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를 마친 대형 의료기기업계가 애써 태연한 듯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달초 GE헬스케어, 필립스, 지멘스, 삼성메디슨 등 주요 영상장비 업체에 이어 지난주부터는 존슨앤드존슨메디컬, 메드트로닉, 코비디언 등 치료재료 업체에 대한 강도높은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는 업체마다 평균 5일 가량 걸렸으며, 지난 5년 간의 마케팅, 영업, 회계 등의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다음 추가적인 자료 요구도 뒤따랐다.

이번 현장조사는 지난해 공정위가 예고했던 대로 의약품에 이은 의료기기 리베이트에 대한 칼날로 보인다. 또한 의료기기 거래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대리점에서의 불공정거래 여부나 담합, 제품설명회와 임상을 가장한 리베이트 등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들은 공정위의 이렇다 할 조사 방향과 발표결과 윤곽이 나타나지 않아 아리송해 하면서도 불공정거래에 대한 특별한 지적을 받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조사를 받은 A업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어떤 방향으로 조사를 나온 건지 알 수 없다”며 “대형, 그것도 외국계 위주로 조사하고 있지만, 진작부터 내부 문건을 강화하고 증빙서류를 확보해왔던 만큼, 크게 걸려들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B업체 관계자도 “영상장비는 워낙 고가인 만큼 리베이트 정황 포착이 될 수 있고, 치료재료는 보험재정을 차지한다는 측면에서 화살이 온 것으로 보인다”며 “한꺼번에 묶어서 뭔가 발표하겠지만, 조사과정에서의 분위기로는 구체적인 조사방향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일부 업체에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가 하면 다른 업체들로 조사를 확대하는 것을 비춰봤을 때, 결과를 모았다가 한꺼번에 터트리기 위한 사전준비 작업이라는 해석이 많다. 결과발표 키워드는 역시 ‘리베이트’로 예상했다.

이번 조사대상은 아니지만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C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선 리베이트 조사라는데 공감하고 있다”며 “의료기기 특성 상 혹여나 문제가 생기면 대리점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서류를 갖춰놨지만 대리점까지 조사하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안심할 순 없으며, 제품설명회가 워낙 많은 의료기기의 특성으로 인한 리베이트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영상장비업체보단 보험재정을 차지하는 치료재료업체들이 더욱 리베이트 의혹을 받지 않겠냐”며 “스텐트 등 보험가를 잘 받아 업계의 부러움을 사면서도 많이 쓰이는 품목이 가장 위험해 보인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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