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이미 효과적인 치료제는 모두 시장에 나와있어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최근 몇십년간 신약 개발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배부른 고민이 치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약이 있어도 복용하지 않아 병을 키우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제대로 약을 챙겨먹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하다. WHO는"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것보다 인류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분야에서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고령자들을 위해 의약품 패키지 정보 디자인에 변화를 주거나 IT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복용정보를 알려주는 등 외부적인 방법과 제형을 바꿔 약물 자체에 변화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가 낮아질까? 또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꾸준히 약을 복용하도록 효과적으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

최근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온라인판에 항경련제와 당뇨병 치료제를 이용해 변수에 따른 복약 순응도 변화를 관찰한 연구 결과가 동시 게재됐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약제의 외형이, 두 번째 연구는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Aaron Kesselheim 박사팀은 제네릭 약물이 오리지널과 생물학적 동등성은 가지지만 색상이나 크기, 모양이 다른 점에 착안, 항경련제(AED)를 복용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사례조절연구를 디자인했다.

대상자 중 1만 1472명은 처방받은 약물을 모두 복용한지 5일 안에 다시 병원을 찾지 않은 복약 순응도가 낮은 환자였고, 나머지 5만 50명은 한 번도 처방 리필을 거른 적이 없는 순응도가 높은 환자였다.

연구에 사용된 약물의 색은 37가지, 모양은 4가지였고, 대상자들은 약물의 색 혹은 모양이 동일한 것을 리필받은 그룹과 동일하지 않은 것을 리필받은 그룹으로 나뉘었다.

그 결과 모양을 바꿨을 땐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으나 색상을 바꿨을 땐 복약 순응도를 떨어뜨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색상이 바뀐 환자 중 1.2%가 다시 처방을 받지 않은 반면, 색상이 바뀌지 않은군 중 0.97%만 제때 리필하지 않았다.

Kesselheim 박사는 "변화폭이 매우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만성질환자의 경우 해를 거듭할수록 약물을 거른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 환자가 다섯가지 약물을 복용하고 있고 각 약물마다 다섯가지 제네릭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3000가지 제품 조합이 가능하다"면서 "복용하는 화학 성분은 같아도 외형이 전혀 달라지는 만큼 어떤 조합은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논평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제네릭의약품실 Lawrence Yu, Gregory Geba 박사는 "앞으로 제네릭 사용이 증가하게 되면 이 연구 내용이 이슈가 될 수 있다"면서 "당장 FDA에서 약물의 심미적인 요인을 규제할 이유는 없지만 제품의 시각적 요인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리뷰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항경련제가 아닌 다른 약물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발생하는지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 간의 친밀감이 중요함을 보여줬다.

미국 캘리포니아의대 Neda Ratanawongsa 교수팀은 당뇨병 환자 9377명을 대상으로 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만족도와 약물 재처방률간의 연관성을 관찰했다. 대상자들은 6년 이상 같은 일차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왔고, 최근 12개월간 평균 5.2 종류의 심혈관 및 대사질환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그 결과 자신을 담당하는 의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복약 순응도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환자의 문제를 잘 이해해주고, 치료 시 환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며 신뢰감을 주는 의사일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예를 들어 환자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의사 스스로 치료에 대해 결정하는 경우 복약 순응도의 절대치가 4% 감소했고, 환자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5% 감소했다. 신뢰감을 주지 못할 경우엔 순응도가 6%나 줄었다.

Ratanawongsa 교수는 "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만족도는 심혈관 및 대사질환 치료제, 특히 경구용 혈당강하제 복약 순응도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향후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낮은 의사들이 어떻게 환자들의 순응도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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