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유병률 꾸준히 증가
- 연령별·성별 관리 수준 차이 커 대책 마련 시급


국내 고혈압 유병률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며, 65세 이상 노령 인구에서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고혈압 유병률은 2007년 24.6%에서 2011년 28.5%로 3.9%p 증가했다. 동기간 남자는 26.9%에서 32.9%로 5.0%p 증가했고, 여자는 21.8%에서 23.7%로 1.9%p 증가했다. 65세 이상의 경우 남자는 2007년 대비 2011년 49.3%에서 58.4%로 9.1%p 증가했고, 여자는 61.8%에서 68.9%로 7.1%p 증가했다.

성별 분석에서 전반적인 유병률은 남자 33.9%, 여자 27.8%로 남자가 약 6%p 높았다. 수축기 혈압 평균은 남자 121.2 mmHg, 여자 117.6 mmHg였고, 이완기 혈압의 평균은 남자 79.7 mmHg, 여자 74.1 mmHg였다. 연령별 분석을 추가했을 때 30대, 40대, 50대는 남자의 고혈압 유병률이 여자보다 높으나, 60대와 70대에서는 여자의 유병률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고혈압 관리 수준이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고혈압 인지율은 남자 58.5%, 여자 76.1%, 치료율은 남자 51.7%, 여자 71.3%, 조절률은 남자 36.9%, 여자 49.4%로 전반적으로 여자의 관리수준이 남자보다 높았다. 단 고혈압 치료자의 조절률은 남자 70.5%, 여자 68.4%로 남녀가 유사했다.

관리 수준 편차는 연령별 분석에서도 나타난다. 30대와 40대 남자 고혈압 유병자의 인지율 및 치료율, 조절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았다<그림 2>. 또 고혈압 유병자의 인지율 및 치료율, 조절률이 연령대 증가에 따라 높아지는 것과 달리, 고혈압치료자의 조절률은 남자 30대와 여자 40대에서 가장 높아 성별, 연령별 다양한 관리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국내 고혈압 환자 60%가 대사증후군 동반
- 철저한 혈압관리와 생활개선요법 필요

국내 고혈압 환자 중 60%가 대사증후군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진료 시 이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혈압은 대사증후군의 진단 기준인 동시에 임상적으로 대사증후군에 고혈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대사증후군이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발생을 높인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서울의대 이해영 교수(서울대병원 내과)팀의 연구에 따르면, 대사증후군의 빈도는 혈압의 상승에 따라 뚜렷하게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자 중 정상 혈압군에서 대사증후군 동반률은 5%인 반면 고혈압 전단계군 26.1%, 고혈압 환자군 59.9%에서 대사증후군이 병발했다. 이 결과는 전체 인구에서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인 24.1%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성별 분석결과, 전체 인구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은 것과 달리 고혈압 환자에서는 남녀 빈도가 유의하게 차이나지 않았다. 또 일반적으로 대사증후군은 40대에서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지만 고혈압군에서는 더 이른 나이인 30대부터 이미 50% 이상의 유병률을 가지고, 50대 이후에는 6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연구팀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고혈압 환자에서 대사증후군이 병발될 경우 1.8배 이상 추가적인 심혈관 합병증 발생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종합적인 위험도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다.

이 교수팀에 따르면 표적장기 손상은 혈압의 상승에 따라 유의하게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정상 혈압군 유병률은 8.5%인 반면 고혈압 전단계군은 12.5%, 고혈압군은 20.4%로 증가했다. 당뇨병 인구를 제외한 경우에도 혈압 상승에 따른 표적장기 손상률은 혈압 상승에 따라 8.3%, 11.6%, 17.1%로 유의하게 상승했다.

