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PSTF 권고성명 "위험 > 혜택" vs DOPS 연구 "타이밍이론 지지"
"DOPS 근거 제한적···만성질환 예방 위험 지적 권고안 여전히 타당"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폐경 호르몬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놓고 미국 보건부 산하 질병예방예특별위원회(USPSTF)의 권고안과 최근의 임상연구 결과가 상충되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 USPSTF가 폐경후 여성의 만성질환 예방에 호르몬요법을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한 반면, 이에 앞서 보고된 임상연구는 조기에 실시된 호르몬요법의 장기적 혜택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USPSTF는 올해 초 미국내과학회지에 온라인판 발표 내용을 그대로 유지해 공식 게재하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전히 위험 > 혜택"

지난 1월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3;158(1):47-54에는 "만성질환 일차예방을 위한 폐경 호르몬요법" 제목의 USPSTF 성명이 게재됐다. 지난해 10월 23일 먼저 발표된 온라인판의 내용이 최종적으로 본 저널 오프라인에 실린 것이다. 성명의 핵심은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폐경 호르몬요법의 위험이 여전히 헤택을 상회한다"는 것이었다.

성명은 2005년에 이어 다시 한번 "폐경후 여성에서 만성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병합요법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여기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병용요법이 폐경후 여성에서 골절위험을 감소시키지만 동시에 뇌졸중, 침습적 유방암, 치매, 담낭질환,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 등 심각한 부작용 증가의 위험이 동반된다"는 설명이 첨가됐다.

"자궁절제술을 받은 폐경후 여성에게 만성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에스트로겐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권고도 제시됐다. "에스트로겐 요법이 골절위험을 낮추지만 침습적 유방암 위험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고 뇌졸중, 심부정맥혈전증, 담낭질환 위험증가와 연관성이 있다"는 설명이 추가됐다.

성명은 또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의 병용요법, 에스트로겐 단독요법 모두 폐경후 여성에서 관상동맥 심장질환 위험을 감소시키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만 성명은 "권고안은 홍조나 질 건조증과 같은 폐경증상의 관리를 위해 호르몬요법을 고려하는 여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만성질환 예방전략으로서 호르몬요법의 문제만을 지적했다. 50세 이하 연령대로 수술에 의한 폐경여성 역시 권고안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메타분석 - Nelson et al.

USPSTF의 이같은 권고안은 미국 오레건보건과학대학의 Heidi D. Nelson 교수팀이 지난해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2;157(2):104-113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기반하고 있다. 2012년 예정된 USPSTF 권고안 업데이트에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된 "만성질환 일차예방을 위한 호르몬요법"에 관한 메타분석에서 에스트로겐 단독과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병용요법 모두 위험도가 혜택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WHI (Women"s Helath Initiative)를 기점으로 2002년 이후에 발표된 관련 연구들에 대한 종합분석을 통해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폐경 호르몬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분석에는 WHI를 비롯해 폐경 호르몬요법과 위약군의 만성질환 예방효과를 검증한 총 9개의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가 포함됐다.

분석결과,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병용요법군의 골절위험(연간 여성 1만명당 46명↓)은 대조군과 비교해 낮았다. 반면 침습적 유방암(연간 여성 1만명당 8명↑), 뇌졸중(9명↑), 심부정맥혈전증(12명↑), 폐색전증(9명↑), 폐암 사망(5명↑), 담낭질환(20명↑), 치매(22명↑), 요실금(872명↑) 위험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에서는 골절(연간 여성 1만명당 56명↓), 침습적 유방암(8명↓), 사망(2명↓) 위험은 줄어든 반면 뇌졸중(11명↑), 심부정맥혈전증(7명↑), 담낭질환(33명↑), 요실금(1271명↑) 위험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임상연구 - DOPS

