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30% 이상, 정신적 신체적 고갈 상태

1. 외과 의사의 스트레스를 잡아라

2. 환자 예후 나쁠 때 스트레스 최악

3. 삶의 질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 시급


지난해 미국 메이요클리닉 Tait D. Shanafelt 박사팀은 외과 의사가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최고 3배 많이 자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충격을 줬다. 외과 의사 79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3%가 최근 1년 동안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번아웃의 주요 지표인 정서적 소진과 탈인격화, 낮은 성취감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수치를 보였고, 54.9%에서 우울증 증상이 있었다. Shanafelt 박사는 "여러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외과 의사의 30~38%가 번아웃을 겪고 있으며 이는 내과 의사 15%보다 높은 수치"라면서 "외과 의사의 정신적 고통은 불안과 우울감은 물론 사람들과의 관계 단절, 결혼 생활 문제, 알코올 중독, 물질중독, 나아가 자살과 같은 심각한 증상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세부 전공별로 조사한 연구를 살펴보면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번아웃이 관찰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외과 의사 중 조기 퇴직을 희망하는 비율도 높았다. 미국 미시건대에서 수련을 받은 외과 의사 5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 32%가 심각한 정서적 소진을 보였고 탈인격화와 낮은 성취감도 각각 13%, 4% 보고됐다. 대상자의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을수록 번아웃 현상이 심했고, 과도한 업무, 기대치와 직업적 전망의 부조화, 낮은 직업적 보상, 자율성 부재와도 연관성이 있었다.

외과 의사 126명을 대상으로 한 호주 연구에서는 47.6%에서 심각한 번아웃이 확인됐다. 어떤 조직에 속해있는지에 관계없이 젊을수록 번아웃이 심했다. 영국의 대장항문외과 및 혈관외과 의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501명 중 32%가 번아웃 증상을 호소했다.

종양외과 의사 549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 결과 28%에서 번아웃이 30%에서 우울증 양성이 관찰됐다. 50세를 기준으로 나눴을 때 그 이하에서는 31%, 이상에서는 22%가 번아웃을 겪고 있었고, 성별로는 여성이 37%로 남성 26%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번아웃은 문제가 있는 알코올 사용과 낮은 직업 만족도와 연관성을 보였고, 신체적 및 정신적 삶의 질도 떨어졌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할수록 예민


미국 존스홉킨스대 Charles M. Balch 교수는 2009 Archives of Surgery에 발표한 논문에서 번아웃의 원인으로 11가지를 지목했다. 그는 "외과의사들이 겪는 번아웃의 비극적인 패러독스 중 하나는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완벽주의적인 면이 스스로를 고갈시킨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번아웃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가장 헌신적이고 성실하며, 책임감이 강하고 의욕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논문에서 자율성 부족, 개인적 삶과 직장 생활의 괴리, 과도한 행정적 업무와 환자 수 과다가 외과 의사들에게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자신의 기대치와 직업적 전망이 맞지 않을 경우도 직무 스트레스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의대생과 전공의, 펠로우 과정을 거치는 동안 개인 스케줄 관리에 대한 자율권이 없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근무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런 삶의 패턴이 습관화돼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점도 있다고 지적됐다.

고대안암병원 외과 부윤정 교수는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일찍 출근하고 일이 끝날때까지는 언제라도 늦게 퇴근하고, 밤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한꺼번에 많은 일을 처리하고 개인적인 감정이나 집안일 따위는 일에 방해되지 않게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외과 의사의 미덕으로 여겨져왔다"면서 "헌신적인 자세와 병적인 과다 업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 구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과도한 스트레스를 일으키게 되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외과 의사 자신, 동료 및 가족, 그리고 더 나아가 환자에게 미치게 된다"면서 "외과 의사 스스로 이러한 경계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외과 의사의 미래는 더욱 암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복 이전 예방위해 평소에 관리해야

Balch 교수는 "번아웃은 회복 가능한 현상이지만 예방하는 것이 더 좋다"면서 "외과 의사로서 직업적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삶의 질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일과 생활의 우선순위를 구분하기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분야를 명확히 하기병원 밖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찾기 등을 제시했다.


먼저 우선 순위를 알아보기 위해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과 의사로서 해야할 일을 중요도에 따라 각각 목록을 만든 뒤 이 둘을 합친다. 그리고 양립할 수 없는 목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우선 순위에 따라 버릴 것은 버리고 할 수 있는 일만 따로 정리한다.

두 번째로 환자 관리, 환자 교육, 공부, 임상 참여, 연구, 행정 관리 등 자신이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업무를 찾은 뒤 여기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특정 분야에 몰입하다 보면 자기 발전과 더불어 스트레스를 줄이고 일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종교적 활동이나 취미 활동, 수면, 운동 등 수술과 관련 없는 다른 자기계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적어도 한달에 한 번 이상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건강 관리를 받는다.


더불어 Balch 교수는 "외과 의사의 번아웃을 막으려면 젊은층과 여성에서 번아웃 위험이 높은 이유와 번아웃 현상의 초기 신호를 어떻게 알아차릴 건지, 번아웃 전에 외과 의사들에게 어떤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근무 환경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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