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필러로 해주세요" 고객 파워 막강
가장 많이 원하는 부위는 코
볼·이마·팔자주름·턱 등 선호


필러는 이제 흔한 시술이 됐다. 연예인들 사이에서 티 안나게 예뻐지는 성형으로 인기를 끌면서 대중에도 자리잡은 것이다. 특히 칼을 대지 않고도 미세한 성형효과를 낼 수 있으며, 큰 부작용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필러가 국내 상륙한지도 벌써 10년전. 그간 많이 시술한 부위는 코 필러다. 얼굴의 중앙부에 위치해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위이기 때문이다. 푹 꺼진 볼이나 납작한 이마, 깊은 팔자주름 등과 같은 부위도 많이 시술됐다. 이들 부위는 "동안성형" 트렌드를 낳으면서 더욱 인기몰이를 했다.

얼굴형을 결정짓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턱 필러도 많이 한다. 수술하지 않고도 윤곽을 또렷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으로 시술이 이어졌다. 아래턱이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무턱에 필러가 주입되면, 해당부위가 볼륨 있게 차오르면서 파인 느낌이 사라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제는 의외의 부분까지 필러 영역이 확대될 조짐이다. 미애로여성의원 김형문 원장 따르면, 관상이 좋아지게 하기 위해 귓불필러를 해달라고 하거나 눈두덩이 안, 눈밑 애교살, 도톰한 입술 등을 채워달라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정말 시술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곳, 다른 병원은 아직 많이 하지 않는 곳, 생각하지 못했던 곳까지 필러시술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남성 고객 시술도 많아졌다. 면접을 앞두고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필러가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특이 패턴은 고객들이 알아서 필러 제품을 선택하고 방문하는데 있다. 필러에 대한 각종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다음 "0000 필러로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만큼 필러 외에 미용성형 영역에서의 "컨슈머 파워"가 상당히 높아졌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지난해 국산 필러가 대거 선보이면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심지어 성형 환자들에 서비스로 필러를 해주기도 했다"며 "그러나 까다로워진 고객들의 요구로 국산보단 다소 비싸지만 안전한 제품 위주로 사용하다보니 원가 절감은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결국 아무리 필러가 간단한 시술이더라도 고급화 전략으로 끌고가야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분석이 많다. 임상근거가 많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유용하다. 그중에서도 천연물질이므로 서서히 분해되다가 사라지는 히알루론산 필러가 후유증이나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덜한 만큼, 더욱 선호되고 있다.

이처럼 필러 시장은 더욱 커지는 동시에, 중요해지고 있다. 심지어 "쁘띠"라는 이름을 병원명에 붙여 필러 한가지만 시술하려는 곳도 생겨났다. 시술이 마냥 간단하거나 저렴하다는 인식을 벗어나 전문적인 하나의 영역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장들은 "연구임상 근거가 다소 부족한 저가필러를 도입해 고객이 해달라는대로만 하거나, 가격경쟁력으로 밀어부치는 것은 위험하다"며 "필러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고 무조건 쉽다고 생각하면 치명적인 부작용 대처를 할 수 없다. 교과서, 논문등을 많이 검토하고 다른 원장들의 시술 경험을 면밀히 배운 다음 시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필러 시술 만만하게 봐선 안돼"
미용성형은 컴플레인도 커…세심한 고객 배려가 성공 키워드

김형문 미애로여성의원장


"필러 시술을 단순히 원가 절감과 수익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간단한 시술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많다. 필러 시장이 더 커지는 만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양질의 치료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그만큼 필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미애로여성의원 관악점 김형문 원장은 8년전부터 필러를 시술해 왔다. 전체 시술의 3분의 1이 필러 고객일 정도로 병원의 경쟁력이 됐다. 병원 한 켠에는 레스틸렌 콘셉트를 딴 인테리어를 도입하는가 하면, 레스틸렌에서 주는 다회시술 상도 받았다. 주말이면 필러 시술에 대한 강의도 도맡아 한다.

김 원장은 가장 부작용이 적고 많이 사용되는 필러 제품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다. 국내산 필러보다 3~4배, 많게는 6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전하고 검증된 필러를 찾는 고객의 요구를 위해, 의미있는 학술 발표를 위해 더 고집한다.

그럼 필러 시술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걸까? 그는 필러를 단순히 1회성 시술이나 수익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해당 고객 만족으로 다른 부위 시술, 재방문에 이어 다른 고객들의 소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주사를 놓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자칫하면 괴사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신중, 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위험한 부위에 시술하면서 빨리 해달라는 요구 등에 허둥지둥하면 고객에 끌려가기만 하고 제대로된 치료를 할 수 없다. 그만큼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다른 의료진의 시술도 계속 배워야 한다.

미용성형 시술은 환자 만족과 상응하는 부분이 많다. 그의 신조는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다. 필러 시술의 경우 2개월 보증을 해준다. 환자가 재시술을 원하거나 추가 주입을 원할 경우, 불만족으로 분해를 원하면 언제든 다시 해준다. 그래도 다행히 하루 10~20건씩의 꾸준한 시술경험을 토대로 불만족 건수가 그리 많지 않다. 김 원장은 "시술 제품, 부위 등에 따라 고객들이 요구하는 것들이 너무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대로 다 해주고 나면 손해볼 것 같지만, 오히려 고객이 늘어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질환 치료라면 큰 불만을 갖지 않지만, 미용성형에선 조금만 부주의해도 크나큰 컴플레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용성형 시술에서는 세심한 고객 배려가 필수다. 고객이 만족하게 하면서도 컴플레인을 줄이려면 우선 고객의 "관상"을 잘 보면 된다. 김 원장은 "시술을 원하는 고객의 일부는 어떤 시술을 하더라도 불만족할 듯한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이다. 그들에게 시술이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다른 병원을 소개해 준다고 말하면서 돌려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간단한 필러 시술에 대한 불만 하나로도 병원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눈앞의 수익 몇푼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직접 다룰 수 있는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은 철저히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필러 시술에 대한 컴플레인이 발생하면 우선 잘 들어줘야 한다. 대부분 "다시 해주세요", "없애주세요", "환불해 주세요" 등의 3가지의 요구를 하게 된다. 더 큰 요구를 한다면 소비자보호원 또는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전화번호를 알려주거나 전담 변호사에게 넘긴다. 그 전에 시술 동의서, 환불기준 등에 대한 동의서에 사인하도록 하면 원칙대로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별도 배상보험까지 가입했다.

그는 시술 외적으로도 세심한 배려를 위해 별도의 장소를 임대, 대기 전용 라운지를 따로 두었다. 여기에 10가지의 음료수를 구비해놓고, 고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아이패드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실시간 예약 변경과 취소를 위한 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간단한 시술이라 해도 시술 시간이 명확히 정해져있지 않은데다 돌발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대기시간을 최대한 줄이도록 하는 동시에, 별도의 대기공간에서 진료실 입구 공간으로 이동하게 하면서 환자들의 컴플레인이 줄어들었다"고 소개했다. 친절하기 보단 예측가능한 병원이 돼야 하고, 혹여 고객이 대기하더라도 끊임없는 배려와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면 성공적인 시술을 이어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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