 30%가 적용…초기 적극 조절로 심혈관사건 예방 가능
벨기에 앤트워프대 내분비대사학과 Christophe De Block 교수


비만의 증가와 함께 당뇨병 유병률이 늘고 있다. 따라서 경구 혈당강하제 가운데 체중개선에 긍정적 또는 중립적 영향을 미치는 신약의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인슐린을 처방해야 한다. 안전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만성 합병증 위험감소의 가능성이 높은 치료전략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은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은 심혈관 합병증 고위험군이 많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인슐린을 통한 적극적인 혈당조절에 중요한 의미와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벨기에 앤트워프대 내분비대사학과 Christophe De Block 교수(사진)는 "고혈당의 치료목표는 당화혈색소(A1C)를 조기에, 가능한 낮은 수준으로, 안전하게 낮추고 유지하는 것"이라며 "인슐린을 조기에 잘 사용한다면 환자의 예후를 장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당뇨병 치료에 있어 인슐린 요법의 역할을 강조했다.

"위험도가 높은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인슐린과 같은 적극적인 혈당치료를 통해 초기부터 A1C를 잘 조절하면 장기적으로 심혈관사건 예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사기억(legacy effects)'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주사방식의 불편함과 공포, 안전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임상현장에서 인슐린 요법의 적용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Block 교수는 이에 대해 "인슐린은 안전하게 혈당을 낮출 수 있는 당뇨병 치료제라는 것이 입증돼 있다"며 벨기에의 예를 들었다. 의료계와 정부, 환자들의 인식개선으로 인해 전체 당뇨병 환자의 40% 정도가 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

그는 특히, 복잡한 적정 용량 스케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동시에 공복과 식후혈당을 모두 타깃으로 하는 혼합형 인슐린 요법을 통해 효과는 물론 순응도까지 개선해 궁극적인 치료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방한한 Christophe De Block 교수를 직접 만나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혼합형 인슐린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 안전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임상현장에서 인슐린 요법의 비중은 아직 낮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지?

“벨기에를 예로 들면, 인슐린 사용 경험이 상당히 많다. 당뇨병 유병률이 전체 인구의 7.9% 정도인데, 환자의 40% 가량이 인슐린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혼합형 인슐린 유사체에 대한 경험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환자의 30%가 혼합형 인슐린을 처방받고 있다.”

- 고위험군이 많기 때문인지, 의료진이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구사하기 때문인지?

“두 가지 모두라고 본다. 의료진들은 인슐린이 효과가 좋고 안전하면서 관리도 쉽다고 믿고 있다. 또한 벨기에 당뇨병 환자 중에는 대사증후군이 많아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다. 따라서 환자의 A1C가 8%를 넘기면 의료진은 인슐린 투여를 시작한다. A1C가 너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의료진이 인슐린 요법을 선호하는 분위기와 더불어) 주치의, 내분비 전문의, 당뇨병 전문의 간에 협력관계도 잘 구축돼 있다. 또한 의료진이 인슐린 요법을 빨리 시작하게 되면, 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제도적인 부분도 뒷받침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당뇨병 진단에서 인슐린 투여까지 9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와 전문 의료진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5~6년 정도가 소요된다. 인슐린 치료이 비용효과와 장기적인 안전성 및 유효성이 확실하기 때문에 정부나 환자가 조기 사용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혼합형 인슐린 유사체가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 인슐린 치료를 시작할 때 가능한 전략적 선택은? 이 가운데 혼합형 인슐린의 역할은?
 
“처음 시작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기저 인슐린이나 혼합형 인슐린 유사체를 1일 2회 사용하게 된다. 기저 인슐린 사용만으로 혈당이 떨어지지 않아 증량해야 하는 경우, 증량 범위가 kg당 0.5 단위를 초과하면 야간에 저혈당증 위험이 증가한다.

이러한 경우 애초부터 혼합형 인슐린을 사용해 횟수와 용량을 줄이면 야간 저혈당증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혼합형 인슐린으로는 리스프로 인슐린 혼합물(휴마로그) 25와 50이 대표적인데, 50의 경우 특히 쌀을 비롯한 고탄수화물 식단을 따르는 환자나 A1C가 매우 높은 환자에게 적당하다.”

- 혼합형 인슐린으로 보다 세밀한 맞춤치료와 순응도 개선이 가능해지는 것인가?
 
“환자마다 차이가 있어 개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젊고 사회생활이 활발하며 바쁜 삶을 살고 있는 환자나, 4회에 걸쳐 인슐린의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환자에게는 다회 인슐린요법(이하 BBT)의 스케줄이 선호될 수 있다.

반면 혼합형 인슐린 유사체를 사용하면 4회가 아닌 2회로 혈당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이를 선호하는 집단이 있을 수 있다. 혼합형 인슐린은 노인 환자에게도 사용 가능성이 높다. 복잡한 적정 용량 스케줄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손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또는 BBT 대비 복잡하지 않은 스케줄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혼합형 인슐린의 사용이 증가할 것이라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혼합형 인슐린은 혈당조절 시에 공복혈당, 식후혈당 모두를 목표로 하는 만큼, 매일 혈당을 조절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이다.”

- 고정용량 복합인 만큼, 용량조절의 제약이 있지 않나?

“BBT와 비교할 때 정교하게 적정 용량(이하 적정)을 조절하는 것은 어렵지만, 리스프로 혼합물로 기본 용량을 잘 조절하면 이후의 환자에 대해 별도로 적정을 변화할 필요는 없다. 환자의 특성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BBT는 적정을 조절하고 싶거나, 유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거나, 젊고 식사시간이 불규칙한 환자들에게 처방한다. 반면 혼합형 인슐린은 규칙적인 라이프스타일의 환자들에게 적합하다. 식단도 예측 가능하고 삶의 리듬도 규칙적이며, 매일 적정을 조절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보다 부합된다.”

- 혼합형 인슐린 요법과 관련한 PARADIGM 연구의 결과와 의미는?
 
“연구의 목표는 경구 혈당강하제로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서 리스프로 혼합물 25를 1일 3회로 증량하는 것과 인슐린글라진만 단독으로 사용하다 리스프로를 1, 2, 3회로 증가하는 것 중 비열등성(non-inferiority)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환자들이 접하는 일상적인 면을 충실하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다. 리스프로 혼합물과 인슐린글라진 요법을 비교한 결과, A1C·저혈당증 발현·체중의 3가지 면에서 동등한 결과가 나타났다.”
 
- 편의성이나 비용, 합병증과 같은 측면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혼합형 인슐린의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인가?
 
“편의성은 환자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아무래도 2회 투여하는 것이 편의성은 높다고 생각된다. 비용은 인슐린마다 벨기에와 한국의 가격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답변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연구의 초점이 A1C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 상태에서 합병증에 관한 명확한 결론이 힘들다.”

- 아시아인의 당뇨병 유병특성과 관련해 인슐린 요법 혜택을 더 기대해볼 수 있다고 보는지?

“유럽인에 비해 아시아인 식후혈당의 최고점이 높게 나타나고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은 적다. 식후혈당의 최고점을 잘 조절하는 치료법을 사용하면 환자들에게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혼합형 인슐린이나 BBT 요법으로 치료할지는 환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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