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항응고제 치료 확대
③ 뇌졸중 예방 개선
④ 일차기관 역할 분담

'포스트와파린' 시대가 닻을 올리고 드디어 출항했다. 리바록사반, 다비가트란, 아픽사반으로 대변되는 신규 항응고제들이 모두 심방세동(AF) 환자에서 뇌졸중 및 색전증 예방에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이제 임상현장에서는 새 포도주를 어떻게 새 부대에 담게될 것인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신규 항응고제의 본격 적용이 임상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다.

심방세동 환자 뇌졸중 위험 몰라 적극 대처 안돼

신규 항응고제들은 정맥혈전색전증(VTE)과 함께 AF 환자에서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 또는 전신성 색전증 발생을 보다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신규 항응고제의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학계와 언론에서는 AF 환자의 심혈관사건 위험에 대한 조명이 대폭 늘었다.

AF는 노령으로 갈수록 급증하며, 이로 인해 뇌졸중 위험이 배가 된다. Women's Health Study에 참여한 3만 4722명의 여성들을 15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AF 진단 환자들의 사망위험이 비심방세동 그룹에 비해 2배나 높았다. 심혈관 원인의 사망위험은 4배 이상 상승했다(JAMA 2011;305:2080-2087).

환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 적극적인 대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AF 환자(502명)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심장협회(AHA)의 설문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25%가 뇌졸중 위험을 부정(否定)했고, 25%는 아예 몰랐던 것으로 답했다. 알고 있다해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뇌졸중 위험 자체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항혈전요법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규 항응고제들의 표적이 AF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환자와 임상의들이 그 중요성과 적극적인 대처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점에 포스트 와파린 시대의 첫번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와파린 치료 한계로 항응고제 적용 더 늘 것

고려의대 김영훈 교수(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가 주도한 KORAF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 AF 환자들의 경구 항응고제 사용률은 매우 낮다. 전국 27개 종합병원의 AF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실태를 조사한 것인데, 연구시작 시점에서 와파린과 아스피린의 처방률은 30% 대 70%로 차이를 보였다.

1년 관찰결과(2007년)에서도 와파린 치료비율은 37.6%로 아스피린(42.7%)에 비해 여전히 낮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뇌졸중 위험도를 평가하는 CHADS2 스코어가 2점 이상으로 항응고요법이 꼭 필요한 뇌졸중 고위험군에서도 와파린 치료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가톨릭의대 백상홍 교수(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팀이 진행한 SOPHIA 연구를 봐도 같은 양상이다. 2011~2012년 전국 24개 병원의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새로운 평가척도인 CHA2DS2-VASC 스코어 상 뇌졸중 고위험군이 80%에 달했으나 정작 항응고치료를 받는 경우는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최근의 AF 가이드라인들이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혈전치료에 항혈소판제보다는 항응고제를 주된 전략으로 권고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와파린 치료의 경우, 항응고 효과와 출혈 위험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INR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자주 내원해 혈액검사 등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하며, 여타 약물이나 음식과의 상호작용 또한 면밀히 조절해야 한다. 이 과정이 의사와 환자에게는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김영훈 교수는 "와파린의 탁월한 항혈전 효과에도 불구하고, 임상현장에서의 불편과 부작용의 한계로 임상의들이 적극적인 항응고치료를 권고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백상홍 교수는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와파린 치료 성공률이 높게 나왔던 것은 대부분 대학병원급에서 환자치료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기 때문"이라며 기존 항응고치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과 한계 없이 AF 환자에서 뇌졸중 예방을 제고할 수 있는 신규 약물들의 임상적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여러 이유로 기존에 와파린 치료를 받지 못했던 환자들을 포함해 경구 항응고치료의 사용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항응고요법에 신규 항응고제 모두 권고

최근 발표된 미국과 유럽의 AF 가이드라인은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요법에 와파린과 함께 3개 신규 항응고제를 모두 권고하고 있다. 일부는 와파린에 우선되는 선택으로 리바록사반, 다비가트란, 아픽사반의 역할을 언급하고 있다.

RE-LY, ROCKET AF, ARISTOTLE 연구에서 3개 항응고제들은 와파린과 비교해 적어도 대등하거나 보다 우수한 뇌졸중 및 색전증 감소효과를 보고했다. 특히,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낮다는 점도 주목의 대상이다. 여기에 약제에 따라 유의한 사망률 감소까지 보고돼 우선적인 선택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임상현장은 큰 불편 없이 뇌졸중 및 색전증 위험을 보다 유의하게 줄일 수 있는 3개 약제를 놓고 맞춤선택과 치료까지 생각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1차기관 역할 확대 길도 열어

지금까지 AF 환자의 항응고치료는 대부분 대학병원급에서 주로 이뤄져 왔다. 와파린 치료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예이기도 하다. 전세계는 물론 고령화 시점의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AF 환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을 커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백상홍 교수는 이와 관련해 "대학병원급에서 1년에 한번 정도 진료를 받고 나머지 기간은 개원가에서 커버해줄 수 있다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환자들을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AF 환자의 항응고치료에 있어 1차 의료기관의 기여를 주문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신규 항응고제 전략이다. 와파린 치료가 가져다 주는 어려움과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CME 교육만 잘 이뤄진다면, 오지의 고령 환자들도 1~2개월에 한번씩 큰 도시의 병원을 찾지 않고 지역 의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비용효과만 분명하다면 보건당국도 학계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신규 항응고제 전략의 지지를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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