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행정전문가들, 환산지수-상대가치-원가-거버넌스 등 협상 전 과정 지적



수가협상의 구조, 근거자료, 수치, 원가 등이 모두 잘못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포괄적인 개혁 없이는 보험자-공급자 간의 갈등과 불신은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정확한 원가계산 토대로 객관적인 협상 진행 주장

“공급자-정부 수가협상 마찰 줄이려면 정확한 원가가 도출돼야 한다. ABC 도입이 불가피하다”

기관마다 산출된 원가가 달라 수가협상에 있어 보험자-공급자 간의 불신이 팽배한 상태. 따라서 정확한 방법론인 ABC방법을 이용, 대표성 있는 원가를 도출하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한국보건행정학회가 주최한 수가결정 토론회에서 이해종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협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부재한 실정”이라고 지적하면서 “ABC방법을 토대로 원가를 계산, 합리적인 통제기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SGR 등 원가계산을 위해 나온 원가로는 근거가 미약하므로 수가협상에서는 쓸 수 없다. 기관마다 나오는 수치가 달라 이해관계자들의 불신이 큰 상태다.

이 교수는 “정확히 원가 얼마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수가협상 진행, 사용한 만큼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가계산의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ABC(activity based costing)방식을 제안했다.

ABC원가계산은 인과관계를 기초로 원가를 활동에 배분한 후 이를 다시 원가대상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실제 전통적인 원가계산은 부서/계정과목-배부-진료과로 이뤄졌으나, ABC는 부서/계정과목-자원동인-활동-활동동인-진료과로 세분화돼, 소비활동을 반영한 정확한 원가계산이 가능하다.

이 방식으로 배분되는 원가 대상으로는 시행과별, 수가별, DRG별, 환자별 등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며, 이 교수는 “만약 시행과별까지 원가 집계가 된다면 더욱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가 계산을 정확히 할 수 있으나 적용에 어려운 점이 따른다. 이 교수는 정보 수집을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일관된 기준이 없어 타당성을 입증키가 힘든 점을 한계로 꼽았다.

또한 원가동인 요인의 발견과 선택이 어렵고, 병원마다의 개별적인 특성으로 활동수준 원가계산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는 점도 토로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확한 원가 없이 협상만 진행하면 정부-의료계 불신, 비급여 위주의 기형적 병원 운영 등 더 큰 한계에 부딪칠 것이므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간의료기관은 초기자금 투입이 다소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정부에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해야하며, 당장은 정부에서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적정 원가계산이 가능해져 진료비 절감 혜택과 더불어 수가의 적정성 평가로 인한 공급자와의 마찰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병원들도 인력 등의 소모, 원가 정보 누출 등 기회비용이 있으나, 적절한 수가보상이 가능해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시행을 독려했다.


서비스량 통제하는 ‘자동재정 안정장치’ 도입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의료 서비스량을 고려한 환산지수 산출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가결정 토론회에서 전기홍 아주의대 교수는 증가하는 의료 이용량, 진료비를 통제하려면 서비스량에 따라 환산지수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동재정 안정장치 도입을 제안했다.

전 교수는 이를 제안하기 전 캐나다 앨버타주의 수가결정방식 모델로 시뮬레이션 진행했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의 환산지수가 서비스 빈도 증가에 따라 감소, 종합병원-의원의 환산지수는 현재 환산지수와 비슷한 경향을 보여 안정된 모델이라고 판단해 적용 이유를 밝혔다. 병원의 경우 추정환산지수의 변이가 컸는데 이는 요양병원 증가에 따른 것으로 진단했다.

추가적으로 서비스량 합리적 배분을 요청, 현 행위별수가제의 근간에 맞게 가격결정기전과 연계시켜 해당 방식을 도출해냈다.

다만, 서비스 빈도, 진료비 한도 크기 결정 요인, 한도초과시 인하율 결정 기전, 인정할 의료이용 증가 요인, 현상논의 기전 등을 사전에 결정한 후에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재정 안정장치는 전년도 서비스량 고려 당해연도 환산지수 산출하고, 예상되는 해당연도 서비스량에 의해 추정 급여진료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어 예상 지출 급여진료비와 국고지원금 등 추가 재원을 고려해 보험료, 점수당 단가를 결정한다.

