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려장 오명 벗고 사랑받는 병원으로"

의료기관평가 인증을 받은 요양병원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효사랑전주요양병원, 효사랑가족요양병원, 가족사랑요양병원, 유성웰니스재활전문병원, 안산시립노인전문병원, 서울요양병원, 근로복지공단경기산재요양병원 등 7곳이다. 이들 병원은 환자 안전과 진료 및 약물관리의 적정성 등 요양병원의 특수성이 반영된 총 203개의 인증조사기준을 충족하고, 지난 5일 개최된 인증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특히
효사랑전주요양병원, 효사랑가족요양병원, 가족사랑요양병원 등 백상의료재단 계열의 요양병원 3곳이 동시에 인증을 받아 주목을 받았다. 전주라는 작은 도시에 벤치마킹을 위한 병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요즘, 효사랑가족요양병원 김정연 원장으로부터 인증준비 과정과 ‘인증’의 의미를 들어봤다.

타병원 벤치마킹 방문 쇄도
 
"지난 한달 간 3개 병원에 무려 100곳이 넘는 요양병원 관계자들이 찾아왔어요. 이사장, 원장 등 인원도 300명이 넘습니다. 우선 올해 250병상 이상의 요양병원이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아야하는 만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배우기 위해 많이 찾아오고 있어요. 다녀간 다음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아 보람있고 뿌듯한 하루하루네요."
 
인증 발표 전후 김정연 원장은 다른 병원들의 방문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요양병원의 랜드마크가 됐다는 자긍심으로 가득한 동시, 인증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있다.
 
인증은 여러 분야에 걸친 관리가 필요했다. 환자안전관리, 감염관리, 약물관리 등 환자를 위한 기본적인 항목은 물론 경영관리, 행정관리, 인사관리, 교육지원관리 등 너무 많아 다 나열하기도 어렵다. 중점을 두고 개선한 부분은 시설관리다. 그동안은 그저 미화해주는 수동적인 부서에 그쳤지만, 인증에서 소방이나 화재, 전기, 수질관리, 환기 등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안전도 중요한 부분이다. 요양병원은 낙상에 대한 관리를 특히 중요시한다. 수술로 인한 의료사고는 많지 않지만, 안전사고가 많은 탓이다. 환자들의 부주의로 낙상으로 인한 골절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밤에 잠을 잘 자고 싶어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수면유도약물 등도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환자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인증의 핵심이다.
 
"세세한 것까지 신경써야 하더군요. 일테면 감염관리에서 청정구역을 닦는 걸레와 오염구역을 닦는 걸레를 다르게 해야 합니다. 복도용, 화장실용 걸레를 따로 둬야 하고요. 영양실에서는 생선용, 채소용 도마를 다르게 써야 하고, 소독기구도 달라야 하더군요. 절차는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환자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의료 질 향상 습관 정착에 큰 의미
 
방문하는 병원 숫자만큼이나 직원들의 자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사실 돌이켜 보면 인증을 준비하는 지난 1년, 참 힘들었다.
 
"지난해 1월 요양병원 의무인증제가 발표된 이후 피할 수 없는 매는 먼저 맞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신나게, 화끈하게 바꿔서 올해 인증을 통과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지요."
 
인증을 받기 위해 많은 투자가 필요했지만, 선입견대로 금전적인 투자는 별로 없었다. 절차 개선을 위한 의사소통 구조 개선이 더 많았다. 간호사가 의료진의 오더를 한번 더 확인하거나,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을 한번 더 확인하는 등이다. 그만큼 인증은 잘 꾸며진 병원의 외형적인 평가가 아닌 습관의 문제였다. 인증을 준비하면서 공부한 것도, 준비한 것이 많았지만, 인증을 끝내고 나서 오히려 할 일이 더 많다고 느낀다.
 
"정신없이 준비할 때는 몰랐던 것을 한데 모아 오답노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세세한 규정집을 만들면 모든 상황을 다 집어넣는 대신, 전부 소화를 하지 못해요. 모든 직원이 동일한 내용을 이해하고 끊임없이 실천할 수 있도록 인증 이후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시험을 통과하는 과정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병원에 부족한 실질적인 실천전략을 완성해가는 것이지요."
 
현재도 인증 기준에 맞게 적절한 수행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다. 즉, 손씻기를 수행했는지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손씻는 습관을 자리잡게 만드는 것이다. 인증을 토대로 요양병원에도 의료 질 향상 개념이 자리잡고,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내부 분위기를 가장 큰 의미로 해석했다.

요양병원 역할 재정립 중요 시기
 
현재 요양병원은 소규모 병원들이 80~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직원들도 소수이며, 준비에 애로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무인증제가 실시된 만큼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저희 병원은 문제 출제 범위를 알지 못한 채 시험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평가항목도, 인증 받은 병원들도 생겨난 만큼 인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인증의 모든 항목을 충족할 수 없지만, 우선적인 필수항목을 선정해 준비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욕심내기 보다는 4년마다 반복되는 인증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단계씩 밟아가면 됩니다."
 
특히 원장들도 끊임없이 인증에 함께 참여해야 하며, 고생하는 직원들에는 음료수라도 하나 사주며 격려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더욱 유념해야 할 부분은 인증평가항목에 리더십 인터뷰가 무려 1시간 30분에 달하는 것이다. 원장이 실제로 병원 전반을 손바닥처럼 알고 있는지, 감염 보고사례가 있는지 질문한다.
 
"원장이 본인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 환자이야기를 주로 하게 질문합니다. 한시간 반에 이르는 시간동안 답하려면 인증과 병원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하지요. 경영자가 인증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입니다."
 
김 원장은 현재 3개 병원에 엄청난 기회가 되고 있는 만큼, 요양병원 전체도 인증을 토대로 마찬가지 기회를 잡을 것을 기대했다. 또한 인증원에서는 인증항목을 간호사가 부족하고 중증 환자를 다뤄야 하는 요양병원의 특성에 맞도록 개선해나갈 것을 건의했다. 이를 통해 그간 요양병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기능별로 특화된 병원도 만들 수 있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인증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효사랑가족요양병원은 오는 5월 기존 330병상에서 650병상으로 증축 개원, 전국 최대 규모의 요양병원으로 거듭납니다. 다른 두 병원은 암, 재활 등 특화시켜나갈 궁리를 하고 있어요. 요양병원도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오명을 벗고 환자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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