논쟁은 USPSTF의 최종 권고안 발표를 앞두고 공개된 한 임상연구로부터 촉발됐다. 폐경후 여성의 호르몬요법과 관련해 이른바 타이밍이론(timing theory)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로, 치료 시기에 따라 심혈관 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타이밍이론은 과거의 위험론에 맞서 호르몬요법의 조기적용을 지지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덴마크 흐비도브레대학병원의 Louise Lind Shierbeck 교수팀은 British Medical Journal 2012.10.09 온라인판(2012;345:e6409)에 발표된 연구를 통해 "폐경후 여성에게 조기에 호르몬요법을 실시한 결과, 장기적으로 암·심부정맥혈전증·뇌졸중 위험을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사망률·심부전·심근경색증 위험은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 심혈관사건이 50%까지 감소했고, 심혈관 혜택은 암 위험 증가와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DOPS로 명명된 이 연구는 몇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평가를 받았다. Shierbeck 교수에 따르면, 연구는 건강한 폐경후 여성에서 조기에 시작된 호르몬요법의 효과를 가장 장기적으로 검증한 최초의 RCT이었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 50세로 최근에 폐경 이후로 들어섰거나 폐경이 진행 중인 건강한 여성 1006명을 대상으로 RCT를 진행했다.

호르몬요법 그룹에서는 자궁이 온전히 보존된 여성들에게 에스트라디올(triphasic estradiol)과 노르에티스테론 아세테이트(norethisterone acetate) 치료가,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에게는 1일 2mg의 에스트라디올 치료가 이뤄졌다. 치료는 연구 진행 약 11년 후 WHI의 부작용 보고로 인해 중단됐으나 사망, 심혈관질환, 암에 대한 추적·관찰은 16년까지 계속됐다.

10년간의 치료결과는 호르몬요법 그룹에서 16명이 사망,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근경색증(일차종료점)을 경험한 반면 대조군은 33명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호르몬요법군의 일차종료점 상대위험도는 대조군에 비해 52% 낮았다(P=0.015). 사망은 15명 대 26명으로 치료군의 위험도가 43% 낮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P=0.084).

한편 모든 종류의 암(치료군 36명 대 대조군 39명, P=0.71)과 유방암(10명 대 17명, P=0.17)은 두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어 심혈관사건 감소와 암 위험 증가 사이에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심부정맥혈전증( 2명 vs 1명)과 뇌졸중(11명 대 14명) 역시 치료군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증가가 없었다.

▲USPSTF vs DOPS

USPSTF의 만성질환 예방 호르몬요법에 관한 성명이 미국내과학회지 오프라인에 게재되면서 같은 저널에 흥미로운 논평이 하나 실렸다. 미국 존스홉킨스의학연구원의 Eliseo Guallar 교수는 논평에서 "위험 대비 심혈관 혜택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 DOPS 연구결과에 대해 USPSTF가 만성질환 예방에 호르몬요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권고를 재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단순명료했다. "그렇지 않다"였다. Guallar 교수는 "DOPS 연구는 본래 호르몬요법과 골다공증성 골절의 연관성을 평가하기 위해 디자인됐다"며 "일부 다른 아웃컴이 모니터링되고 평가를 받았지만, 사망·심부전 원인 입원·심근경색증 등의 종료점이 전체 심혈관에 미치는 영향을 대변하지는 못한다"고 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 "호르몬요법의 심혈관 혜택과 관련해서는 관상동맥 심장질환에 초점이 맞춰진다"며 심부전이 종료점에 포함된 것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Gullar 교수는 최종적으로 "DOPS 연구결과가 타이밍이론에 대한 명확한 지지로 해석되고 있지만, 연구 자체의 한계로 인해 (과학적) 근거로서는 부족하다"며 "USPSTF의 권고는 여전히 타당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지난 대한폐경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참석한 한 학회 관계자는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호르몬요법의 위험 대비 혜택에 대한 논란의 와중에 DOPS 연구의 긍정적인 결과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나,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연구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어 명확한 결론은 아직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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