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 대다수인 의료계도 껴안지 못하는 마당에 일반 소비자까지 참여 영역을 확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요즘 대세는 소비자 참여고,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왜 의료산업에서만 소비자를 배제시키는 것인가"

최근 열린 심사평가의 참여와 공개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의사례 공개와 이해관계자 참여, 합리적 급여기준 설정 등 추진방향을 밝히자 의료계와 소비자단체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내년도 1월부터 심평원은 중앙심사평가 조정위원회 심의건을 공개, 이에 따라 요양급여비용 심의안건과 요양급여대상의 사전승인건 등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의약관련 단체에 알릴 예정이다. 또 내년 상반기에 전문심사사례의 유형을 추출하고 공개계획을 수립해서 하반기부터 이와 관련한 정보시스템 구축 방안과 예산을 수립, 2014년도부터는 전문심사사례 유형 관리를 통해 2014년 7월부터 전문심사사례 유형도 공개할 계획이다.

더불어 지역심사평가 위원회의 심의건을 공개하기 위한 노력도 펼칠 예정이며, 2014년 하반기부터 정보공개 고객평가단을 의약계와 소비자로 구성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이같은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심의사항 공개는 물론 심평원의 심사평가업무에 관련 이해당사자의 직접적인 참여범위를 늘릴 방침이다.

현재 의료현장과 심사평가간 괴리가 있고 공급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정보제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해관계자의 참여기전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고자 심평원은 우선 합리적인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급여기준의 정보 공개를 강화,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향을 토대로 급여기준의 공개방향을 설정했다. 불합리한 급여기준을 개선하기 위해서 관련학회의 의견을 수렴해 중·단기로 구분, 단기과제는 올해 내 검토·건의를 거칠 전망이다. 더불어 불분명한 급여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적응증을 구체화하고,고시 내용을 구체화·정형화하며, 신규 급여기준을 발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고 밝혔다.

최근 기술발전에 따라 고가 신재료가 계속 출시되고 수가포함재료와 별도산정재료의 판단이 모호해지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행위포함 치료재료의 현실화를 도모할 예정이다.

이기성 급여기준실장은 "급여기준의 정보 다각화는 물론 의료전문가와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도 확대시키겠다"면서 "전문학 회와 워킹그룹을 만들고, 급여기준 제정 및 개정에 시민참여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보장, 급여기준의 수용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임의비급여 감소는 물론 이의신청을 줄여 행정적 낭비가 해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심평원의 참여와 공개 확대 방안에 대해 이은봉 서울대병원 기획부실장은 "평가기준에서 환자참여는 좋지만, 심사기준까지 환자나 소비자가 참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예를 들어 신약에 대해 제약회사에서 교묘하게 마케팅을 하는 것을 환자가 알지 못한 채 비싼 약만 급여화를 외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만 되고, 많은 부작용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춘균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도 이에 동의하면서, "의료에는 공공성이 있다. 정부의 투자가 있으면서 동시에 통제도 받고 있다"고 운을 떼며, "지나치게 이에 대한 공개가 이뤄지면 결국 환자들은 인력과 시설, 인프라 등이 좋은 곳으로 쏠림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이 자명하며, 이는 곧 의료공공성이 붕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의약계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정보공개와 참여의 기회가 넓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오숙영 소비자시민모임 운영위원은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소비자는 생각처럼 무식하지 않다"면서 "의료인들은 자신들만 알아듣는 용어를 쓰면서 환자가 아닌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만을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어떤 분야든지 소비자 위주로, 소비자 중심으로, 또 소비자 참여로 방향을 틀고 있다"면서, "소비자와 환자를 배제하는 의료서비스는 존재할 수 없다. 이제 의료계도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극단적 대립에 복지부 이태근 보험평가과장은 소비자 쪽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의료체계 전면개편 필요하며, 심평원도 예외는 아니다"라면서 "건보재정 파수꾼으로서 일하나, 지나치게 융통성 없고 독선적인 태도로 의료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기준, 급여기준, 지표기준 등을 만드는 데 참여의 기준 만든다는 자세가 보기 좋다"면서 "앞으로 질 높고 비용효과적인 시스템 만들면서, 의료계와 소비자가 요구하는 참여와 공개의 변화는 옳은 태도"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제 구체적인 액션플랜 잘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시민단체 등과도 화합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자고 촉구했다.

더불어 국민-의사-환자-정부-공급자 등의 화합을 위해서 참여와 공개는 불가피함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번 아젠다는 반드시 실행돼야 하고 제도적 세팅이 잘 됐는지 감시하기 위해 1년 뒤 이런 자리를 또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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