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페노피브레이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약가인하에 위축돼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범상찮은 발매식부터 전국 단위의 대규모 심포지엄까지 여느 신약 출시때와 버금가는 투자를 하고 있다. 이쯤되면 페노피브레이트 신약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발매식도 주목을 끌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1월 3일 충남 천안의 영업사원 교육장에서 페노시드캡슐 발매 기념식을 갖고 블록버스터 육성을 다짐했다. 통상 신제품 출시와 달리 비전선포와 케익커팅도 마련했다. 영업사원들은 블록버스터 육성을 목표로 각자의 각오까지 다졌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활동은 더욱 크고 성대하게 진행중이다. 이름하여 HIT(Highlight the Importance of TG treatment) 심포지엄을 진행중인데 지금까지 서울, 대구, 대전, 광주를 마쳤고 앞으로 인천(14일/송도쉐라톤호텔), 부산(19일/부산롯데호텔), 전주(21일/코아리베라호텔), 울산(3월 7일/롯데호텔), 마산(14일/마산사보이호텔), 수원(26일/호텔캐슬) 등 6곳에서 더 진행될 예정이다.

통상 행사당 5000여만원이 든다고 가정하면 제품이 팔리기도 전에 5억여원을 홍보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직원들 교육비용과 각종 브로슈어 제작, 판촉물까지 합치면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는 행보다.

재미있는 점은 한미약품이 수억원을 초반 홍보예산으로 쓸 정도로 페노피브레이트 시장이 규모가 크지 않다는데 있다.

국내 페노피브레이트 시장 규모는 대략 2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시장을 이끄는 제품은 한국애보트가 공급하고 있는 리피딜슈프라이다. 오래전 특허가 만료됐지만 시장 규모가 작아 경쟁이 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국내에 다양한 제제가 있지만 리피딜 슈프라만 거의 독보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경우 투자는 시장 규모와 비례한다는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낌없는 투자를 해오고 있는 이유는 한미약품이 새로운 가능성에 찾은 것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우선 제품력이다. 이번에 나온 페노시드캡슐은 활성형 페노피브릭산 성분으로 개발돼 식전·식후 관계 없이 복용할 수 있다. 기존의 제품은 공복 및 식후 복용에 따라 흡수율 차이가 커 반드시 식후에 복용해야 했다. 한미약품은 복용상 단점으로 인해 페노피브레이트 제제에 접근성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 새로운 처방 가능성을 점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내 이상지질혈증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투자를 한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중에서 나쁜 콜레스테롤(LDL-C)은 높지 않고 중성지방(TG)이 높은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낮다. 한미약품은 이를 파악 적극 공략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한기훈 교수는 최근 서울 심포지엄에서 "중성지방이 늘어나면 심혈관 질환 발생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LDL 콜레스테롤을 줄인다고 해도 잔여위험은 존재한다"며 중성지방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수백억원 규모의 오메가3 시장을 잡겠다는 포석도 깔려있을 수 있다. 현재 국내 건강기능식품 중 오메가3제제가 중성지방분해 제제로 판매되고 있는데 순도와 용량이 다르고 순응도가 낮아 치료 수준의 효과는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오메가에 대한 효과 논란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여기에 기존 제약사들이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어 기회가 좋다는 장점도 있다. 결국 이러한 모든 것을 적용해 환자들을 치료영역으로 이끌어내고 나아가 시장도 확대시켜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중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아직 시작하는 의지는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 박명희 이사는 "페노시드는 다른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여 효과적으로 중성지방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토탈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라며 "중성지방 및 HDL 콜레스테롤 관리의 중요성과 복용 편의성 등 측면에 마케팅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제약사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기존 시장을 잡으려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시장 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했을 것이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페노피브레이트=리피딜 슈프라의 공식이 깨질지도 관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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