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회장 “의사 권리는 정당한 진료비로 찾자”

자정선언 이은 후속 조치 방향 어디로 갈지 주목



의료계가 리베이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큰 걸음을 내딛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4일 불법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하며 의·산·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으며, 병협도 약품대금 조기 지급을 천명했다.

더욱이 2011년 의약계 13개 단체가 참여한 의약단체 공동 리베이트 자정선언에 불참한 의협이 주도적으로 리베이트 단절 선언을 함으로써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의협의 2·4선언은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내홍을 겪었지만 일단 획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자정 선언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와 함께 갑-을 관계에서 의료계와 산업계가 동등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첫 단추를 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 실천 방안은 없어

더불어 의학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대한의학회가 동참하고 있어 향후 진일보한 학·의·약 발전을 위해 올바른 협력자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에 한층 다가선 것으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의사·병원 단체의 이번 선언은 보다 구체화된 실천 방안 제시가 담겨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 방안이 제시돼야 회원인 의사와 병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고, 그래야만 진정한 상생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로서는 선언에 이은 후속 조치 마련이 현안으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그렇지만 리베이트 근절 선언이나 약품 대금 지급 정상화를 약속한다고 해도 이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의료계의 리베이트 단절 선언은 연이어 터져 나오는 리베이트 사건으로 인해 의사들의 명예가 실추되고 국민들로부터의 신뢰 상실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힘겹게 발표한 의협과 의학회의 리베이트 단절 선언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제약회사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의원협회도 "리베이트는 의사나 제약회사의 윤리적 문제가 아닌, 복제약 등재와 약가산정 과정에서의 복지부 잘못이 원인이 된 것"이라며 "복지부는 국민들에게 이러한 과정을 설명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조적 원인 해결해야”

이들 단체의 제안 배경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현재 정부의 막무가내식 단속과 고발만으로는 리베이트가 단절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때문에 총체적으로, 철저한 점검으로 구조적 원인을 찾아 제거하고 여기에 맞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형선 인천시의사회 회장은 "일부 특수한 상황이 의사 사회에 보편화돼 있는 것처럼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전제하고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공론화 작업을 통해 실제적으로 단절시켜야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노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도 "이번 선언을 계기로 리베이트 쌍벌제 중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며, 정부·의료계·산업계가 함께 올바른 대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윤리규정 정비해 내부 단속키로

의료계는 "내부적으로 떳떳할 수 있어야 그에 상응하는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선언을 이해하고 있다.

한편 의협과 대한의학회는 조만간 자체 윤리규정을 마련, 내부 단속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관련법 개정 전까지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의료기관 출입도 일체 금지할 방침이다.

노환규 회장의 "의사들의 권리를 리베이트를 통해 찾을 것이 아니라 정당한 진료비를 통해 찾아야 한다"는 제안이 현실에서 가능할지 보건의약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