해당 방식에서 서비스 급증해 적자 발생 위험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는 다시 차기년도에 반영되므로 안정적인 건보재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더불어 이러한 기전이 정착되면 건보 재정 지속가능은 물론 보건의료체계를 비용-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합리적 행위별수가제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 증가가 안정 또는 적어 다른 지역보다 서비스량 적으면 환산지수 높이는 지역별 차별화 방안 △서비스 빈도 증가율 높은 행위에 대해 가격 조정하는 행위유형별 방안 △일차진료 강화와 삼차의료기관 쏠림 완화 위해 의료기관 종별을 더 세분화해 환산지수를 조정하는 방안 등 서비스량을 연계한 가격결정방식을 제안했다.

전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진료량 증가, 수요 증가, 노인인구 증가, 저출산 등으로 건보 재정이 악화되고 있으며, 저수가 탓에 비급여 위주로 가는 기형적인 운영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 사용량 통제와 의료체계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4월 나올 상대가치 2차 개정, “유형별 산출 아니면 의미 없다”

현재 심평원에서 진행 중인 2차 상대가치점수 개정 결과가 다음달이면 나온다. 여기에서 진료과목별 산출방식이 유형별로 변경됐는지 여부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상대가치 현황 및 발전방향’ 발표를 맡은 박은철 연세대 교수는 “이 부분이 1차 개정에서 빠지면서 무의미한 개정으로 전락했다”면서 “이번 개정에서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평원에서 상대가치가 5년 주기로 개정되고 있으며, 2003년부터 2006년 진행된 1차 개정에서 근거자료 불안정, 불충분한 검토 등으로 무의미한 개정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1차 개정에서 의사비용과 진료비용 분리, 진료 위험도 반영, 치료재료비용 분리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과별 조정만 있었을 뿐, 총점 고정으로 의미없는 작업에 불과했다고 진단했다. 즉 진료과 총점 규모의 불균형, 직접비용 규모의 불균형 문제 그대로 안고 왔다는 평이다.

이런 한계점으로 2차 연구를 실시, 업무량 상대가치 개선, 행위분류와 정의 개발, 진료비용 상대가치 개선 연구, 위험도 상대가치 개선 위한 의료사고 비용 조사 등을 심평원에서 진행 중이다.

2차부터는 유사행위 특성을 기준으로 그룹화(수술, 처치, 검사)해 불균형을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상대가치 산출 원칙이 진료과목별에서 유형별 산출체계로 전환할 예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의료진 내부 갈등 요인이었던 만큼 수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개정을 위해 지난해 11~12월 진료과별 의견을 수렴한 상태며, 3월말까지 임상전문가패널회의를 진행, 이들 의견을 종합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 도입 방법과 시기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상대가치 개정은 매년하되, 5년에 한 번씩은 크게 개정하자”면서 “의료계의 의견, 부문별 원가분석, 위험도에 대한 판결문 및 설문조사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SGR 등 이차자료에 의한 근거 마련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면서, 일차 자료에 의한 환산지수 산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행위별 원가분석을 패널 의료기관 선정, 회계자료의 수집을 통한 포괄지불제 분류, 상대가치에서 진료과목별 총점 탈피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거버넌스 문제가 보건행정학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정부주도의 협상 방식은 옳지 못하며 보험자와 공급자가 동등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관련 발표를 맡은 신기철 가톨릭의대 교수는 건정심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개선, 수사계약상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결권 제한, 공단의 보험자 역할 부여, 등 이미 여러차례 제기됐던 방안들을 다시 촉구했다. 하루 빨리 이행해 건전한 건보체계 구성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토론자로 나선 서창진 한양대 경영대 교수가 서비스량 제어에 대해 전반적인 문제는 수가협상을 개편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면서, 행위별수가제 아닌 DRG 지불제도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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