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대외협력팀, 건보공단의 노골적인 업무 이관 요구에 공식 반박

안 싸우겠다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방향을 바꿔 건강보험공단을 향해 직격탄을 쐈다. 두 단체의 업무 관련 갈등에 적어도 국민은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는 게 심평원의 지적이다.

18일 심평원 대외협력팀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건보공단의 국민토론방 주제와 관련, "현행 건강보험 운영체계에 대한 이해 없이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현재 건보공단은 홈페이지 내 국민토론방을 운영 중이며, 최근 "보험적용 여부와 가격 결정체계 개선 필요성"을 주제로 현행 건강보험 지출 결정체계 문제점을 꼬집었다.

문제시 되는 것은 건강보험과 관련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 노골적으로 심평원의 업무를 공단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

공단은 △현재 급여 여부 결정에 있어서 보험자인 공단의 직접적인 역할이 없고 제3의 기관에서 의료인 위주의 전문평가위원회를 통해 결정, 비용효과성과 국민부담능력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불되는 진료비 내역의 적정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심사결과대로 진료비를 지급하고 있고 △사후에 지급 진료비 적정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따라 △공단이 보험 적용 여부와 가격 등을 결정하고 △진료비 청구도 공단에 직접 하며 △재정 관리 책임자로서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는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같은 공단의 업무이관 발언은 이전에도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수차례 개진한 바 있다.

그러나 심평원은 "국민을 위해 진흙탕 싸움은 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별다른 대응이나 반박 주장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국민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 버젓이 이를 게시하자 심평원 대외협력팀이 나서서 말문을 연 것이다.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국민건강보험의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옳지만, 국민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현행 건보 체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보험 관리의 틀은 수많은 논의와 합의를 통해 운영 중이며, 지난 2000년 전국민 단일의 통합의료보험을 실시하면서 정부 책임과 관장 하에 심평원과 공단이라는 두 단체를 뒀다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공단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견제와 균형, 전문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서 의학적 전문성과 의료 발전 등을 꾀하는 방향으로 두 집행기관의 역할과 기능이 부여된 것"이라면서, 조직논리로 이같은 구조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심평원에서 운영 중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비용효과성 및 임상적 필요성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각 분야별 추천 전문가로 구성되는데, 소비자단체 추천 위원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의료행위나 치료재료는 급여여부 및 가격이 전문평가위원회를 통해 결정되고 있으며 여기에도 소비자 단체를 대표하는 전문위원이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보험 여부가 결정된 후 보험약가는 현재 공단에서 협상을 통해 결정하고 있으므로 약가는 공단이 담당하고 있다"며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등에서 공단의 약가 협상은 비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된 바 있고, 공단이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 국민 뿐만 아니라 전문가 참여 구조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앞으로 공단은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 국민의 상식적인 판단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하고, 업무 이관에만 욕심을 부릴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심평원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수렴하는 것은 필요하며, 공단의 최근 국민토론방 게시글처럼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여론을 몰아가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심평원은 공단에 "한 기관의 권한 확대로 귀결되는 결론에 국민을 명분으로 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운영을 위한 각종 의사결정에 지금보다 많은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합리적인 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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