고혈압 인구에서 기타 심혈관 위험인자 유무에 따른 표적장기 손상 유병률을 비교했을 때 당뇨병을 제외한 대사증후군, 흡연, 과음, 비만 중 대사증후군에 따른 유병률 증가가 가장 컸다. 고혈압군이라도 대사증후군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유병률은 14.8%였지만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는 경우는 18.6%나 됐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고혈압 환자에서 대사증후군이 병발될 경우 좌심실 비대, 경동맥 협착, 미세 단백뇨, 망막 동맥 이상 등 표적장기 미세 손상 빈도가 2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기존 연구결과에 부합된다”고 설명했다. 또 “고혈압 환자 중 대사증후군이 병발하는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고혈압 환자를 진료할 때 대사증후군 진단을 통해 대사 이상을 평가하는 것이 환자의 종합적인 위험도 관리에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내렸다. 이는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서울의대 김상현 교수(보라매병원 내과)팀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대상자 중 46~77%가 복부 비만, 높은 중성지방, 낮은 HDL 콜레스테롤, 높은 혈당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80%가 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팀은 심장과 신장, 말초혈관, 뇌혈관에 걸친 다양한 표적장기 손상을 동반하고 있어 고혈압 및 당뇨병, 지질대사, 비만에 걸친 총체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화의대 편욱범 교수(이대목동병원 내과)는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약제 선택은 ARB, ACE 억제제가 권고되며, 이와 더불어 생활개선요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약물을 써도 조절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혈압이 목표치에 잘 도달할 수 있도록 철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경우 약물 용량 증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기검진 통해 0차 예방 나서야
- 적절한 약제 선택·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 병행 필수

한국인 고혈압의 가장 큰 특징은 합병증으로 뇌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서양인보다 2~3배 높다는 것이다. 기전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 고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고 짠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고혈압 유병특징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 연구가 많이 부족하다.

고혈압과 인종적 차이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백인과 흑인에 집중돼 있다. 간혹 일부 아시아인이 포함된 연구도 있지만 대규모 연구는 없고, 건수도 많지 않다. 다만 국내에서 장기 코호트가 몇 건 진행되고 있어 향후 한국인의 유병역학적인 특성과 고혈압 형성 과정 및 관련 요인을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표적인 코호트로 아동혈압연구인 강화스터디가 있다.

지난해 한국역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강화스터디 20년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고혈압의 결정 요인을 소아기에서 찾고자 하는 것으로 강화군 강화읍에 거주하는 건강한 사람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연구결과 6~11세까지 아동기의 혈압 증가율이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6세 수축기 혈압은 남녀 모두 외국과 유사한 수준을 보여 혈압의 자연적 성장이 높은 시기가 한국인에서 좀 더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수축기 혈압이 자연적인 성장을 거친 후에는 신체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았는데, 혈압 수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체중, 체질량지수, 피부두께, 허리둘레, 엉덩이둘레 등이 꼽혔다. 성별로는 남자는 체중, 여자는 체질량 지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12년 추적조사에서 강화 지역의 고혈압 발생률은 미국의 백인과 흑인보다 높은 수준이었고, 발생률은 남자에서 더 높은 것이 확인됐다. 혈압수준은 체질량지수와 관련성이 컸는데, 2차 성인기 추적조사에서도 어렸을 때 비만한 경우 성인기에 고혈압 발생 위험과 성인 비만 가능성이 높았다.

이화의대 편욱범 교수(이대목동병원 내과)는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운동을 적게 하고 비만한 젊은 성인이 늘고 있는 만큼 조기검진을 통해 초기에 잘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0차예방으로 고혈압 자체를 막는다면 향후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환자 특성에 맞는 정확한 약물 치료와 적극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고려의대 박창규 교수(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팀의 ‘고혈압 진료지침 대비 실제 개원가의 진료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침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침에 따라 정확하게 혈압을 측정하는 일차 진료의는 30% 미만이었고, 고혈압 환자 중 34%는 의사가 설정한 목표 혈압을 듣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목표 혈압을 들었던 환자도 20%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복약 순응도에 대한 인식도 달랐다. 대부분의 환자가 자신이 약을 잘 복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의사들은 환자 중 30% 가량이 낮은 복약 순응도로 혈압 조절이 어렵다고 답했다. 더불어 고혈압 진단 시 대부분의 환자가 생활습관 개선과 관련한 여러 상담을 받지만 적극적인 처방보다는 권장하는 수준에 그쳤다.

편 교수는 “약제 선택 이후에는 모니터링이 필수”라며 “외래에서 혈압을 재는 것뿐 아니라 활동혈압과 가정혈압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습관 개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처방 및 추적 관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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