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언트(성분명 프라수그렐)에 이어 브릴린타(성분명 티카그렐러)까지 나오면서 항혈전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당장 의사들은 환자에 따른 다양한 맞춤형 처방이 가능해졌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관상동맥증후군으로 인한 사망률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3월 1일자로 급여목록에 오른 브릴린타는 사이클로펜틸 트리아졸로 피리미딘(CPTPs)이라는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화학적 계열의 약물이다. 따라서 대사기전도 지금까지 나온 제품들과 다르다.

널리 이용되는 기존의 티에노피리딘계열인 클로피도그렐은 간대사를 두 번 거치는 반면 브릴린타는 간대사를 거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작용시간도 대거 짧아졌다. 브릴린타는 약물효과가 투약후 30분만에 나타난다. 이는 클로피도그렐 대비 4배나 빠른 것이다.

지난해 7월 선보이며 한발 앞서 포스트 항혈소판제 시대를 연 에피언트도 클로피도그렐과 같은 계열이지만 비활성 대사 물질로 전환되는 비율이 적고 산화단계를 한번만 거쳐 역시 발현시간이 짧다. 즉 두 약제 모두 발현시간이 대거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점은 ST분절상승 심근경색(STEMI) 환자들의 예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다.

처방대상은 차이가 있다. 에피언트는 같은 관상동맥증후군 환자라도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이 예정된 중등도 이상의 고위험 환자가 주 처방 대상이다. 반면 브릴린타는 불안정성 협심증, ST 분절 비상승 심근경색(NSTEMI) 또는 ST 분절 상승 심근경색(STEMI)이 있거나 관상중재시술(PCI) 또는 관상동맥회로우회술(CABG)이 예정된 환자 등을 포함하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들로 좀 더 포괄적이다.

같은 항혈소판제제이지만 대상이 다른 것은 각 약물의 주요 임상 연구에서 환자를 달리 설정했기 때문이다.

기전이 제각각이고 처방대상이 일부 다르지만 노리는 목표는 클로피도그렐 시장으로 같다. 대규모 랜드마크 연구에서 클로도그렐 제제 대비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제품을 출시한 제약사들은 기존 약제대비 효과가 월등히 뛰어나다는 점, 유전자 변이에 상관없이 일관성이 있다는 점, 출혈 등 안전성이 개선됐다는 점을 들며 경쟁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마케팅 활동도 분주하다.

가격(보험약가)은 약제마다 차이가 있다. 브릴린타의 정당 가격은 1200원으로 하루 두번 복용해야하므로 일일복용기준으로는 2400원이다. 일일 복용제제인 에피언트는 2298원(10 mg)으로 두 약제간 차이는 102원이다. 클로피도그렐 제제와는 대략 1000~1200원 가량 차이가 있지만 두 제품간에는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신약들이 기존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기존 클로피도그렐 제제가 CYP2C19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들은 반응하지 않았는데 이를 개선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새로운 항혈소판제제의 출시를 계기로 학회차원에서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으로 인한 사망률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춰 대한심혈관중재학회와 대한심장학회는 지난 23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Raising Asia Standard(RAS) 심포지엄"을 연바 있다. 이날 대국민 교육홍보를 위한 RAS 캠페인도 론칭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장양수 회장은 "RAS 캠페인의 도입은 국내 응급의료체계의 정비와 함께, 국내 심근경색 치료 전 과정에 걸쳐 전반적인 보건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시작된 캠페인이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에서의 보건의료 발전을 도모해 더 많은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항혈소판제제 시장 규모는 약 4800억원으로 이중 클로피도그렐 제제는 15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클로피도그렐 제제는 두 신약이 가진 적응증외에도 "뇌졸중, 심근경색(또는 말초동맥성질환) 환자의 죽상동맥경화증 개선", "출혈 위험이 낮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죽상혈전증·혈전색전증 예방 등 두개나 더 갖고 있다. 적응증은 많지만 80~90%가 관상동맥증후군 분야여서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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