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암학회, 폐암 조기검진 가이드라인 발표

저선량 CT를 이용한 폐암 고위험군의 조기검진 필요성이 재차 강조됐다.

미국암학회(ACS)가 최근 흡연력이 있으면서 폐암 징후나 증상이 없는 55~74세 성인은 매년 저선량 CT를 받도록 하는 폐암 조기검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흡연력 기준은 30갑년으로 최근 15년 안에 금연한 사람과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이번 지침은 저선량 CT를 이용한 조기 검진이 흉부단순촬영을 이용한 검진보다 폐암 사망률을 20% 감소시킨다는 미국폐암조기검진프로그램(NLST) 연구 결과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최근 발표된 대부분의 가이드라인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저선량 CT, 폐암 사망률 20% 낮춰

1990년대부터 사용된 저선량 CT는 기존의 흉부단순촬영에 비해 조기폐암 발견율이 높아 조기 검진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그러나 그동안 대조군보다 사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는 연구가 없어 선별검사로서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ACS 가이드라인위원회는 가장 최근에 발표된 NLST 결과와 DANTE, DLCST 예비 결과를 중심으로 저선량 CT 조기검진의 혜택을 분석했다.

NLST는 2002년부터 미국 전역에서 흡연자 5만 3476명을 대상으로 저선량 CT 또는 흉부단순촬영을 일년에 한 번씩, 총 3년동안 시행한 뒤 사망률을 관찰한 연구다.

평균 6.5년 추적 관찰한 결과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0만인년당 저선량 CT군 247명, 흉부단순촬영군 30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선량 CT는 흉부단순촬영에 비해 폐암으로 인한 사망은 20%,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은 6.7% 감소시켰다.

DANTE와 DLCST 연구에서는 아직 추적 기간이 짧아 폐암 사망률이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에서 유의한 차이가 보고되지 않았다. DANTE에서는 저선량 CT가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3% 감소시켰고, DLCST에서는 오히려 15% 증가했다.


아직 더 많은 데이터 필요

사실 이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저선량 CT가 실제로 폐암 사망률을 20%나 줄일 수 있는 지는 불확실하다. 우선 NLST에서 저선량 CT는 3회밖에 실시되지 않았고, 비록 조금이지만 흉부단순촬영에서의 혜택도 일부 관찰되기 때문이다.

NLST와 PLCO 연구 모두에서 흉부단순촬영군은 일반 진료를 받은 비검진군에 비해 1기 암 발견률이 2배나 높았다. PLCO 연구에서 흉부단순촬영은 폐암 사망률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지만 4회 검사 후 추적 관찰 기간이 약 12년으로 지나치게 길었다는 점에서 조기 검진의 효과가 일부 희석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추적 기간을 3년으로 제한했을 때 흉부단순촬영의 조기검진 효과는 11%였지만 4년으로 늘리면 효과는 6%로 줄어든다.

대한폐암학회 김영환 이사장(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미국에서도 여러 학회에서 폐암 조기검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지만 결국 NLST에서 도출해낸 결과 하나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몇년 기다려야 하지만 현재 유럽에서 NELSON이나 DANTE 등 관련 연구 4~5건이 진행 중"이라면서 "만약 유럽 연구에서 뒷받침 해준다면 저선량 CT의 조기 검진 혜택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기준 적용중

지침에서는 환자에게 단점을 설명하고 충분한 논의 후 검사를 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저선량 CT는 모든 환자에게서 모든 폐암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검사만으로 폐암 사망을 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 위양성률이 존재해 비침습적인가 침습적인 추가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불안감을 가져올 수 있다. 위양성 결과가 나온 환자 1000명 중 1명 이하에서 진단으로 인한 주요 합병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복적인 검사로 인한 방사선 노출 위험에 대해서도 인지가 필요하다.

더불어 다학제 팀으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곳, 만약 없다면 규모가 큰 센터에서 검진을 받을 것이 권고됐다.

김 이사장은 "폐암 조기검진을 위해서는 퀄리티있게 찍을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하다"면서 "보통 16채널 이상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기를 가지고 있는 곳은 100여군데"라고 설명했다.

검진 연령은 55~74세로 제한되며, 그 외 연령대나 흡연력이 없는 경우에는 관련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위해 대비 혜택이 불분명해 권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75세 이상 고령 환자는 비용을 들여 폐암을 발견한다해도 치료를 못하거나 다른 원인으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당초 연구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우리나라에서도 NLST 결과 발표 이후 여기에 맞춰 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에 미치지 않는 사람에서도 검진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건강검진이 활성화돼 있어 기준과 관계없이 저선량 CT가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단과 대한폐암학회, 대한영상의학회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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