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권리 중시, 강제입원 제한
- 입법경쟁이라는 지적도 나와
- 의료계, "현실성 떨어져"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올들어 6건 발의됐다.

이들 중 4건이 정신질환자들의 강제입원에 대한 제한점을 마련하자는 내용인데, 의료계에서는 “입법 경쟁에 치우친 비현실적인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법상 정신의료기관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 또는 1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1명이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최근 이를 악용해 재산 문제나 부양의무 회피 등을 위해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는 사례가 발생됐다.

실제 지난달 중순 개정안을 발의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김성주 의원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의 강제 입원의 허술함이 부각,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입원 요건을 더욱 까다롭게 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먼저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은 지난 2월초 입원심사권이 정신과 전문의 1명으로 돼 있는 부분을 2명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제출했다. 또한 최종 결정은 전문의나 병원장이 아닌 법원에서 내리도록 제안했다. 병원이 아닌 법원이 최종 심사 및 결정기구가 되도록 개정한 것이다.

이후 1주일만에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이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내놨다.

김 의원 보다 전문의 수를 1명 더 늘려, 입원 및 입원 기간 연장 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3인 이상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더불어 지난달 중순에는 김성주 의원이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의신청이나 퇴원심사, 재심사 청구 등 권리행사 방법을 환자에게 충분히 알리도록 법안을 수정했다. 또한 입원 및 거주 중 정신질환자가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으며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여기에는 전문의 수를 늘리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지난달말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 역시 현행법상 환자의 기본권 제한 및 강제입원의 위험성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특히 보호의무자가 대리 입원을 시킬 때 치료목적보다는 부양 책임 회피나 가족 갈등 해결 수단으로 악용되는 점을 고려해, 보호의무자나 시장, 군수 등에 의해 입원시 반드시 본인의 입원동의서를 받도록 했다.

만약 입원동의를 할 수 없거나 받을 수 없다면, 정신보건심의위원회에 통보해 입원 적합 여부를 심사받도록 규정했다.

해당 개정안 담당 보좌관은 "이에 대한 의학적 검증을 위해 1달여간의 작업을 거쳤다"면서 "같은 당이고, 같은 위원회 소속이지만 김성주 의원이 지난주에 발의한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으나 확인 결과 목표와 취지만 같을 뿐 내용은 다르다”고 못박았다.

또한 최근 잇따라 비슷한 법안이 발의되는 이유를 묻자 “사회적 여론과 관심이 뜨거운 것을 틈타 검증 없이 발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다른 곳은 모르겠으나 우리(양승조) 측은 의학적 검증을 거쳐 타당성을 입증받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강조했다.

즉 일부러 관심끌기용으로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 아닌, 필요에 의해 확실한 절차를 밟아 움직였다는 주장이다.

이들 4개의 개정안이 모두 계류 중인 가운데,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도 입법경쟁에 합류할 예정이다.

개정안 사전 작업으로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고자 지난달 의료윤리학회, 정신의료기관협회, 대한병원협회 등과 면담가진 바 있다. 4개의 법안처럼 문 의원 역시 환자 안전, 인권 보호를 법안 취지로 내세웠다.

문 의원은 “강제입원에 필요한 전문의 판단요건 강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의료계에서 실현할 수 있는, 수용 가능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발의된 개정안 취지에는 찬성하나, 대부분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 강제 입원은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법 개정으로 치료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의 확보가 미흡한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한편으론 드라마에 나왔으니, '번갯불에 콩 구워 먹기'식으로 발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심사하는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수를 늘리는 내용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강제입원은 수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치료 과정이 개선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정신질환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중간단계인 재활 의료기관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총체적인 관점에서 정신보건법을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숫자논리로는 환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없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여러 의원에 의해 수차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정작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아 의료계에서는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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