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소아과 진료비 수가가 대폭 인상됐다. 야간에 문을 여는 소아과가 늘어나 부모들의 편의를 높이는 한편, 혼잡한 응급실 경증 소아환자를 줄이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당장 정부의 기대만큼 소아과가 늦게까지 문을 열지는 의문이다.

보건복지부는 3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소아과 야간 수가 인상 등의 추진계획을 발표, 2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야간(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에 문을 여는 소아과 의원에 대한 진료비 가산율은 30%였지만, 앞으로는 100%로 늘어난다. 3000원 안팎의 본인부담금은 5000원 가량으로 오르고, 소아과로선 소아환자 1명당 3만원 이내의 수가를 얻게 된다.

복지부는 이같은 조치로 소아과 동네의원의 야간 진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온 뒤 병원을 찾으면 이미 진료시간이 끝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격일제라도 야간진료를 활성화해보자는 기대다.

이같은 정책 발표에 일단 국민들의 여론은 싸늘했다. 아이가 보통 밤에 아픈 경우가 많은데 당장 진료비를 인상해야 한다는데 따른 거부감이다.

네티즌 A 씨는 "보통 낮엔 잘 놀다가도 밤만 되면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고 아픈 일이 많다"며 "어떻게든 진료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지, 무작정 진료비만 인상해선 안된다. 저출산 정책에 오히려 역행하는 정책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B씨는 "응급센터에 가면 5만원 가량의 진료비가 나오기 마련인데 오히려 저렴하면서도 아이만 전문적으로 보는 곳이라면 환영할 만하다"며 "그러나 실제 문을 여는 소아과가 거의 없고 열더라도 정보를 알기가 쉽지 않은데, 개별 소아과들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할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소아과 원장들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수가 인상으로 포장해 놨지만 저녁 8시부터 아침 7시까지에 한정된다면 여러모로 부담감이 상당하다는 것.

C소아과 원장은 "수가 잘해주는 "척"하는 미끼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소아환자가 별로 없는데 야간에, 그것도 6세 미만만 가산을 준다면 야간진료에 큰 메리트가 없다"고 성토했다.

D소아과 원장도 "원장 본인이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간호조무사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야간에 인력 구하는건 부담이다. 문 연 약국도 찾기 어려울텐데 처방은 또 어떻게 하느냐"며 "진료시간을 약간 연장할 수는 있겠지만, 응급실로 향하는 환자를 대체할 정도로 심야에 문을 여는 소아과는 당장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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