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의료기관과 보건(지)소의 불편한 관계는 언제쯤 끝날 것인가. 현재로서는 답이 없어 보인다.

의료계는 보건(지)소의 본래 운영 취지가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보건복지부도 도시보건지소의 경우 감기환자 등 일반진료를 지양하고 취약계층 건강관리사업을 지향하도록 지침을 내린바 있지만 의료계는 전국의 보건(지)소들과 진료행위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의협이 보건지소의 불공정 경쟁 행위에 대한 피해를 접수해 본 사례에서 이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한 개원의사는 자신의 의료기관과 800m 거리를 두고 있어 보건지소는 일반진료를 하며 환자들에게 전화로 환자가 와야 도시형 보건지소가 계속 일반진료를 할 수 있다는 등 유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일반진료시 보건지소는 주사와 투약을 무료(65세미만 500원, 65세이상 무료)로 하고 있어 민영의료기관의 피해는 매우 크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개원의사는 "전화로 환자유인행위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 빼앗기, 감기, 물리치료 등 민간의료 주질환자 진료로 일일방문환자가 30명대로 급감, 폐업을 고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호소했다.

의료계는 최근 이같은 사례를 취합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한 경쟁행위에 대한 시정 요구서를 제출했다.

의료계는 보건(지)소가 민간의료기관과 동일하게 진료행위를 하면서도 국민건강보험법에 의거해 민간의료기관보다 훨씬 본인부담금이 저렴함은 물론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일률적인 본인부담금 감면 및 면제, 약제비 대불행위, 독감 무료 예방접종 등으로 주변 민간의료기관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보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의 경우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는 의료법에 규정된 환자유인행위로 처벌받고 있음에도 보건(지)소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이라는 우월적 위치에서 민간의료기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낮은 진료비(본인부담금)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민영의료기관과 보건지소는 태생 자체부터 불공정한 경쟁 관계가 형성됐으며 이같은 현상은 민영의료기관과 보건지소가 근접해 있는 경우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용민 의협 정책이사는 "거의 모든 보건(지)소에서 구청장의 사전승인이란 예외조항을 근거로 모든 65세이상 노인환자들에게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65세 이상 환자들의 진료비에서 본인부담금을 면제해 줄뿐 아니라 보건소 처방으로 약을 약국에서 조제한 경우 그 약제비의 본인부담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이사는 "보건소의 처방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약제비를 지원해 주는 것은 아무런 지원이 없는 민간 의원 방문자에 대한 차별이며 결국 민간 의원의 경쟁력을 상실케해 의료발전을 저해하는 처사"라고 지적하고 "이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의료행정으로 민간의료기관들과 갈등 및 경쟁관계를 초래해 경쟁력이 없는 영세 의원급의료기관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보건소의 기능을 건강증진, 질병예방 및 관리 중심과 지역사회 건강의 총괄 관리기관으로 개편하기 위한 지역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마련, 시행 예정으로 있다.

민영의료기관과 보건지소와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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