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IMES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막을 내리면서 참여업체, 관람객 모두에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최대 이슈였던 삼성전자는 이번 KIMES에서 특별한 신제품을 선보이지 않았다. 대신 최근 인수한 미국 뉴로로지카의 CT 장비 모형을 전시, 향후 적극적인 CT개발과 영상진단 시장 확대의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 관계자는 “CT 개발과 관련한 모든 사항은 아직 협의 중”이라며 “개발 진행 과정부터 인수업체의 제품 그대로 판매할 것인지 등조차 밝힐 수 없는 단계”라고 밝혔다.

다만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로봇기술을 접목한 소프트 핸들링 기능 등을 적용한 엑스레이 장비(XGEO GC80)를 전면에 전시했다. 일단 디자인면에서 신경을 쓴 느낌을 주는 만큼 일반인들의 시선도 끌기에 충분했다. 가격을 대폭 낮춰 의료진들의 관심도 끄는데도 성공했다.

삼성에 뜨끔한 DR업체 사명 변경 등 변화 의지

지난해 삼성의 DR출시를 불편해하던 주요 DR업체들은 사명 변경 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다졌다.

동강메디칼솔루션은 DK메디칼솔루션으로 사명을 변경,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기존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세계무대에서 조금 더 쉽게 인식될 수 있도록 CI도 재구성했다. 기존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동시, 엑스레이업체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코메드메디칼도 사명을 젬스메디칼로 변경했다. 젬스(GEMSS)는 ‘Great company, Employees’ growth, Mutual trust and communication, Social responsibility, Sustainability’의 약자로, 서로 신뢰받는 기업문화를 토대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넘나드는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업체 관계자는 “삼성이 삼성병원을 시작으로 국내 병원에 장비 진입을 이어가고 있다”며 “DR은 국내에선 이미 포화상태이며, 삼성이 브랜드 등을 내세워 국내를 토대로 해외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한발앞서 발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의료정보업체 다소 주춤...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의료정보업체들은 다소 주춤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다만 비트컴퓨터가 통합의료정보시스템과 베스트보드를 출품하면서 의료진들의 높은 관심을 샀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병원 내 환자 이력, 현재 상태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병동 입구에서 회진이나 협진, 환자 상담, 전공의 교육 등을 가능하게 돕는다. 이미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에 설치돼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KIMES에 참여한 LG U+는 클라우드 HIS를 전면에 내세워 병원용 EMR을 홍보했다. 그러나 의협과 협약을 맺고 구축하기로 한 EMR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데다 마땅히 주목할 만한 제품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에 이어 올해는 LG가 핵폭풍급 이슈를 몰고올 것으로 기대했던 업체들은 다소 준비가 미흡해 보인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요즘 비교적 움직임이 잠잠한 유비케어는 이번 KIMES에 참여하지 않았고, 도시바와의 합작 회사인 TI메디칼시스템 등 계열사를 정리한 인피니트헬스케어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직접 지사를 낸 도시바가 참여, 전면에 CT를 전시하면서 시장 진입 의지를 보여줄 따름이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지금의 의료정보 시장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며,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쉽지 않은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만큼 길게 보고 접근해야 하며,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고 접근하기엔 어렵다”고 평했다.

KIMES 제 역할 다해야 의료기기도 성장

참관객들은 의료기기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KIMES에서부터 제대로 된 역할을 갖춰야 한다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일단 KIMES에 가정용 의료기기와 병원용 의료기기가 혼재돼 있는 것이 문제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매년 고가 장비 구입 전에 KIMES를 둘러보곤 한다”며 “그러나 각종 안마체험기가 과도하게 진열돼 있어 여기에 과도한 노인 참관객이 몰려 이에 대한 분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여한 업체들의 불만도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 밤새 준비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별다른 준비와 기대없이 그저 4일간 부스에서 서서 버티는 행사가 되어 버린 곳도 많다.

업체 관계자는 “참관객이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위해 올 사람만 제대로 오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아예 일반인과 의료계 종사자들의 입장을 따로 하거나 홀 자체를 나누는 것도 방법이 될 것”으로 제안했다.

실제 안마기기가 대거 전시된 B홀에는 참관객들이 안마의자에 앉거나 누워있으면서 안마를 체험하고 있었다. 거기에 보건계열의 고등학생과 대학생 단체관람객까지 겹치면서 아수라장같은 모습도 연출됐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독일의 MEDICA에 가면 잘 정돈된 느낌으로 매년 여기에 맞춰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고, 또 시장 정보 탐색을 위해 해외 각지에서 몰려든다”며 “우리도 국내에서 벗어나 ‘국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KIMES의 역할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업체 스스로의 개선도 필요하다. 한 업체 대표는 ‘암행어사‘를 두고 해당 업체 부스에서 안내를 부탁했지만, 제대로 안내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직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어슬렁거리다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고객들이 올 수도 있고, 또 잠재된 고객이 올 수도 있는 만큼 사전에 철저한 직원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KIMES 자체에 목적이 있기보단, 남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분위기 상 동참하는 수준의 상징적인 참여의 의미가 큰 듯하다”며 “바이어를 KIMES에 초대해 부스에 전시한 제품을 눈으로 보면서 소개하고, 신규 상담을 진행했다면 기록으로 남겨 이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업체 스스로도 참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체들은 또한 "한편으로는 영세한 국내 업체 구조가 KIMES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라며 ”내년부턴 전시회의 질적 성장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업체들도 연구개발투자를 늘려 기술력이 높은 제품들을 선보여야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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