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의 특허 종료를 계기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무상의약품 지원 문제가 공론화될 조짐이다.

현재 한국노바티스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글리벡의 투약비를 지난 2001년부터 전액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 상당수가 무료로 치료받고 있다.

문제는 오는 6월 3일을 기점으로 글리벡 특허가 종료된다는 점이다. 이 날을 기다리는 제네릭 제품만 20여개에 달한다. 무상지원 여부에 따라 제네릭의 사활이 걸려있는 셈이다.

만약 노바티스가 무상지원을 종료한다면 국내사들은 별문제없이 제네릭을 팔 수 있다. 약가 정책에 따라 글리벡은 지금 약값의 70%로 떨어진다. 국내사들은 58%의 가격에 글리벡 제네릭을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환자들과의 갈등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무상지원 배경이 글리벡의 약가인상을 대신한 조건이었다는 점에서 기준이 되는 글리벡의 약가인하를 추가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한국노바티스는 고시가인 1만7862원을 거부하고 2만4055원으로 약가인상을 요구했다. 정부과 씨름하는 사이 환자가 사망하는 등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노바티스는 2002년 6월 "글리벡 상한금액을 2만3045원으로 인상해 준다면 전체 물량의 10%를 무상공급하겠다"고 제안했고 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 결과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바티스가 무상지원을 그대로 고집할 경우는 좀 더 복잡해진다. 일단 제네릭이 나와도 별 소용이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대규모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네릭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사들은 노바티스를 상대로 공정한 유통을 방해했다며 소송을 검토중이다. 나아가 이같은 문제를 인가해줘 문제를 야기한 복지부에도 책임을 돌리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 행보를 보이는 곳은 없다. 제네릭이 나오려면 시간이 좀 더 남아있는데다 노바티스의 판단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그 사이 노바티스가 알아서 무상지원을 종료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글리벡 제네릭을 허가받은 한 국내사 관계자는 "무상지원 여부에 따라 제네릭 시판여부가 갈리므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제약사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로에 서있는 한국노비티스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회사 측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내부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단체)과 복지부도 제약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환자 단체들은 복지부를 비판하고 있다.

한 단체 대표는 "환자지원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노바티스가 약가를 떨어지지 않게하기 위한 사실상의 변칙적 지원인데 이를 받아들인 복지부도 책임이 있다"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유권해석을 내려줘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제2의 글리벡 사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자단체 대표는 "아직 특허가 남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제약사별로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하면서 무상공급을 하는 의약품이 상당하다"면서 "이번 사례를 어떻게 푸느냐가 향후 변칙적 무상지원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안으로 글리벡은 출시때부터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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