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분석 I, ACEI 치료군 사망률 8.3% ↓
메타분석 II, "RAAS억제제 사망위험 감소 ACEI가 주도"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의 사망률 감소효과를 시사하는 연구들이 계속 보고되면서 항고혈압제의 실제 다면발현 효과 또는 부가적 혜택(pleiotropic effects)과 그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모두 관련 임상연구들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인 만큼, 해당 약물요법과 사망위험 감소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항고혈압제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던 혜택의 가능성이 유독 ACEI 치료그룹에서만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면서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시스템(RAAS) 억제 계열의 특성화 기전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특히 ACEI의 이러한 잠재적 혜택의 가능성은 같은 RAAS 계열인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와도 대비된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메타분석 I

이탈리아 페데리코대학병원의 Gianuluigi Savarese 교수팀은 미국심장학회지(JACC 2013;61:131-142)에 '심부전 없는 고위험 고혈압 환자에서 ACEI와 ARB의 효과'에 관한 메타분석 결과를 발표, "ACEI 치료군에서 위약군 대비 심혈관사건 복합빈도, 심근경색증, 뇌졸중, 사망률, 신규 심부전이나 당뇨병 발생빈도가 모두 유의하게 낮았다"고 밝혔다.

ARB는 위약군 대비 심혈관사건 복합빈도, 뇌졸중, 신규 당뇨병 발생빈도가 유의하게 낮아 역시 혜택을 보였으나 전체 사망률 감소는 관찰되지 않았다.

ACEI는 심부전 환자의 이환율과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신부전의 진행을 억제하는데 특별히 효과적인 약제로 알려져 있다. HOPE (NEJM 2000;342:145-153), PROGRESS (Lancet 2001;358:1033-1041), EUROPA (2003;362:782-788) 등 임상연구와 메타분석(Lancet 2006;368:581-588)에서는 심부전이 없는 고혈압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개선의 혜택을 검증받기도 했다.

연구팀은 심부전이 없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에서 ACEI와 ARB의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임상연구들을 모아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분석에는 심부전이 없는 고혈압 환자에서 ARB 또는 ACEI를 위약과 비교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 26건(총 대상환자 10만8212명)이 포함됐다. 궁극적으로는 ACEI에서 확인된 혜택이 ARB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비교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ACEI 사망률 8.3% ↓

분석결과, ACEI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심혈관사건 복합빈도(심혈관 원인의 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는 위약군에 비해 14.9%(P=0.001) 유의하게 낮은 위험도를 나타냈다. 심혈관사건에 대한 개별적인 분석에서는 심혈관 사건 원인의 사망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10% ↓, P=0.112), 심근경색증(17.7% ↓, P<0.001)과 뇌졸중(19.6% ↓, P=0.04)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혜택을 보였다.

한편 ACEI는 신규 심부전(20.5% ↓, P=0.001) 및 당뇨병(13.7% ↓, P=0.012) 발생빈도와 함께 전체 사망률(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이 위약군에 비해 8.3%(P=0.008) 낮은 것으로 집계돼 추가적인 혜택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ARB 심혈관사건 7.0% ↓

ARB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경우, 위약군에 비해 심혈관사건 복합빈도가 7.0%(P=0.005) 낮아 역시 유의한 혜택을 보고했다. 하지만 심혈관사건 개별인자에서는 뇌졸중(9.1% ↓, P=0.011)에서만, 이외의 종료점에서는 신규 당뇨병 발생빈도(10.6% ↓, P=0.001)에서만 위약군과 의미있는 차이가 확인됐다. ARB군의 전체 사망률은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결론에서 ACEI와 ARB의 유의한 심혈관사건 복합빈도 개선효과를 언급하며 "심부전이 없는 고위험 고혈압 환자에서 ACEI에 대한 불내약성으로 사용이 힘든 환자에게 ARB가 실질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ACEI의 대체수단으로서 ARB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심근경색증과 신규 심부전 발생빈도, 특히 사망률에 있어서 ARB 대비 ACEI의 잠재적 혜택이 부각된 것 또한 이번 연구의 중요한 메세지 중 하나다.

▲메타분석 II

이에 앞서 지난해 European Heart Journal 2012;33:2088-2097에는 'RAAS억제제의 사망률 감소효과에 관한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돼, ACEI의 사망률 감소효과를 시사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여타 항고혈압제와 비교해 RAAS억제제 치료군의 전체 사망률이 유의하게 낮았는데, 이 같은 혜택이 ACEI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보고됐다.

ACEI와 ARB 등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여타 항고혈압제와 비교해 혈압강하력에는 차이가 없으나 심혈관 원인의 사망을 포함하는 임상결과를 보다 우수하게 개선한다는 것이 보고돼 심혈관 보호효과의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하지만, 이들 약제가 모든 원인의 사망(전체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ACEI군 사망률 10% ↓

네덜란드 에라스무스의료원의 Laura C. Vark 교수팀은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에 관한 총 20개의 임상연구들을 모아 종합적으로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분석결과, RAAS억제제 치료를 받은 그룹의 사망률은 연간 1000명당 20.9명으로 대조그룹(연간 1000명당 23.3명)과 차이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RAAS억제제 그룹의 사망률이 대조그룹에 비해 5%(P=0.032) 정도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원인의 사망도 연간 1000명당 8.7명 대 10.1명으로 역시 RAAS억제제군의 위험도가 7%(P=0.018) 유의하게 낮았다.

연구팀은 "관찰된 사망률 감소효과의 대부분은 ACEI에서 기인했다"고 밝혔다. ACEI군의 사망률은 대조그룹에 비해 10%(P=0.004) 감소한 반면, ARB 치료그룹에서는 사망률 감소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hazard ratio 0.99, P=0.683). 심혈관 원인의 사망과 관련해서는 ACEI 그룹의 위험도가 12% 감소한 반면, ARB 치료그룹은 4%에 그쳤다. ACEI와 ARB 효과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사망률 개선 인과관계는 임상연구해봐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의 김광일 교수는 이상의 연구결과와 관련해 "메타분석 자체의 한계로 인해 명확한 결론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해당 항고혈압제 요법과 사망률 감소와의 인과관계, 그리고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임상연구와 함께, 메타분석에 포함된 연구들의 특성에 대한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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