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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서 개최된 아·태 폐암학술대회(APLCC) 현장에서 박근칠(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가운데), 김상위(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오른쪽), 조병철(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를 직접 만나 아시아인 폐암 유병특성과 EGFR 변이 양성 폐암환자 치료의 현재, 2세대 EGFR TKI 등장에 따른 폐암 치료전략의 변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1세대 EGFR TKI 한계극복 여부 관심
1·2세대 직접비교 결과 따라 정밀 맞춤치료 가능


기존과 비교해 내성위험을 차단 또는 지연시키는 기전으로 공격력을 배가한 차세대 신규 항암제가 등장함에 따라 다가올 폐암치료 전략의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GFR(상피성장인자수용체) 돌연변이 양성의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과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표적항암제 아파티닙(afatinib)이 그 주인공.

현재 임상연구를 거쳐 승인단계를 밟고 있는 이 신규 항암제는 지난해 발표된 LUX-Lung 3 연구에서 항암치료 경험이 없는 EGFR 변이 양성 폐암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표준 화학요법(페메트렉시드/시스플라틴)에 비해 유의하게 늘려 이미 일차치료 효과를 검증받았다.

여기에 ErbB Family 전체를 비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을 갖춰 앞선 EGFR TKI(타이로신키나제 억제제)의 일부 한계까지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 진행 중인 1세대 EGFR TKI와의 직접비교 결과(LUX-Lung 7)가 나오면 보다 정밀한 맞춤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서 개최된 아·태 폐암학술대회(APLCC)에서는 LUX-Lung 3 연구의 아시아인 그룹 분석결과가 긍정적인 것으로 발표돼 폐암 표적치료 2세대로서 아파티닙의 역할이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다.

분석 결과, 아시아인 환자들의 PFS가 11.3개월로 종양증식 없는 생존기간이 1년 가까이에 달했다. 특히, 가장 흔한 타입의 EGFR(ErbB1) 변이를 보이는 환자들의 경우 PFS가 13.6개월로 늘었다. 반면 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변이유형에 관계 없이 6.9개월의 PFS를 나타냈다.

LUX-Lung 3 아시아인 분석과 관련해 발표자와 패널로 참석한 박근칠(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상위(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조병철(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를 현장에서 직접 만나 아시아인 폐암 유병특성과 EGFR 변이 양성 폐암환자 치료의 현재, 2세대 EGFR TKI 등장에 따른 폐암 치료전략의 변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의 폐암 유병패턴을 보면 여성 또는 비흡연 환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폐암 유병특성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인종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에 따른 치료전략은?


- 조병철 교수(이하 조):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전체 폐암에서의 비율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수에서도 선암의 발병 정도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선암을 목표로 하는 약제나 치료전략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졌다.

또 서양에서는 전체 폐암환자의 10%만이 비흡연 폐암(never smoke lung cancer)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5~30%에 달한다. 이를 감안한다면 미국처럼 비흡연 폐암환자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는 50%가 비흡연 폐암환자인 곳도 있다. 비흡연 폐암환자가 많다는 것은 EGFR 돌연변이 양성 환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직접치료(direct therapy)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 EGFR 돌연변이 양성과 아시아 지역 폐암 유병특성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

- 김상위 교수(이하 김): EGFR 돌연변이에 의한 폐암이 밝혀져 조사해보니, 서양에 비해 동양인에서 이러한 유형이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 임상적인 특성을 보면 주로 비흡연자에서 EGFR 변이 양성이 많다. 일반적으로 비흡연 폐암도 서양보다 동양에 많으며, 국내에서 발생하는 여성 폐암환자는 대부분 비흡연자다. 동양인 여성의 경우에 EGFR 변이 양성 폐암이 많고, 이 EGFR 변이 양성이 비흡연자 남성이나 일반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 EGFR 돌연변이 양성 폐암환자의 경우 어떤 치료전략이 적용되고 있나? 그리고 치료성적은?


