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수술

1. 혈관질환, 이젠 "하이브리드 스타일"

2. 관상동맥 하이브리드 수술

3. 대동맥 하이브리드 수술

4. 전문가 조언

수술시간·회복 빨라 수요 급증
스텐트 효과, 수술 더해 ‘업그레이드’

흉부대동맥 박리 및 대동맥류의 고식적 치료는 개흉수술로 심폐체외순환기와 극초저체하순환정지법의 보조가 필요하다.

수술 기법과 마취, 중환자 관리의 발달에도 아직까지 사망률은 7~17%, 뇌졸중과 같은 영구적인 신경학적 합병증 발생률은 3~19%로 보고되고 있다. 절개 부위가 큰 만큼 고령 환자에는 적용이 어렵고 회복 기간이 길다는 단점도 있다.

이후 덜 침습적이면서 병변이 넓거나 수술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도 안전하게 적용 가능한 혈관 내 치료가 대체수술로 각광을 받았다.

최근 10년새 그 형태와 재질이 많이 발달하면서 그동안 혈관내 치료 적응증이 되지 않았던 다양한 형태의 대동맥 질환에 적용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혈관 내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잘못된 부분을 완전히 제거하고 깨끗한 인조혈관으로 갈아주는 것이 평생 가는 가장 완벽한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스텐트 도관의 이동(migration)과 혈류 누출(endoleak)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에 혈관 내 치료와 우회로술과 같은 술식을 더한 하이브리드 수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특히 혈관 내 치료의 범위를 더 넓히고 성적을 향상시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이브리드 수술은 2007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개념이 도입되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술이 시작됐다. 당시만해도 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개흉수술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우세해 하이브리드 술식을 신뢰하는 사람이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이브리드 수술이 고전적인 수술과 대등한 비율로 또는 오히려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


스텐트 도관술 급격한 발전 덕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송석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하이브리드 수술이 각광받게 된 이유로 스텐트 도관의 발전을 꼽았다. 지난 10년간 인조혈관의 발전은 거의 없었던 반면 스텐트 도관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

수술 후 경과가 좋아 환자 만족도가 높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질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대동맥 수술이 4~5시간 걸리는 반면 하이브리드 수술은 1시간 30분~2시간으로 수술 시간이 절반 이하로 크게 개선된다.

또 고전적 수술에서 가운데 흉골은 25 ㎝, 하행이나 흉복부는 60 ㎝ 가량 절개해야 했던 것과 달리 하이브리드 수술에서는 목 부분에 5 ㎝ 가량만 절개하면 된다.

따라서 환자 회복도 빠르다. 고전적 수술을 받은 환자가 일주일 가량 입원했다면 하이브리드 수술군에서는 특별한 합병증이 없다면 3~4일 입원이면 충분하다.

송 교수는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 재원기간이 짧아 하이브리드 수술에 필요한 치료재료 가격까지 합쳐도 환자가 부담해야 할 총 비용은 개흉수술을 받을 때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회복이 빠르고 상처가 적어 하이브리드 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만 놓고 봤을 때 지난 5개월간 시행된 전체 대동맥 수술 중 하이브리드 수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60%다.

송 교수는 환자 수요가 늘면서 앞으로 하이브리드 수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도 하이브리드 수술이 대동맥 질환 치료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이는 학술대회장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송 교수는 "이제 대동맥이나 혈관질환 관련 학회에 가면 대부분 하이브리드 수술에 대해 발표한다"면서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개흉수술에 대해 발표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영제 없는 하이브리드 기대

하이브리드 수술은 여러가지가 결합된 술식인 만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송석원 교수는 첫번째로 조영제를 쓰지 않고 수술하는 방법 개발을 기대했다. 지금까지는 조영제를 혈관 내 주입한 뒤 2차원적 영상을 얻어 스텐트 도관을 삽입하고 수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수술 후 부작용의 10~15%가 조영제로 인해 발생,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수술 전 컴퓨터 촬영 자료를 하이브리드 기계와 결합하면 조영제 없이도 3차원 영상을 통해 환자를 보며 스탠트 도관 삽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단계는 로봇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수술이다. 현재 외국에서 시도되는데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텐트 도관의 발전도 빼놓을 수 없다.

송 교수는 "환자마다 대동맥 특성이 다른데 과거에는 체온과 관계 없이 그물망이 그저 펼쳐지기만 했을 뿐 환자의 대동맥에 맞춰지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대동맥의 앵글, 각 혈관 분지들과의 거리 등을 계산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축성을 높여 환자의 대동맥에 맞게 잘 펼쳐진다면 하이브리드 수술이 훨씬 더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지금의 개흉수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30년 전 사람들은 관상동맥우회술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도 계속 시행되고 있다"면서 "개흉수술도 마찬가지로 스텐트로 해결할 수 없거나 스텐트로 효과를 보지 못했을 때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혈관질환을 다루는 의사는 개흉을 할 수도 있고 시술도 잘 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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