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인센티브제도-미·유럽, 고칼로리 저영양식품에 ‘비만세’

1. 재정정책, 비만 감소에 도움 될까?
2. "살 뺀 사람들, 돈 받아 가세요"
3. 살찌는 음식 먹으려면 "세금 더 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기준 1조8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됐지만 2011년 기준 3조4000억원 가량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건강보험 지출액의 10%를 초과하는 수준이며, 여기에는 병의원 이용비용, 질병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 장애 및 조기 사망률 증가 등이 포함된다.

이에 유럽과 미국 일부 주에서는 비만을 예방 또는 억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건강식품에 대한 가격 인하보다는 건강유해식품에 대한 과세 정책이 보편적인데, 담배나 술, 환경오염물질처럼 고칼로리 저영양식품의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소비를 줄인다는 목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0년 건강유해식품에 대한 가격 인상이 이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과일이나 채소 등 건강식품의 섭취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으며, 2011년 열린 국제연합(UN)의 '만성질환 대응을 위한 정상회담'에서도 건강유해식품 소비 억제를 위한 재정정책이 논의됐다.

그렇다면 재정정책이 기대만큼 현실에서 위력을 발휘할까? 각 나라마다 상황이 달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시행 중인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유럽, 고칼로리 저영양식품에 ‘비만세’

덴마크는 오래 전부터 특정 영양소를 포함하는 식품에 소비세를 부과해왔다. 1920년대에는 초콜릿과 사탕, 1940년대에는 아이스크림과 탄산음료 등으로 건강유해식품에 대한 과세 범위를 확대했으며, 2010년에는 조세개혁을 통해 포화지방을 2.3% 이상 함유한 식품 모두에까지 소비세(비만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필수 영양소 섭취를 위해 필요한 식품군의 가격 인상률은 0.7~5%정도이며, 그 외에는 10% 이상, 많게는 20% 이상 가격이 올랐다. 이로 인한 세수입 증대 효과는 2011년 2억5000만 덴마크크로네(DKK, 한화 약 492억원), 2012년과 2013년 각가 5억 DKK였고, 이후 연간 4억3000만 DKK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헝가리는 2011년부터 소금과 설탕, 지방 함량이 높은 감자칩, 초콜릿, 과즙, 에너지 음료 등 고칼로리 가공식품에 별도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다. 당초 소시지나 돼지기름이 포함된 식품류에도 비만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고려됐으나 식품업계의 반발로 제외됐다.

그 외 미국은 28개 주에서 설탕이 들어간 음료, 과자류, 사탕, 시럽 등에 과세를 하고 있다. 프랑스는 기존에 설탕, 초콜릭, 마가린 등에 대해 일반 세율보다 높은 부가가치세(20%)를 부과해온 데 이어 지난해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비만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소비 감소가 비만 감소로 이어지나?

이들 국가에서 비만세 도입에 따른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이 건강유해식품 소비를 감소시켰는지, 그리고 체중 감소에 기여했는지 살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에서 비만세가 도입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분석 가능한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하지 못했다. 다만 경제 이론을 토대로 재정정책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다.

OECD는 자체 분석에서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 가격을 10% 인상하면 소비는 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탄산음료는 다른 건강유해식품에 비해 가격탄력성이 높아 가격을 10% 인상했을 때 소비가 8~1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노르웨이 연구에서는 탄산음료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2배 인상할 경우 탄산음료 소비가 많았던 소비자는 44%, 비교적 적었던 소비자는 17% 덜 사게 되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건강유해식품의 가격탄력성이 최소한 0보다 크기 때문에 비만세 부과로 인한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 감소가 실제로 비만 감소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미국의 다수 연구에서 탄산음료세 부과가 체질량지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지만 감소폭은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과세하는 주와 그렇지 않은 주의 체질량지수를 비교했을 때도 유의한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미국 예일대 보건대학원 Jason Fletcher 교수는 관련 연구에서 "가격 인상으로 탄산음료 소비는 억제됐지만 이를 우유로 대체하면서 총칼로리 섭취량에는 변화가 없고, 체중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다 세수 목적” 비판…세금부과는 비현실적 방법

따라서 비만세 과세가 건강을 목적으로 한다기 보다 세금을 증가시키는 목적이 더 크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오상우 정책이사는 "금연 효과를 보기 위해 담뱃값을 두세배 올려야 하는 것처럼 건강유해식품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몇십원, 몇백원 단위가 아닌 몇배 단위로 올려야 한다"면서 "하지만 세금을 본래 가격의 3~4배로 붙일 수 없기 때문에 이같은 방안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강식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는 것이 비만 예방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 정책이사는 "소아청소년의 과일 및 채소 접근도를 높이면 실제로 많이 섭취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면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학교에 과일바(bar)를 놓고 아이들이 거의 무료로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초중고생에게 과일이라도 마음껏 먹게 할 수 있는 것이 진짜 복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더불어 "비만은 개인의 문제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하는 한편, 정책적 대안이 국민들의 관심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비만이 아닌 사람에 대한 예방 정책과 합병증이 막 시작되는 대사증후군 환자를 위한 정책, 이미 비만인 사람의 해결을 도와주는 정책 세 가지가 각각의 상황에 맞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재정정책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여러 정책적 개입 중 비만을 막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만성질환 예방 모델'을 개발했다.

그리고 일본, 이탈리아, 멕시코, 영국, 캐나다 등 5개 국가를 대상으로 각각의 정책적 옵션을 시뮬레이션하고 장애보정생존년수(DALY)와 정책 시행 비용을 분석했다.

대상 정책은 △학교에서의 교육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캠페인 △식품 광고 자율 규제 △식품 라벨 변경 △직장에서의 개입 △식품 광고 규제 △의사와의 상담 △재정정책 △의사 및 영양사와의 상담 등 9가지 였다.

그 결과 비만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의사 및 영양사와의 상담(연간 평균 DALY 50만년, 평균수명 25만년 연장)으로 의료비 절감 효과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재정정책(DALY 12만년, 평균수명 8만년 연장)과 의사와의 상담, 식품 광고 규제, 직장에서의 개입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사 및 영양사와의 상담에 들어가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비용효과성이 떨어졌고, 재정정책은 효과는 다소 낮았지만 정책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비만 억제 및 만성질환 예방에 가장 비용효과적인 정책적 개입으로 꼽혔다.

또 정책 수혜자를 소득 수준으로 구분했을 때 재정정책에서 저소득층에서의 건강증진효과가 높아 분배 효과도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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