- 김: 이러한 환자들은 예후나 치료에 대한 반응도 다르다. 특히 EGFR 돌연변이가 있는 종양의 경우 이를 겨냥한 표적치료제인 EGFR TKI를 사용하면 처음에는 굉장히 좋은 효과를 보인다. 그러므로 진단 당시 EGFR 돌연변이가 있다고 알게 되면 EGFR TKI를 처방하고 있고, 또한 진단 당시 그 사실을 몰라서 일반 항암치료를 하게 되더라도, 결국 EGFR 돌연변이 양성으로 밝혀지면 항암치료 후 EGFR TKI를 처방하고 있다.

문제는 EGFR 돌연변이가 있는 종양에 대해 EGFR TKI를 사용하더라도 8~10개월이 경과하면 내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은 비교적 다른 NSCLC 환자들보다 예후가 좋아서 약 2년 정도의 생존 기간을 보인다.

- 폐암 전문가들은 EGFR 변이와 관련해 흔하지 않은 타입(uncommom mutation)까지로의 관리확대, 가역성 EGFR TKI 내성의 보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보다 강력한 차세대 약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1세대 EGFR TKI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은?

- 조: EGFR 변이 양성 환자에게 EGFR TKI를 일차약제로 써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동안 여러 연구에서 평균 PFS가 10~12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이전의 표준적인 화학요법에 비해 훨씬 개선된 것이 사실이고 환자들의 삶의 질을 상당 부분 향상시킬 수는 있었지만, 모든 환자들에게 획득 내성이 생겼다.

이러한 환자들을 다른 이차요법으로 바꾸는 것이 큰 문제였다. 하지만 아파티닙과 같은 2세대 EGFR TKI는 전임상 단계에서 실제적으로 일차요법인 1세대 EGFR TKI보다 획득 내성을 막고 지연시키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졌다. 이를 통해 1세대 EGFR TKI가 가지는 단점을 2세대 약제를 통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2세대 EGFR TKI로 불리는 아파티닙은 'ErbB Family' 전체를 '비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특징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기전상의 특성이 임상에서 갖는 의미는?

- 김: EGFR TKI의 작용기전을 이해해야 한다. EGFR은 신호전달 수용체이며, 수용체에서 아래쪽으로 신호를 보낼 때 ATP라는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에너지가 수용체에 딱 붙어서 신호가 전달되기 시작하는데, 치료제가 수용체에 붙으면 ATP가 반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신호가 차단되고 세포는 사멸하게 된다.

1세대 표적치료제는 가역적으로 수용체와 결합해 신호전달을 차단하는데, 치료제가 계속 투여되는 동안 종양세포는 치료제가 붙지 못하도록 반동작용이 생기게 되며, 이것이 하나의 내성 기전이 된다. 아파티닙과 같은 2세대 치료제는 비가역적이라는 특징을 가지는데, 이는 1세대 표적치료제에 비해 유리할 수 있다.

"암세포 증식할 수 있는 다중경로 차단"


- 박근칠 교수(이하 박): 이론적으로 비가역적이라는 것은 수용체에 한번 붙으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치료제가 수용체에서 한번 붙었다 떨어지게 되면 다른 (치료상의) 자극에도 효과가 없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아파티닙과 같은 비가역적 치료제의 특성은 효과가 좀 더 강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ErbB Family에는 4가지가 있는데, 1세대 치료제는 주로 ErbB1에 붙는 치료제다. ErbB2, 3, 4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암세포의 증식이나 전이에 관여하는데 아파티닙은 이들 전체를 차단한다. 쉽게 설명하면,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비행기·버스·기차 등 여러 경로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길(경로)을 모두 막아버리면 이동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잘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 EGFR 변이 양성 환자에서 아파티닙의 일차치료 효과를 검증한 LUX-Lung 3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박: 무엇보다 첫번째 EGFR TKI 2세대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전(前) 세대 항암 화학치료가 주로 비교대상이었는데, 이번 연구는 1차적으로 제일 많이 쓰게 되는 신세대 약물요법(페메트렉시드 + 시스플라틴)이 처음으로 대상이 됐다는 것도 주목받은 이유라 생각된다.

