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정 아주의대 교수, 인수위 개편안 지적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처로 격상, 식품과 의약품의 포괄적인 관리를 맡게 된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발표가 연일 화제다.

특히 보건복지부 산하를 떠나게 되면서 전세계 유일한 총리실 주관의 식약 관리가 시작됨에 따라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28일 식품의약품 안전을 위한 정부조직개편 국회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허윤정 아주의대 교수는 “식품과 의약품을 개별 관리하는 나라도, 통합 관리하는 나라도 모두 존재한다. 하지만 보건부의 산하를 떠난 의약품 관리 기구는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발표에 따르면 식약처는 복지부를 떠나 총리실 주관 기관이 된다. 이에 허 교수는 “식품과 의약품은 국민 감수성이 가장 높은 사인인데, 과연 이를 총리실에서 모두 안고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의 식약청 업무는 그대로 식약처에서 수행하고, 보건복지부의 의약품 안전정책을 식약처로 이관하게 된다.

이로써 식약처는 임상시험은 물론 허가, 생산, 판매자, 시판 후 관리 등 안전관리의 컨트롤타워가 될 전망이다.

기존에 식품안전관리체계가 농림수산식품부와 복지부, 식약청으로 분산돼 긴밀한 정보공유와 신속 대응체계가 미흡하며, 공동관리 체계에 대한 타당한 근거 마련에 한계가 있어 왔다.

또한 수인성 전염병, 집단식중독, 인수공통 전염병 등 식품매개질환이나 항생제 내성 관리 체계 등 식품과 의약품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므로 혼선이 초래됐다.

이처럼 식품관련 문제가 여러 부처로 다원화된 것은 물론 식품, 의약품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통합의 필요성이 수차례 제기됐고, 실제 2006년에는 총리실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논의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일원화가 순리에 맞게 이뤄졌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발생될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처간 이기주의는 물론 다양한 이슈에 대해 면밀한 점검 없이는 식품안전 업무의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허 교수는 “어느 부처가 담당하느냐 보다 소비자 안전이 우선”이라면서 “가장 안전하면서 비용효과적인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식품과 의약품 관리가 통합된 곳도 분리된 곳도 있으나, 보건부의 역할이 배제된 모델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면서 총리실 관리 기구로 옮겨진 것에 대해 크게 비판했다.

이어 “식품과 의약품은 국민 감수성이 상당히 예민한 부분”이라면서, “총리실에서 주관 시 이러한 감수성을 모두 수용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허 교수는 "식약청은 단순히 식약처로 격상된 것만 좋아할 것이 아니며, 현재 인력이나 조직, 예산 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의견 분분...29일쯤 발표될 인수위 개정안에 주목


정형선 연세대 교수도 뜻을 같이 했다. 인수위에서 식품의약품처가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개편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식약 관리를 일원화한다는 인수위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복지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되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기존에는 건강과 위생안전을 모두 복지부가 총괄했으나 개편안에 따르면 총리실이 이를 맡게 되면서 지금 이상으로 업무협의 절차가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식품의 경우에는 농림부나 해양수산부의 업무 중복이 있어 일원화의 명분이 있으나, 의약품, 의료기기, 치료재의 경우 부처 간 중복 문제가 거의 없어 업무 중복의 여지를 높인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식품과 의약품 관리를 완전히 별개로 두고, 식품 관리는 농산부에서, 의약품 관리는 복지부에서 담당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전체 보건의료제도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의 양대축인 의료서비스와 의약품이 유기적으로 연계해서 제공돼야 하며, 의약품의 임상시험, 인허가, 생산, 건보급여, 유통, 처방, 사용에 이르는 과정을 일관성 있게 이뤄질 수 있는 정부 조직이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표했다.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의약품 정책이 연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의약품의 제조, 허가, 건보 등재, 유통, 판매, 처방, 조제, 급여, 사후관리까지 모든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계 추진돼야 하며, 현재 이러한 유기적 업무 협조가 미흡해 정책의 업무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료계, 한의계, 가입자, 제약산업 등 이해관계들의 효율적 조정을 하면서, 의약품 안전을 관리하고 의료정책을 함께 수행하는 일관성 있고 강력한 컨트롤타워인 식약처 승격을 찬성한다는 것.

이어 “식약처는 앞으로 리베이트를 제재하는 강력한 정책패키지를 시행하고,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포괄적 정책 마련과 더불어 제네릭 사용 유도를 위한 성분명 처방, 대체조제 등 정책적 연계를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또 적정 약가책정 및 필수 의약품, 희귀의약품 생산 촉진 등 국민건강 증진과 신속한 질병 대응을 위한 의약품 및 건강정책의 연계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대한한의사비대위원회 김필건 수석부위원장은 식약청의 처 격상에 거센 반발을 표하면서, 오히려 현재 약사들로 구성된 잘못된 식약청의 내부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식약청 관계자들의 30%이상이 약사 출신이며, 이들이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이 아닌 제약회사와 식품회사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수위의 식약 관리를 위한 개정안은 이해가 되나, 현재 식약청 내의 특정직능자들의 불합리한 구조로는 공정하고 정상적인 관리가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수위는 조만간 세부적인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국회에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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