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탐색-의료기기>

의료기기산업이 국내 산업 전반을 견인하는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병원의 해외 진출 확대에 이어 제약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틈을 타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로 확인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의 대기업 진입도 한몫 더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국내가 아닌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15일 발간한 '의료기기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의료기기 시장은 605억달러 (20.3%)로 연평균 10.8%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별 의료기기 수출 현황은 미국이 1위에 이어 독일, 일본, 러시아연방, 중국(5위), 인도, 이란, 인도네시아, 브라질, 이탈리아(10위), 터키, 아르헨티나, 대만, 프랑스, 태국(15위) 등의 순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은 러시아, 인도, 이란,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미국 등 선진국, u헬스 기기 인기

KOTRA, 대사관, 현지정보 등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u헬스 건강관리기기에 기회가 숨어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약 3000만 대의 무선 건강관리 모니터링기기가 판매됐으며, 전년동기대비 약 37% 급증하면서 2017년까지 약 1억6000대 시장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의료보험 회사와 의사들 역시 편리한 u헬스 시스템을 통해 미리 질환을 예방하고 의료비용을 줄이자고 권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 내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브랜드 인지도나 FDA 등 인증기관에서의 제품 인증 등이 필수적이라는 어려운 점이 있다.

독일은 u헬스 디지털망이 전역에서 사용 가능하면 연간 96억 유로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내 90% 이상의 병원에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연결과 공유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을 문제로 삼고 구축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거나 어디서든 응급요청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에도 관심이 높다. 혈압, 혈당, 칼로리 등 건강상태 체크가 가능한 기기를 장착, 실시간으로 담당 주치의에게 전달되는 기기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도 오는 4월부터 정부 주도로 원격의료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인들은 고지혈증, 간질환, 암 진단, 다이어트, 고가의 병원용 장비를 대체하면서도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제품(알람, 모션 센서, 바이오시밀러, 혈액진단기) 등을 필요로 하고 있다. 기기와 연계한 의료 상담, 온라인 프로그램, 의료기관과의 연계 등까지 기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거대 시장 중국, 노인인구만 1억 8000만명

중국 시장 기회는 일단 어마어마한 인구에서 계산해 볼 수 있다.

UN의 세계인구 추산 결과, 중국은 2010년에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1억7776만 명이 넘어서 총인구의 13.26%를 차지하고 있다. 2035년에는 노인인구가 중국 전체인구 중 4명 중 1명 수준으로, 미국 총인구보다 많은 약 3억8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따라서 실버산업을 중심으로 보청기, 돋보기, 보행보조기, 노인 목욕보조기, 건강보조기 등의 수요가 많다.

당뇨병 등 만성 질환도 폭발적이다. 중화의학회당뇨병분회에 따르면, 2011년 중국 당뇨병 환자수는 9240만 명에 달하며, 혈당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발병 잠재 인구 또한 1억4000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2억8000만 환자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수치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당뇨병 환자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따라서 대표적인 당뇨병 관련 제품인 혈당측정기 시장이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은 토종기업들의 성장세가 28%에 달했지만, 기술력을 앞세운다면 승부해 볼 만하다. 현지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독자 진출보다는 합자, 인수합병 등의 방식이 유리하다.

예컨대 메드트로닉은 지난해 9월 8억1600만달러에 중국 의료기기 업체 캉후이(康輝)를 인수합병한 데 이어 선전쎈젠과학기술회사(先建科技公司)의 19%의 지분을 매입했다. 필립스는 중국의 Neusoft 그룹과 합작해 'Neusoft-필립스 의료시스템 유한책임회사'를, GE는 중국 신화의료(新華醫療)와 공동으로 '신화-제네랄 전기의료시스템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우수한 품질·가격경쟁력 동시에 내세워야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아시아권 국가에는 우수한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앞세운다면 승산이 있다.

캄보디아 의료기기산업은 2008년부터 29.6%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나, 직접 생산하는 현지 업체는 전무하다. 한국은 품질과 가격 두가지 측면에서 캄보디아 고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점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2010년 기준 전체 의료기기 시장의 89%가 수입제품이다. 시장규모는 32억 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수입 의료장비의 경우 CE 혹은 FDA를 취득해도 러시아 품질인증을 별도로 획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동시에 있다면 도전해 볼만하다. 암 진단기기, CT, MRI, 초음파기기, 화상진단 촬영장비, 심혈관 진단기기, 신장·비뇨기과 기기 등에서 수요가 많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제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에 불과, 상당수의 의료기기제품을 수입한다. 2010년 기준 10억 달러 규모를 수입했으며, 2002년 3억 달러 대비 3배 넘게 급성장했다. 대대적인 메디칼타운을 설립하는 만큼, 영상진단기기, 정형외과 기기, 신규 병원 건설을 위한 의료가구 등이 가장 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UAE 보건부는 30년 이상 GCC 국가 대상 의료 관련 제품의 통합 구매 주문 시스템을 운영해왔다는 데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20여 개국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고, 입찰자와 경매 참여 등 국내외 참여 업체의 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아부다비 재활센터가 건설 중인 만큼, 향후 의료 보호대와 보조기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사고 환자의 증가로 의료보호대 및 보조기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운전 중 휴대폰 사용에 대한 제재가 없고, 음식물 섭취와 과속·난폭 운전 등으로 UAE는 교통사고 발생률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약국에서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고 있으며, 제품 구매를 위한 별도의 처방전이 필요치 않아 진입만 한다면 구매도 용이하다. 고품질의 저가제품을 선보인다면 다양한 소비자의 구매욕을 충족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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