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의료기기 활성화 정책이 이어지고 의료기기산업이 새정부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면서 제조사와 수입사 간 미묘한 신경전이 연출되고 있다.

제조사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지난 22일, 수입사 중심으로 연합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26일 정기총회를 연이어 개최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의료기기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난 가운데,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다. 국회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은 두 단체의 정기총회에 모두 참석, “의료기기산업을 국내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고 세계적인 산업의 중심에 서게 하자”며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국내 병원에서 국산 의료기기 사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축사했다.

대한병원협회 김윤수 회장도 “병원들이 국산의료기기로 선뜻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습관 탓이며, 사용하면서 불안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국산 장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병원에선 인식 개선을, 업체는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연구개발하자”고 당부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제조사들은 대환영했다. 조합 이재화 이사장은 “국내 병원의 70% 정도가 국산의료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중 3분의 1 가량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가격 경쟁력도 갖추게 된다"며 "향후 국산의료기기 연구개발 및 병원 기업간 협력관계 형성을 통한 품질향상으로 수요를 크게 진작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조합은 지난해 국산의료기기 활성화를 위해 기업-병원간 연합체인 의료기기상생포럼을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 제조사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그동안 협회의 목소리에 밀린 감이 있지만, 국산의료기기 정책이 탄력을 받은 만큼 해볼만하다는 기대를 전했다.

반면, 협회는 정기총회 자리에서 특별히 국산의료기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협회 주요 위원회로부터 도출된 올해 사업계획도 마찬가지다. 위원회 구성원은 대부분 수입사다. 제조사와 수입사 협력을 꾀하고 교차회장을 선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입사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올해 사업계획은 치료재료 재평가 원가조사 등 주요 보험현안의 대정부 의견 제출에 가장 큰 사활을 걸기로 했다. 특히, 또다시 신성장동력으로 꼽힌 만큼 협회가 업계 전체를 대변하고 정책 대응을 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하는데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신의료기술이 인정받지 못하고 치료재료 수가는 계속 삭감되면서 국산의료기기만 부각되면,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전했다.

한 협회 임원은 “국산의료기기 활성화 취지는 좋지만, 제조사들은 정부 정책에 즉각 대응하지 않거나 대응논리를 만들기 위한 회의도 잘 참석하지 않는다”며 “영세한 업체가 많은 제조사 특성상 참석할만한 인원이 없다는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협회를 통해 제조사를 아우르면서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될 수 있으며, 모기관인 식약청의 식약처 승격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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