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 골절, 추락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고 장준하 선생은 사망 전 추락으로 몸에 손상을 입었으며, 두개골 골절도 추락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학회 보고가 나왔다.

대한법의학회는 26일 한림대에서 열린 제21회 기초의학 학술대회에서 '사회적 이슈와 법의학'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날 서울의대 이숭덕 교수는 '장준하 의문사 사건 관련 감정위원회 보고'를 통해 감정 결과를 제시, 플로어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교수는 위원회 설립 배경으로 "사건 진행 과정에서 사실이 잘못 전달되기 시작해 전문가가 감내할 수준이 넘어 학회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의문사와 관련한 논란의 해결에 있어 과학적 감정은 중요하지만 선생의 죽음과 관련해 다시 제기되기 시작한 논란의 진행은 이와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법의학은 논란에 대한 답을 주는 학문인데 전문가 의견을 기자들이 마음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임으로서 오히려 논란을 더 확대시켰다"면서 "법의학자로서의 자괴감과 사회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감정을 '퍼즐 맞추기'에 비유했을 때 이번 사건은 발생 후 많은 시간이 흐른 만큼 감정의 근거가 될 '퍼즐 조각'이 많이 소실됐다. 따라서 위원회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보고서와 시신 관련 사진 13매, 현장 모형도 사진 5매, 현장 사진 6매, 묘지 이장 당시 동영상 등을 바탕으로 감정을 했다. 현장 조사는 사건 당시와 많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어 생략됐다.

이 교수는 "시신 사진을 보면 신체 뒷부분과 오른쪽 부위에 피하 출혈과 표피 박탈 등의 손상이 육안으로 명백하게 확인된다"면서 "그 외 두개골 골절과 골반골 골절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골반골 골절은 일반적으로 발생하기 쉽지 않고 매우 큰 힘이 작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추락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생활 반응의 가장 기본인 출혈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추락은 생전에 발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6*7cm 크기의 원형 두개골 골절이다. 골절은 골절선이 이어진 부분에 위치하며 충격점은 둥근 모양의 안쪽 가운데인 것으로 관찰됐다. 이를 중심으로 골절선이 벌어진 양상을 보였는데, 위원회는 굉장히 강한 외격이 1회 가해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 교수는 "두개골 골절이 가격으로 발생했다고 가정했을 때, 가격 후 추락 시 두개골에 이 외 다른 추락에 의한 상처가 보여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또한 의학적으로 따져봤을 때 두개골 골격의 원인으로 망치와 같은 원형 물체를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근거에 이 교수는 "두개골 골절은 추락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과를 제시했다. 다만 분석에 사용된 자료가 충분치 않았고, 유골의 실물을 보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료가 더 있을 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이 교수의 발표를 두고 플로어에서는 많은 반론이 이어졌다. 논란의 중심은 두개골 골절에 집중됐다. 특히 학회 회원이 아닌 의사 및 일반인, 유족, 의문사진상위원회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석해 플로어를 가득 메우면서 "학술대회인 만큼 학술적인 논의를 부탁한다"는 당부가 나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반론에 대해 이 교수는 "두개골이 매우 두껍다는 점, 골절이 원형으로 나타났다는 점, 봉합선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사람의 힘으로 발생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더불어 망치와 같은 원형 물체로는 이와 같은 골절이 나타나기 힘들고, 넓은 면의 툴(tool)로 가격했다 했을 땐 피부 손상 측면에서 설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부위 손상이나 사망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릴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감정 시 의학적 판단과 사건 전체에 대한 판단을 혼동하지 말아야 하며, 사망의 원인과 사망의 종류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추락사의 경우 법의학에서는 그저 '추락사'라는 원인을 제시할 뿐 그 추락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와 같은 사망의 종류는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많은 내용을 설명하려면 다른 퍼즐 조각을 찾아야지 몇개 안 되는 퍼즐 조각으로 섣부른 추측을 해선 안 된다"면서 "상황적 논란은 법의학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위원회에서 제시한 것 외 더이성의 의학적 판단은 내릴 수 없다"고 일축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검시제도는 아직 미비한 상태"라면서 "향후 이번 사건 처럼 퍼즐 조각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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