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요양병원 인증제가 단계별로 의무화된다. 이에 요양병원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인증제에 대한 각종 특강 참여와 내부적인 스터디에 한창이다. 1~2월 신청을 받아 벌써 인증평가를 받았으며, 통과한 곳은 4월에 첫 인증을 받는다. 인증을 준비하면서 요양병원도 질관리에 나서는 등 한층 달라지는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인증제 진행 상황과 요양병원 내부 분위기를 살펴봤다.


인증제 어떻게 진행되나?

의료기관 인증제의 기본 취지는 의료의 질과 환자의 안전에 대한 적정 수준 달성 여부를 평가, 보건복지부가 우수 의료기관으로 인증해 주는 제도다.

종합병원·병원에 이어 올해 1월부터 요양병원에 대한 의무인증제가 시행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250병상 이상, 하반기에는 180병상 이상에 이어 2014년에는 100병상 이상, 2015년에는 100병상 미만까지 단계별로 실시되며, 1037개의 요양병원이 모두 인증평가를 받게 된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구조지표 평가기준에 따르면, 인증기준은 기본가치체계, 환자진료체계, 진료지원체계, 성과관리체계(사후 추진) 등 크게 3개 영역, 200여개 조사항목으로 구성된다.

사실 그간 요양병원의 질 관리는 속수무책이었다. 모텔을 개조하거나 일반 건물에 입주해 환자수용소처럼 운영하는 곳이 비일비재했다. 따라서 인증제 실시 자체는 물론, 적정성 평가에 따른 수가 가감지급에 대한 반발도 많다. 한편으론 재활을 병행하고 질 관리에 나서는 병원은 수가가 받쳐주지 않았다. 많이 생긴 만큼, 많이 문닫는 현실을 안고 있다.

병원경영연구원이 조사한 요양병원 폐업률은 2009년 779개중 77개로 9.9%, 2010년은 825개 중 114개로 13.8%이다. 병원급의 9.4%, 10.8%보다 높은 수치다.

향후 요양병원은 수가와 가산료를 지급하지 않는 등의 방향으로 인증제를 활용하게 되는 만큼,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중소병원 사례에서 희망 찾자

아직 인증을 받은 요양병원은 없지만, 기존 중소병원 사례를 통해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병원급에서는 지난 2011년 6월 한길안과병원이 전국 2222개 병원급 의료기관가운데 처음으로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인증을 취득했다. 인증을 신청한 즉시 인증 준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수십 차례의 회의와 교육 등을 통해 인증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병원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공부했다. 또한 인증 전 컨설팅을 통해 기준별 취약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을 수립하면서 한번에 성공했다.

병원측이 밝힌 인증의 큰 장점은 환자 및 보호자 중심의 의료문화로 전환시키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길안과병원 조범진 원장은 "인증을 계기로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 등 최고 수준의 진료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병원 내부적으로 많은 관심과 투자를 기울이게 됐다. 국내가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는 안과전문병원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증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 직원이 화합하고 단결하면서 내부문화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 다양하고 복잡한 직종이 한데 얽혀있으면서 그만큼 의견충돌과 갈등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증 TFT는 모든 부서가 참여해 열정적으로 수행해내는 만큼, 다른 부서의 업무를 이해하고 유기적으로 일하는데 도움이 됐다.

미즈메디병원 관계자는 "서로 다른 부서의 업무는 서로 나몰라라 하면서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인증 자체보다 인증을 준비하면서 직원들간 어떤 일이든 서로 도움주고 받는 문화가 자리잡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방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서울로 빼앗기는 환자들을 위해 인증제 준비와 성과는 병원 발전에 더욱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증제 공부에 여념없는 요양병원들

요양병원들은 내부적으로 TFT부터 짜고, 지난 연말부터 현재까지 인증제에 대한 각종 공부에 한창이다. 발등에 불 떨어진 곳은 당장 250병상이상 요양병원들이다.

이를 위해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요양병원 인증대비 실전특강'을 전국 5개 권역(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에서 실시했다.인증규정에 대한 핵심정리와 대비요령은 물론 인증을 획득한 사례와 요양병원 시범조사 모범사례, 인증제와 적정성평가의 향후 방향 및 대응방안으로 구성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실시한 설명회 이후 일선 병원에 꼭 필요한 핵심내용을 숙지하고, 급성기병원의 획득사례 등을 통해 개별 병원에서 인증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인증제에 대한 막막한 어려움을 해소시키고 있다.

아예 인증을 위한 전산프로그램도 나왔다. 한국만성기의료협회는 평가인증 길라잡이 전산프로그램인 'Summary Diary'을 개발해 전국 요양병원에 무상 배포 중이다.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면 항목별 기준에 대한 내용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관리와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인증통과에 대한 점수 확인이 가능하다.

인증을 준비하면서 달라진 분위기 확인

아직은 인증을 받은 곳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한층 고무된 분위기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전주효사랑요양병원은 인증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TFT를 꾸리면서 인증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미 인증을 통과한 것으로 통보받았으며, 4월에 공식 발표가 나면 1호 인증이 된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병원 관계자는 "재단은 다르지만 전주효사랑요양병원, 가족사랑요양병원, 효사랑가족요양병원 등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들 모두가 인증을 통과했다"며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6개월간 인증을 준비하면서 직원들 모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한달 사이에 무려 100개병원의 벤치마킹 방문을 받는 등 요양병원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는 자긍심이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인증 교육을 진행한 이노솔루션 문현근 대표는 "요양병원이 질관리에 나서면서 QI팀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인증은 그 자체만이 아니라 환자안전의 중요성을 숙지하고, 병원 전직원이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증 이후 제대로된 요양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병원 경영의 입장에서 보면 인증제는 결국 인력을 더 보충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된다"며 "요양병원에만 압력을 가할 것이 아니라, 처음 인허가 개설부터 쉽게 허가를 내주는 것이 아닌, 기준에 맞춘 곳만 개설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요양병원의 질관리에 나선다고 당장 영세하고 열악한 병원을 문닫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요양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인증제 인센티브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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