이번 임상을 통해 아파티닙이 전체 폐암 항암요법 중에서 3세대가 아닌 한층 진화된 4세대 항암제라는 것을 증명했고, 동·서양을 아울러서 분자표적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 새롭게 발표된 LUX-Lung 3 하위분석에서 아시아인 환자들의 PFS가 11.3개월로 화학요법과 비교해 유의한 생존연장 효과를 나타냈다. 인종에 따른 아파티닙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 박: 전체 환자에 대한 분석에서는 PFS가 11.1개월, 아시아인 환자에서는 11.3개월로 역시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LUX-Lung 3 임상연구에는 아시아인이 70% 포함됐다. 전체 환자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아시아인의 하위분석 연구에서도 전체 임상과 동일한 효능을 입증했다.

기본적으로 부작용의 종류는 1세대 치료제와 유사했지만, 정도의 면에서는 환자들의 느낌에 근거하면 효과가 센 만큼 부작용도 조금 높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이 수치적으로 의미있게 나온 것은 아니다.

- LUX-Lung 7 연구에서는 EGFR TKI 1세대 게피티닙과 2세대 아파티닙의 효과를 1 대 1 직접비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근칠 교수께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를 둘 수 있나?

- 박: 아시아인 환자등록은 이미 끝났다. 전체 264명 중 동양인이 160여명이다. 한국인은 56명이 등록됐다. 동·서양 막론하고 포괄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서양에서도 임상에 참여할 환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LUX-Lung 3 연구에서 치료제의 효과가 좋지만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좀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러한 부작용들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치료제가 기존 약제에 비해 좋은가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실제로 임상에서는 중요한 연구라 할 수 있다.

"독성, 효능 비교해 환자에 도움되는 우선 순위 정해야"

- 조: 1·2세대 약제를 비교하는 것은 분명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두 약제의 결과가 아주 큰 차이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독성과 효능에 대한 비교를 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1세대와 2세대 약제를 어떠한 순서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단순히 데이터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2세대 약제가 1세대 보다는 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연구결과만을 놓고 어느 하나의 치료제가 더 좋기 때문에 먼저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최종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효능과 독성 그리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 순서를 의료계에서 심각하게 고민해 보고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 앞으로의 폐암치료 어떻게 전망하는지? 고려돼야 할 요인은?

- 김: 같은 시간이 걸리는데 완행을 먼저 타겠느냐 급행을 먼저 타겠느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가 힘들다. LUX-Lung 3 연구에서는 PFS와 더불어 환자에게 기침, 호흡곤란, 통증 등의 증상이 생기기까지의 기간을 비교했다. 결과는 제일 좋다고 여겨지는 항암제에 비해 아파티닙 치료시에 증상이 발생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더 길었다.

EGFR TKI를 먼저 사용한다고 할 경우 이 환자군은 EGFR TKI를 100%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비록 EGFR 돌연변이 양성이지만 먼저 항암제를 사용하게 된다면 항암치료의 효과가 없어지게 되면, EGFR TKI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EGFR TKI를 100% 사용할 수 없을 수도 있는데, 항암제 사용 중 상태가 악화되어 EGFR TKI를 사용해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먼저 EGFR TKI를 못 쓰고 나중에 쓰려고 남겨 놓더라도, 복용하기도 전에 먼저 사망하는 환자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것을 줄이려면 유전자 결과를 먼저 알고, 먼저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암의 치료는 Personalized Medicine, Customized medicine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일단 폐암이 거의 선두에 있고, 제일 먼저 시작된 것이 EGFR TKI 치료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 조: EGFR 양성의 경우에는 화학요법보다는 당연히 EGFR TKI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LUX-Lung 3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임상의들의 고민은 1·2세대 치료제 중 어느 것을 먼저 사용해야 하는가라고 할 수 있겠다.

EGFR 음성(wild type)의 경우에는 특별히 고민할 것은 없는 것 같다. 1차치료로 화학요법을 사용하고, 2차에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더라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있을 아파티닙 연구에서는 EGFR 음성 환자에게도 2세대 EGFR TKI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지에 대한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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