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장기이식 도전하는 서울대병원 외과 서 경 석 교수


국내 최초 분할간이식, 보조 간이식, 최연소 간이식, 심장사 간이식 등 국내 굵직굵직한 간이식 역사의 한 획을 그어온 서울의대 서경석 교수(서울대병원 외과). 서 교수는 서울대 김수태 명예교수, 울산의대 이승규 교수와 함께 국내 간이식의 3대 명의로 꼽히는 이 분야의 최고봉이다.


왠지 무게감 있는 얘기를 꺼낼 것이란 기대와 달리 그는 의학 드라마에 불만이 있다고 슬며시 웃었다.

드라마에서 "외과 의사를 후배 의사에게 윽박지르고 소리치고 또 매일 야근으로 피곤에 절어 있는 모습으로만 그린다. 드라마라고 감안해도 실제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 그런 드라마가 방영되면 외과가 인기가 높을 것 같지만 오히려 인기는 급하강이다. 젊은 친구들은 드라마 속에서 멋있어도 실제로는 지원하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외과 환경은 달라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드라마처럼 거칠거나 험하지 않고,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힘들 것을 피하고 편한 것을 쫓는 시대지만 외과를 지원하는 의사 1/3은 환자의 생명을 드라마틱하게 살릴 수 있는 외과만의 독특한 매력을 즐기는 의사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외과는 유방암, 대장항문 등 다양한 수술을 경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진료과다. 그럼에도 외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줄어 고민이다. 수가 등의 문제가 해결 돼야 한다"며 "외과의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 당직 일수나 수술 등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간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외과의사들의 환경은 열악해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간이식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생체간이식은 다른 나라에서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앞서 있고, 최근엔 간암환자의 좋은 치료법으로까지 꼽힐 정도다.

"간암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로 생체간이식을 많이 이뤄지고 있고 적응증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생체간이식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고 생체간이식의 발전을 설명한다. 또 "미국이나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국내로 수술을 배우기 위해 오고 있고, 몽골환자들은 수술을 받기 위해 국내를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한다.

국내 외과의들이 생체간이식 수술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그는 이러한 상황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했다. 생체간이식보다는 사체간이식이 많아져야 하고, 그럴려면 장기기증이 많아야 하는데 국내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아쉬움이라 설명했다. 그는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또 이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생체간이식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페인은 뇌사자 간 기증자가 100만 명 중 30명꼴이다. 우리나라는 3~4명 정도다. 턱없이 모자란다"며 "장기 기증 뇌사자가 많아져야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생체간이식을 하는 사람들의 후유증도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15일, 서울대병원 간이식 25주년 심포지엄 개최
올해는 간이식을 하는 외과의사들에겐 꽤 의미있는 해다. 196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스타즐 박사가 최초로 간이식에 성공한지 50년째이고, 1988년 김수태 서울대병원 명예 교수가 간이식을 성공한지 25년째를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988년 당시 김수태 교수에게 간이식을 받은 환자가 생존하고 있고, 그가 환자의 주치의를 맡고 있기도 해 더욱 그렇다. 서 교수는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3월 15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서울대병원 간이식 25주년 기념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심포지엄에는 국내 내로라 하는 간이식 외과의들과 대만, 홍콩, 일본 등의 간이식 외과의사들이 참석한다.

간이식과 관련된 새로운 수술법을 도전하고 또 성공시킨 그가 꾸는 또 다른 꿈은 '다장기이식'이라고 했다. 그는 "배 안의 장기가 모두 나빠진 사람을 대상으로 다장기이식을 성공시키고 싶다. 또 기회가 된다면 간세포이식 등도 연구해 환자들이 더 편하게 간암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