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전임상에서 긍정적 효과 도출

장기이식술은 말기 장기 부전증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법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점점 많아지는데 반해 공여자는 턱없이 적어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발표한 2011 장기이식 통계연보에 따르면 이식대기자 수는 2000년 5343명에서 2011년 21861명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장기기증 건수는 같은 기간 1069건에서 2496건 증가에 그쳤다. 이식 평균 대기 일수는 2011년 기준 521일이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이종이식이다. 줄기세포 치료와 같은 다른 방법도 있지만 현재 임상 적용에 가장 근접한 것은 무균 돼지를 이용한 이종장기이식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여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12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이종이식 현황 고찰 및 원천기술 확보 전략'을 주제로 제37회 생명공학정책연구포럼을 열고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종 췌도와 각막 연구 가장 활발

이종이식 연구 초창기에는 영장류를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멸종위기종에 처한데다 번식이 난이하고 사람과 유사한데서 오는 윤리적 논란, 높은 감염 위험성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미니돼지를 이용한 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서울의대 박정규 교수는 "미니돼지는 장기 크기가 이식하기에 적절하고 감염 위험성이 영장류에 비해 낮다"면서 "번식이 용이하고 형질전환 무균 사육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장기 이식술은 2003년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이 제어 가능한 α-GalT KO 돼지가 개발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당시 영장류에 이식했을 때 심장은 6개월, 신장은 3개월 생존했고 간과 폐는 생존 기간을 늘리지 못했다.

이후로는 고형 장기보다 면역 억제 위험이 적은 췌도와 각막, 판막으로 관심이 옮겨져왔다. 2006년 실시된 췌도이식에 대한 2건의 전임상에서 Hering Group은 187일 생존,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은 영장류 140일 이상 생존 기록을 세웠다. 같은해 LCT사가 세계 최초 이종췌도 이식용 제품인 캡슐화 췌도를 출시했고, 2008년부터 뉴질랜드에서 2상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종 췌도와 이종 각막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실시한 전임상시험에서 MD-3을 이용한 면역억제요법의 경우 영장류 6마리 중 4마리가 6개월 이상 생존했고, 조절 T 세포를 이용한 요법은 2마리 중 2마리가 6개월 이상 생존했다.

박 교수는 "이는 '전임상시험에서 대상 영장류 8마리 중 5마리 이상이 6개월 이상 생존할 경우 임상시험이 가능하다'는 세계이종학회(IXA) 가이드라인을 유일하게 만족시키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종 각막 전임상 결과는 더욱 독보적다.

탈세포화 부분층 각막 이식을 받은 영장류 4마리는 스테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최소 면역억제요법만을 사용했음에도 모두 6개월 이상 생존했다. 전층 생각막 이식을 받은 또다른 4마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대 김미금 교수는 "세계 실명 원인 중 2위가 각막이지만 최근 백내장이나 녹내장 수술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기증 대상이 되는 눈이 적어지고 있다"며 이종 각막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돼지 눈의 광학적 특성을 봤을 때 굴절력이나 성상이 사람에게 이식해도 괜찮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면서 "각막은 면역 억제가 적기 때문에 좀 더 임상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 적용, 가깝지만 멀다

그렇다면 임상 적용은 언제쯤 가능할까?

각막의 경우 전임상에서 유효성이 확인됐지만 안전성은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이종 이식용 면역 억제제를 사람에게 바로 투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종 췌도도 이종 이식 중 가장 빨리 발전하고 분야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 교수는 임상적용을 위해 해결해야 할 난관으로 △면역학적 이식 거부반응 △감염문제 △사회윤리적 문제를 꼽았다.

면역학적 거부반응으로는 초급성 거부반응이 가장 큰 문제다. 췌도 이식, 특히 간문맥 이식 시 관찰되는 독특한 거부 반응인 급성 혈액 매개성 염증반응(IBMIR)도 억제해야 한다.

박 교수는 "급성혈관성 거부반응과 세포매개성 거부반응, 만성거부반응은 동종이식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생각보다 이종장기가 매우 가까이 있다"고 말했다. 감염 문제도 최근 철저한 모니터링 방법만 있으면 겁낼 것 없다는 것이 최근 증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면역학적 이식거부반응 등 3가지 난제가 동시에 풀어져야 한다"면서 "환자들이 치료 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안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국의대 심호섭 교수는 공급적인 측면에서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지금 원숭이 1마리에 췌도 이식을 하기 위해서는 돼지 여러마리가 필요하다"며 "실제 임상에 적용했을 때 환자들의 수요를 다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대 정준호 교수는 "원숭이 1마리 당 돼지 3마리에서 채취한 췌도를 사용하는데 이대로 상용화되면 가격도 매우 비쌀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췌도 생착률이 낮은 상태에서 상업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의대 윤건호 교수는 이종 이식 연구 시 산업적 측면이 아닌 의학적 측면도 고려해줄 것을 당부했다.

윤 교수는 "삶이 꺼져가던 사람들이 이식을 받고 완전히 소생되는 모습을 보면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완전히 새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이종 이식술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주사 맞고 약 먹으면 되는데 왜 자꾸 이종 이식을 주장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며 "이 질문은 버스를 타고 다니면 되는데 왜 자가용을 타고 다니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심한 당뇨병 환자들에서 진짜 문제는 혈당 조절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눈이 망가지고 콩팥이 망가져 투석을 받아야 하고, 다른 사람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높고, 다리를 잘라야 할 위험이 10배 높다는 불안감 그 자체가 환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공포다.

윤 교수는 "질병이 진행되는 것을 속수무책 바라볼 수밖에 없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어떻겠는가"라고 물으며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데 막연한 부정적인 시각과 막연한 걱정과 우려로 환자를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팀이 이식 대기자 160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 한 결과 유효성이 인정된다면 절반 정도가 이종 이식을 받을 의사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팀의 설문 조사에서도 이종 이식의 위험을 충분히 공지한 뒤 이종 이식 여부를 물었을 때 60% 이상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그만큼 환자들은 간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종 장기 이식은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연구자 입장에서는 매우 조심스럽다.

박 교수는 "임상의가 여러 치료 옵션 중 이종 이식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IXA 가이드라인이 이를 충족시키는지는 의문"이라며 "영장류 실험을 통해 확실하게 검증한 뒤 임상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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