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지시 아닌 공동목적 달성 위한 대화 분위기 유도

정보전달시 주의사항

말이나 글로 환자에게 주는 이런 정보들은 단지 정보 전달 자체뿐만 아니라 환자 자신의 무지에서 생겨나는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에서 볼 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굳이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또한 환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그가 받아야 할 수술이나 치료에 대해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는 윤리적인 차원에서 볼 때도 상당히 중요한 목적을 갖고 있다.

이것은 "환자로부터의 분명한 동의"인 것이다.

의사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특정한 의학적 혹은 외과적 치료에 관해 환자로부터 동의를 얻어내려는 목적을 가진 것일 때의 정보는 특히 더욱 확실하고 상세한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환자로서는 자신의 질병의 본질과 그 예후(몇몇 의사들은 환자의 질병이 치료 불가능한 것일 때 이를 알리는 것을 지연하곤 한다), 여러 가지 다른 치료법, 다른 치료법들의 효능, 비용, 부작용 등등에 대해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로부터 분명히 동의를 얻기 위해서 의사는 말할 때 단어 선택에 신중해야 하며, 어떤 것을 강조할 때는 말의 뉘앙스에 유의하고, 의사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환자의 선택을 이끌려는 듯한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양심적인 의사의 경우일지라도 환자에게 의사 자신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심지어 가끔 어느 정도 이상의 설득은 정신적인 강요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정보전달 시기와 방식도 중요

환자가 수술에 동의했다면 이 수술은 효력을 발휘하고 문제는 일단 해결된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 혹은 평생 걸리는 의학적 치료라면, 환자가 동의했다고 해서 치료에 필요한 긴 시간동안 환자가 의사의 처방을 계속 잘 따르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들이 자신의 처방을 꼼꼼하게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의학 관련 출판물에 나타난 수많은 통계치가 증명하듯이, 장기간의 치료(당뇨, 고혈압, 결핵 등)를 받는 환자들은 약을 비정기적으로 복용한다거나 심지어는 의사의 처방을 자신 마음대로 중단해 버리는 환자들의 수치가 높게 나타나 있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환자가 자신에게 남은 삶 동안의 모든 것들 보다 죽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여겨 모든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라면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진정으로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거나 "좀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병이 조금 호전된 것은 자신이 복용을 중단한 바로 그 약 때문이라는 것을 환자는 잊어버리는 것이다).

아니면 의사가 처방한 치료법보다는 자신의 할머니가 만들어준 탕약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환자가 의사의 처방에 협력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런 상황은 결국 환자에 대한 정보나 설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의사가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데 할애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그 순간과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중요하다.

의사와 환자간의 교류 과정에는 상호 협력의 기본 틀을 만들어 가는 두 가지 상황이 존재한다.

그 하나는, 의사와 환자가 처음 만나서 각자 역할의 한계를 함께 설정하고 상담의 궁극적인 목적을 합의하며 서로 상대방에 대해 "첫인상"을 받게 되는 상황이다.

의사는 전문인으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환자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으로 역할이 규정되고 이에 따라 환자는 의사의 처방을 따르는 역할을하게 될 것임을 처음 상담 시부터 환자가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환자가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목적으로 상담하러 오는 경우나, 상담 후 의사의 충고를 따르는 상황이 서로 다른 상황인 것을 인지해야 한다.

미래 협력 관계 기본은 바로 첫 상담에서 이루어진다. 진단을 위한 검사가 행해지고 진단 결과가 나오면, 의사의 처방을 위해 다음 단계의 상담이 이어진다.

특히 이런 상황 하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매일 복용해야 할 약의 갯수, 매일의 주사 횟수, 병의 근본적 원인, 처방을 내린 치료법이 어떤 식으로 환자의 병에 도움이 되는지, 경우에 따른 부작용, 치료를 중단할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위험 등에 관한 정보를 주어야 한다.

환자가 이해했는가?

종종 환자는 자신이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환자에게 설명한 후 환자가 "좋아요"라고 대답하며 다른 어떤 질문도 던지지 않는다면 필자는 좀 의심하게 된다. 환자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 것은 흔히 그가 의사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심지어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환자의 질문은 환자 자신이 "모르고 있는 영역"을 자각했음을 의미한다.

수많은 경우에 환자의 협조적이지 못한 자세는 그에게 제공된 정보가 그다지 정확하고상세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활동을 자제 하십시오"라는 문장은 너무 일반적인 것이라서 그리 특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의사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면 우선 그는 환자가 하는 일의 종류와 근무 시간을 알아야 하고, 그런 다음 전문적인 방법으로 환자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찾아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환자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법령을 선포하는 것도 아니고 명령을 내리는 것도아닌 환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의사는 환자와 함께 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에딤부르그 대학의 Ellis는 환자가 병원 문을 나설 때, 그에게 글이나 말로주는 정보와 처방전의 효과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통계 조사를 실시했다.

진단에 관한 정보, 일반적인 몇 가지 충고(식이 요법, 흡연, 운동, 등), 약물 치료(약의 이름, 복용량, 목적), 예후와 외부의 진료 기관 등에 관해서 글로 정보를 받은 30명의 환자들과 말로 정보를 전달 받은 2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상담이 끝나서 병원을 나서는 각각의 환자들에게 그들이 받은 정보와 그들이 대답하는내용의 정확성을 점수로 매겨서 결과를 통계치로 나타냈다.

글로 정보를 전달 받은 환자들은 진단에 관한 정보, 일반적인 충고와 약물 치료 사항에 대해 전반적으로 가장 높은 이해력과 기억력을 나타냈다.

답변의 정확성은 환자의 연령과는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각각의 연령 집단에서 글로 정보를 전달 받은 환자들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준 정보의 정확성에 비해서 말로 정보를 전달받은 수많은 환자들이 이해력과 기억력의 부족을 드러냈다.

특히 여러 가지 이유로 가장 강조되어야 하고 중요한 분야인 일반적인 충고 사항에 있어 이런 현상이 주로 관찰되었다. 따라서 짧더라도 글로 보충적인 정보를 준다면 모든면에서 환자들의 이해력과 기억력을 증대 시켜 줄 것이다. 이 권고 사항을 실천한다면모든 환자들은 보다 만족감을 느낄 것이고 또한 보다 협력적인 분위기로 상담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권고사항을 이해한다고 해서 필연적으로 환자들이 그것을 다 따르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환자가 주어진 정보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로부터 협조적인 노력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병원문을 나서는 모든 환자들에게 질병이나 치료법에 관해 말 뿐만 아니라 짧은 글로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정보들은 환자들이 항상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작은 카드 형태로 작성하는 것이좋다. 이렇게 하면 환자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환자를 진찰하게 될 다른 의사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좋은 시기를 선택하라

종종 환자들은 알았던 정보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의사의 충고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는 환자가 감정적으로 흥분 상태에 있으며, 환자들이 상담실 문을 나서면서 언뜻 들은 정보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는 말이나 글로 된 정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기 보다는 환자가 정보를 전달 받는 순간의 그의 정신 상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몇 년 전쯤 필자는 11살 짜리 당뇨병을 앓고 있는 어린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었는데 필자는 그와 가족들에게 병에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말과 글로 제공해 주었다.

두 시간 정도 후에 그 아이의 아버지가 전화해서 다시 한번 상담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그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그의 아내와 자신은 아이가 그렇게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는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필자가 그들에게 말로 설명했던 사항들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고백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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