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환자가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고가 또한차례 발생했다.

지난 17일 밤 경남 창원시내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던 박모씨(58)가 출입문에 팔이 낀 채 5m를 끌려갔다. 그는 팔이 골절되고 다리 피부가 벗겨져 출혈이 심한 "개방형 골절"이었다.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A병원에 이송됐지만, 18일 새벽 4시경 빨리 수술할 수 있는 B병원으로 옮겨졌다.

B병원에서 4시간 가까이 지난 이후 수술을 시도했지만, 여분의 혈액을 구비하지 못한 B병원에서 문제가 생겼다. 수술 중 9시경 A병원으로 환자를 보냈다. 이날 오후 A병원에서 다시 수술했지만, 다음날 19일 0시 50분 결국 과다출혈로 숨졌다.

이때 A병원, B병원 누구의 책임일까? 환자 보호자들은 상태가 분명 심하지 않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A병원은 이송 당시 의식이 명료하고, 환자가 전원을 원했기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A병원 관계자는 "당시 환자 상태는 혈압 100/60, 맥박 92/분 등 의식이 명료한 상태로 이송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수술이 빨리 되면서도, 지인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전원을 알아보는 등 수술을 하도록 권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내원 당시 초응급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운데다, 오후 10시에 식사한 상태로 금식이 되지 않아 당장 수술은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혈액 부족에 대해서는 환자 이송 전 전원병원 의사에게 수혈의 필요성을 언급했음을 강조했다. 그 다음 혈액 2Pint(400cc)를 제공, 혈액조달시간을 고려해 환자를 이송했다는 설명이다.

B병원의 입장은 설명을 들을 당시 환자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B병원측은 "급히 연락을 받고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했으나, 혈액 부족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며 잘못을 일부 시인했다. 이미 환자는 사망한 상태고, 죽은 자는 말이 없을 뿐이다.

이에 대해 한 외상전문의는 "응급실에 만연한 상황이며, 하루에도 수십건씩 발생한다"며 "외상센터를 중심으로 지침에 따른 긴박한 치료를 해야 한다. 응급센터만 키운다고 하더라도 위급한 수술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지방이라면 외상 치료의 공백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외상치료지침에 따르면, 개방형 골절, 피부 벗겨짐 등의 박씨와 같은 상황은 곧바로 외상센터로 이송해 치료받아야 한다. 비록 의식이 명료했더라도, 중증외상의 한 파트를 담당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두고 있는 A병원이 응급센터조차 없는 B병원으로 옮긴 1차적인 책임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환자들의 이송 요구도 문제다. 실제 119 관계자들은 "환자가 구급차 이송 시 원하는 병원으로 가자고 우기면 어쩔 수 없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결국 아직도 갈길 먼 외상 치료와 응급의료체계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사고가 됐다.

한편, 미국외과학회 외상분과위원회(ACS-COT)에서 만든 "외상환자의 병원 전 중증도 평가 및 분류지침"에 따르면 △1단계 활력징후와 의식상태 △2단계 해부학적 부위 평가 △3단계 손상기전 △4단계 특이사항들 등에 따라 외상센터로 이송해야 한다.

1단계는 활력 징후와 의식상태를 확인한다. 혈압, 맥박, 호흡, 체온 등의 상태다. 글래스코우혼수지수가 14점 미만 혹은 수축기 혈압이 90미만, 분당 호흡수가 10회 미만이거나 30회 이상 등이다.

2단계에서는 관통 또는 자상(머리, 목, 가슴, 배, 팔꿈치와 무릎 근위부의 사지), 동요가슴(Flail chest), 두 개 이상의 근위부 긴 뼈 골절, 압궤(Crush), 벗겨진(degloved), 썰린(mangled) 사지 손상, 손목과 발목 근위부의 절단, 골반골 골절, 개방성이면서 함몰된 두개골 골절, 마비 등을 분류한다. 1단계와 2단계는 사고현장에서 가장 심각한 손상을 받은 환자들을 가려내기 위한 것으로, 분류된 환자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병원으로 우선 이송돼야 한다.

3단계는 추락 (낙상)으로 성인 6m 이상 (1층=3m), 소아는 3m 이상이거나 키의 2~3배 이상 높이, 고위험 교통사고, 30cm 이상의 차체 눌림, 자동차에서 튀어나옴, 동승자의 사망, 자동차의 원격데이터에서 고위험손상을 시사하는 소견, 오토바이나 자전거 치임 또는 30km/hr이상의 속도 충돌 등이다.

4단계에서는 나이에 따라 55세 이상으로 손상·사망의 위험이 높을 때나 소아의 경우 진료가 가능한 외상센터로 우선 이송 고려한다. 항응고질환 및 출혈성질환은 물론, 외상과 화상 동반시, 시간 지연에 민감한 사지 손상, 20주 이상된 임산부, 투석이 필요한 말기신질환(만성신부전) 환자 등은 의료진과 상담 후 외상센터 이송을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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